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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26. 2023

가까이 앉아 귓속말로 전해주는 이야기 16

아무 것도 아니다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자.

너와 나의 소중한 지혜가 모여,

궁극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을지니.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61km 떨어진 곳에서 태양계의 끝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에너지를 절약해야 했다. 이미 너무 멀리 날아왔고, 태양이 없는 더 먼 곳으로 날아가야 하니까.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나사에서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끄기로 했다. 보이저 1호에게 카메라를 끄기 전 마지막 임무가 주어졌다. ‘가던 방향의 뒤로 돌아서 태양계 사진을 찍으라.’ 마침내,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이 인류에게 전송되었다.


Pale Blue Dot(창백한 푸른 점)은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를 부르는 명칭이다. 칼 세이건은 당시 나사의 보이저 계획의 화상팀이었고, 이 사진 프로젝트도 그가 기획했는데, 나중에 이 내용을 기반으로 책 '창백한 푸른 점'을 저술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사진을 보자.

이 작은 점이, 바로 인류의 터전이다.

창백한 푸른 점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 칼 세이건 -


칼 세이건이 그의 책 <창백한 푸른 점> 에서 위 사진에 대해 묘사한 글을 읽어보자. 꼭 읽어보자.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 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픽셀의 한 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칼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저 작은 점에서 당신과 지지고볶고 사랑하고 싸우던 모든 사람들, 지금 당신이 알고있는 그 모든 사람들.

백 년 후에는 당신도, 그들도 아무도 없다.

백 년만 지나면, 광활한 우주 속 저 작은 지구상에 당신이 아는 사람은 모두 죽고 없다.


어차피
백 년이 지나면
아무도 없어
너도 나도
그 사람도

- 에쿠니 가오리 , ‘무제’


정말 짧고 소중한 시간이다.


사사건건 당신을 괴롭히는 김 팀장 그 새끼,

당신한테만 일 던지는 박 과장 그 인간,

회사 밖에서 그들을 생각하는 데 단 1초의 시간도 허비하지 말자.


백 년도 주어지지 않은 당신의 소중한 시간에,

이 작은 지구 안, 하등 쓸모 없는 그들에게, 단 한 조각의 관심도 주지 말자.

그들을 그저 길가의 돌처럼 대하자. 물끄러미 바라보자.


많은 돈, 좋은 명품, 비싼 차, 고급 아파트.

어차피 백 년이 지나면 아무도 없다.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를 보는 한 시간, 두 시간.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채 백 년이 되지 않는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저 창백한 푸른 점 위에서

이토록 짧은 시간 사이에 만난

당신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을 아끼자.


어차피 백 년이 지나면 당신이 아는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대단한 척 할 필요 없다.

위대한 영도자, 무서운 권력자, 세계적 슈퍼 스타.

모두 백 년도 안돼 사라졌다.

화 낼 필요 없다.

모든 건 사소할 뿐이다.

아무 것도 아니다.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 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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