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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Oct 26. 2023

가까이 앉아 귓속말로 전해주는 이야기 17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고민



밤 공기가 차다.

가까이 앉아 지혜를 나누자.

이 모든 고통을 이해하고 마침내 극복할 수 있을지니.


세상에 번뇌가 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삶은 그 자체로 고통이기에 우리는 번뇌를 피해갈 수 없다. 마치 공기나 중력처럼. 이는 당연한 것이다.


번뇌에도 종류가 있다.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것.

내가 어쩔 수 없는 것.


학교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번뇌가 깃들었다면, 공부를 하면 된다. 내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즉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번뇌‘이다.  운동회에서 달리기 1등을 하고 싶다면, 연습을 꾸준히 하면 된다. 고민 해결이 가능한 수준의 번뇌이다. 이 얼마나 쉽고 간단한가.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번뇌는 이토록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아니 적어도 노력은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의지'의 문제가 끼어든다. 방법은 알지만 귀찮다거나, 게으르다거나 하는 이유로 자포자기해 버리는 것인데, 이건 어쩔 수 없다. 도리가 없다. 의지박약은 그저 받아들이는 수 밖에.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번뇌는 좀 다르다.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그런 종류의 어려움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사고가 날까봐 차 뒷자리에 앉아 전전긍긍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건 뒷자리에 앉아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거다. 바깥 풍경을 감상하고 음악을 들으며 편히 여행을 즐기면 된다. 지구 멸망이 다가온다던데 어쩌지 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잠을 못이루는 사람도 있다. 지구 멸망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운석이 떨어지고 지진이 일어나는 건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다. 내가 혼자 열심히 고민한다고 멸망이 미뤄지진 않는다.


생각이 많고, 고민이 깊다면, 어떤 종류의 번뇌인지 일단 분류해보자.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것' 이라면, 해결 방법을 찾아 열심히 해보자. 안되도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뭔가 해 보긴 해봤잖는가. 후회하진 않겠지.


'내가 어쩔 수 없는 것' 이라면, 생각하지 말자.


현재를 살자.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자. 따뜻한 햇살, 편안한 호흡, 귓가에 새소리 등에 집중하자. 현재를 사는거다. 미래의 걱정은 집어치우자. 어차피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바꿀 수도 없다. 이미 그렇게 일은 벌어졌고, 앞으로의 일은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면. 현재에 집중하자. 몸의 감각, 날씨, 소리 등 현실을 의식하다보면 그 실제감의 생생함에 잡념이 들어설 자리는 싹 사라지게 된다.



당신이 생각이 많은 것을 안다. 끊임없이 떠오르는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은 번뇌가 되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된다. 자꾸 그런 생각에 에너지를 쓰고 지치게 된다. 그러지 말자.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흐르게 놔두자. 어차피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길가에 돌이 왜 거기 놓여있는지 인과를 아무리 파악하려고 해봤자 시간낭비일 뿐이다. 돌은 그저 그 곳에 있을 뿐.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고민일랑 집어치우고, 현재를 살자.

홀로 산책하며 공기를 느끼고, 발의 감각에 집중하자.


그러면,

번뇌는 사라지고 평안이 온다.


揭諦 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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