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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1. 2021

네, 유럽에 또 혼자 왔습니다 1

2018.05.20 (스페인)

1일차


비오는 금요일 저녁.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안 밀린다. 2시간쯤 걸렸다. 그런데 수속이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이번에도 터키항공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터키항공이 꽤 괜찮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여전히 괜찮다. 국적기는 이코노미도 그럭저럭 탈만 하다.


자정에 출발하는 비행기다. 탑승한다. 옆자리엔 어떤 할머니, 앞자리엔 어떤 할아버지가 앉으셨다. 스페인은 어르신들에게 인기인걸까. 옆 할머니가 갑자기 내 모니터를 끄신다. 아무래도 버튼을 착각하신 듯. 괜찮아요 할머니. 다시 켜면 되죠. 11시간 걸려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여기서 2시간 후 환승한다. 몇 달전에 와봤다고, 이스탄불 공항이 친근하다. 벌써 세번째 방문이다.

환승 후,

다시 4시간을 날아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다.

아우 덥다.


람브라스 거리


내리자마자, 버스로 이동. 바로 까탈루냐 광장으로 가서 람브라스 거리에 떨궈졌다.

(그렇지, 이런 스케쥴이지. 이제 슬슬 패키지 여행의 향기가 느껴진다.)

거리에서 자유시간 얻은 김에 람브라스 거리를 '시간이 허락하는 한' 걸었다. 패키지 여행에는 '집합 시간'이라는 게 있어서, 시간을 잘 계산해야 한다. 넋놓고 걷다가는 돌아올 때 허겁지겁 뛰거나 택시를 타야 할 경우도 생긴다. 그러다 길이라도 잃으면 전체 팀 일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팀웤이 중요하다. 팀웤. 나는 시간 때문에 스톱워치를 사용하는데, 이번에도 내 여행친구 지샥5600이 수고해줬다. 고맙다.



날씨도 좋고. 중간에 재래시장이 보이길래 들러서 소고기 케밥을 하나 사서 들고 거리 끝까지 걸어봤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넓고 긴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매우 덥다. 관광객 천국이구나. 거리 끝까지 가서 콜럼부스 동상 보고 바닷가에 앉아서 구경하고 돌아왔다. 멍하니 바다 보니 좋다. 거리 공연도 한다. 그렇지 거리 공연 정도는 봐야, 유럽에 온 기분이 나지. 예술가 한 분이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는 퍼포먼스 중이다. 이 뙤약볕에 말이지. 예술가의 열정이란 존경받아 마땅하다.



다시 까탈루냐 광장으로 돌아오다가 카페 들어가서 에스프레소 한잔 주문했다. 여기서, 한국에서 사 간 유심을 다시 해봤다. 오 된다! 이제 네트웤에 연결됐다. 아내랑 카톡도 했다. 재래시장 들러서 딸기주스 1.5유로 하나 사서 걸어왔다. 카르푸 들러서 물 샀다. 카르푸 과일이 굉장히 싸다. 딸기 한팩 1유로 등 유럽은 과일이 싸다. 맛도 좋고. 


돌아와서 까탈루냐 광장을 돌아봤다. 비둘기 천국이다. 어떤 스페인 부모가 비둘기를 맨손으로 잡아서 유모차 아이가 만져보도록 하는 걸 보고 경악했다.


점심은 한식으로 미역국을 먹었다. 역시 유럽은 한식이지.


성가족성당으로 이동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원래 이름이다. 가우디의 작품으로, 스페인에 오면서 기대가 가장 컸다. 예상대로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이걸 잘한 건축이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다. 규모와 복잡도라는 면에서는 굉장하지만, 너무 산만하다고 해야하나. 흘러내리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묘하다.(기괴하다고 하진 않겠다.) 최초 설계도면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가우디도 이런 모양을 예상했을까? 동서가 전혀 다른 컨셉이다. 물론 아주 오랜기간 건설중인 성당이라 계속해서 작가와 컨셉은 진화하는 것이 맞다. 관광용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어찌보면 역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건축물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내부가 바로 이 건축물의 백미


내부로 들어왔다. 최신 건축물, 마치 철근콘크리트를 쓴 듯하다. 사실 외부도 철콘으로 짓고 패널만 돌 갖다붙인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예술가는 유명해져야 한다. 그래야 하고싶은거 맘껏 하는구나. 


중간에 가우디 주택에 들렀다. 오, 그럴듯하다. 철물로 주조한 테라스가 마음에 든다. 저 당시 파격적인 형식으로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예술가는 추앙받을 수 밖에 없다.


가우디 주택


구엘공원으로 이동했다. 파주 헤이리마을의 프로방스랑 비슷하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관광지로서의 유명세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 나 계속 왜 이렇게 부정적이지.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책에서만 보던 바로 그 '가우디' 아니었나? 도마뱀 분수에서 물이 졸졸 흐른다.


구엘 공원 도마뱀 분수


버스로 숙소 이동하면서 '황영조 언덕'을 차로 구경했다. 그러다 졸려서 잠들었다. 숙소로 이동하니 벌써 9시다. 오늘은 자유시간이 많아서 좋았다.


저녁은 급하게 부페에서 먹었다. 너무 급하게 먹어서 맛은 잘 못느꼈다.

그렇지, 반갑다. 오랜만이다. 좁고 추운 유럽의 호텔방. 난 역시 이런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비로소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제야 편하다.

씻고 쓰러져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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