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쌓여, 회사에서 시니어라고 불릴 위치가 되었을 때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더닝-크루거 효과'다.
요새 나는, 혹시 내가 ‘더닝-크루거’의 바로 그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
‘더닝-크루거 효과’가 무엇이냐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인지편향적 심리 현상을 말한다. 너무 무식하고 아는 게 없어서 자기가 뭘 모르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는 경우다. 이 효과는 1999년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가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하면 자신의 부족함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충격과 공포의 이론이다. 나는 이게 일종의 치매 증상과 비슷한 인지 저하라고 생각한다. 막 배운 사람이 마치 전문가처럼 행동할 때 이 효과를 의심해봐야 한다. 진짜 전문가들은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고 늘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회사에 이런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이들의 무서운 점은, '아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잘 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신념을 가지고 있는 멍청이들이 더 공포스러운 법이다.
<리더의 경우>
‘더닝-크루거 효과’의 대상이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힌 고직급, 보직자, 임원 등일 경우, 이들은 세상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 후배 세대들의 가치관 차이 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성장이 정체되어 기본적인 지식이 소멸된 상태) 업무 방향을 정하고, 지시한다. 메타인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전혀 모른다.
자기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며, 조직원들 탓만 한다. 늘 환영적 우월감에 사로잡혀있다. 내가 왜? 나는 조직장인데? 회사는 다 이유가 있어서 나를 리더에 앉힌 걸 텐데? (하지만 그를 리더로 임명한 보스도 이미 사리분별 못하는 ‘더닝-크루거 효과’의 장본인일 경우가 많다.)
내가 정답이고 조직의 방향성인데? 너희가 따라와야지? 직언하고 충언하는 조직원은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 여기에 리더가 나쁜 태도와 박살 난 인성을 곁들였다면 팀은 이미 망가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 리더들의 면면을 잘 떠올려보라. 그들이 이상한가? 무식해 보이는가? 잘못된 지시를 내리는가? 무례한가? 안타깝지만 그들은 뭐가 문제인지조차 아예 모를 가능성이 높다.
<조직원의 경우>
이들은 의사결정 권한은 없지만 조직을 썩게 만든다. 쓸데없이 일을 벌이며,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왜냐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성장하려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개선의 가능성이 있지만 의지도 열정도 부족하다.
친목질로 업무를 진행하며, 입으로만 떠들지 실제로 해결하는 문제는 거의 없다. '일이 되어가는 것처럼'보이게만 만든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지적당하면 삐치고 화낸다. B급, C급, 등외급 인력들이다.
이들은 마치 러브버그처럼 비슷한 수준끼리 어울린다. 비슷하게 수준 낮은 사람들끼리 모여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며 시답잖은 농담을 내뱉으며 낄낄댄다. 그렇게 어울려 다니며 자신들이 능력이 있다고 착각한다. 그렇게 회사에서 몰려다니는 무리들 중에는 보통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
그들은 자기 언행에 뭐가 잘못인지 모르기에 자아도취에 빠진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착각하기 때문에, 작은 일을 크게 포장해 광팔이에 전념하며, 조직장에 딸랑딸랑 아부한다. 어찌 보면 나르시시스트에 가깝다. 지능 문제라고 봐도 되려나.
이들은 혼자 조용히 성실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조롱한다. '그게 뭐가 어려워요?'라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을 깎아내린다. 해보지도 않고, 직무의 깊이를 경험해보지도 못한 채,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실제로 본질은 훨씬 더 복잡한 일이라는 걸 깨달을 능력조차 없다. 흠, 이쯤 되면 지능 문제가 맞겠군.
해당 업무를 그들에게 맡기면 결국 아무것도 되는 것 없이 일은 정체되고, 결국 프로젝트는 산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조차도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그걸 깨달을 능력 자체가 없다. 상대편 조직이 비협조적이어서, 리소스가 부족해서, 예산이 모자라서 등등 핑계는 무궁무진하다.
이 자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최후까지 아예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신념을 가지고 있는 멍청이들이 더 공포스러운 법이다.
우리는 위에 서술한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 왜? 가까이하면 묻으니까, 닮으니까. 물려서 좀비처럼 된다. 파리 근처에 있으면 쓰레기 더미에 가까워질 뿐이다.
좋은 사람과 가까이 지내야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더닝-크루거 효과'와 반대되는 사람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겸손하다
많이 알수록 조심스러운 법이다. 이건 인간사 수천 년간 증명되었다. 지식과 경험이 많을수록 '내가 아는 게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행동한다. 그들은 쉽게 장담하지 않는다.(장담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그들은 'ㅇㅇ 하세요'가 아니라 'ㅇㅇ 하면 어떨까요?'라고 의견을 묻는다.
성실하다
꾸준히 무언가를 계속해서 해낸다. 그게 자기 포장과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무언가를 해낸다.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문서가 있다거나, 계속해서 추적해서 스스로 추출, 분석하는 지표가 있다거나, 제품 운영의 문제점을 조그만 것부터 개선해 나간다거나. 루틴 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는 것 등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 남에게 크게 티 내진 않지만 무언가를 성실하게 꾸준히 해낸다.
배우려 한다
그들은 자기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자기 한계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본인의 실력을 의심하며, 공부하고 노력한다.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피드백을 얻어 성장하고자 한다.
성과로 말한다
그들은 포장하지 않는다. 과장된 말이나 쇼맨십으로 광만 팔지 않는다. 조용히 묵묵히 성실히 일해서 종결성으로 증명한다. 그래서 그들은 늘 무언가 '결과'가 있다. 그게 성공이든 실패든. 그건 상관없다. 실패도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친목질로 일하지 않는다. 입으로 일하지 않는다. 말보다 아티팩트로 신뢰를 쌓길 원한다.
피드백을 환영한다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성장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개선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자, 이제. 기준을 알았으니, 이제 위처럼 행동하는 사람을 찾아 곁에 두거나 친하게 지내면 된다. 그러면 당신도 서서히 닮아간다. 좋은 시니어, 선배가 된다.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다. 결국,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산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경계하라.
그런 사람을 멀리하라.
좋은 사람을 곁에 두라.
그뿐이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