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 Oct 01. 2023

미국이 좋다길래 한번 와봤습니다 1

2023.09.30 (뉴저지)


1일차


바로 그 도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잠자는 숲’에서는 그 도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꿈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 힌트가 무한대로 널려 있는 도시에요. 그래서 그걸 모조리 흡수해서 가져오고 싶은데, 그게 도무지 안 되는 거에요. 사막을 청소기로 깨끗이 청소하려고 덤비는 꼴이죠. 결국 저마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바로 여기서 뭔가 꿈을 이루고 싶다, 라고요.

그러면 별다른 꿈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떤 곳인가. 인간은 반드시 꿈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 따위는 말끔히 잊게 해주는 도시에요. 날마다 새로운 자극을 누릴 수 있죠. 그런 사람은 그 나름대로 생각해요. 계속 여기서 살고 싶다. 라고요.


최근, 내 최애 영화는 바로 '인턴'이다. 돌려보고 돌려보고 다시보고 또 보고, 그냥 틀어놓는다.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은퇴 뒤, 노인이 된 뒤의 삶을 꿈꿔볼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인턴'을 관람하면서, '근사한 어른'과 이야기하고 싶은 내 욕심을 대리충족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브루클린이다.


또 다른 내가 좋아하는 영화 '빅쇼트'에서는 월 스트리트의 탐욕과 이기심을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 역할을 보고 있노라면, 금융 투자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싶다. 오히려 득도의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더 열심히 공부해서, 나는 속아넘어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 '빅쇼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벤' 인데, 생활 방식이나 삶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서 은퇴 후 삶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월 스트리트.


하지만 그 곳에 대한 꿈을 키워준건, 바로 대학 때 봤던 드라마 '프렌즈'였다. 요샌 CD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일이 없지만, 수십년 전에는 그렇게 했었다. 당시 '프렌즈'를 보면서 특유의 '여유있고, 따뜻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그 곳’엔 다 저런 사람들만 모여있는건가? 라고 생각했었다. 부러웠다. 저 사람들은 뭔데 저렇게 자유롭고 멋지게 살고 있는걸까. 프렌즈의 친구들이 매일 모이던 아지트, 카페 ‘센트럴 퍼크'의 위치는 맨하튼이었다.

프렌즈


가보자. 그 곳에.

뉴욕을.


익숙한 도시를 떠나라.
그리고 직관의 황무지로 가라.
그 곳에서 굉장히 경이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Alan Alda


기왕 동부에 왔으니 근처 워싱턴DC나 보스턴도 가볼 예정이지만,  주 목적은 '뉴욕'이 될텐데, 환상은 금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테니. 가서 보고, 무엇이든 자극받고 직관과 감각을 키워서 돌아오고 싶다.


이번엔 가족 모두 함께 간다.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넓고 넓은 세상, 그 중 뉴욕을 경험함으로써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뭐 딱히 깨닫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보는 건 중요하다. 아들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은 넓다는 걸 어렴풋하게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그렇게, 그림을 크게 보는, 유연하고 여유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인천공항.

추석 연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다. 그래도 국적기를 타야 맞지 싶어서 유나이티드 항공을 선택했다.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짐을 부쳤다. 출국 심사까지 일찍 마치고 들어와서 밥을 먹었다. 당분간 한식은 힘들테니 육개장으로 선택. 아들은 햄버거를 먹고 싶었지만, 참겠다며 돈까스를 선택했는데 나는 돈까스가 한식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밥을 먹고, 게이트 앞에서 커피 한 잔 들고 앉아서 쉰다. 비행기를 오래 타야하니 쉬어야 한다.



오늘의 비행기.

유나이티드 항공


비행기에 한국인은 별로 없다. 중국인 많고, 백인들도 제법 섞여있다. 승무원은 대부분 외국인이고, 한국인은 두 명이다. 과하지 않게 적당히 친절하다. 늘 적당한게 최고다. 실내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 생각보다 최신 기종인 듯.

새 것 느낌이 난다


첫 영화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본거 또 보는거지만, 스타워즈는 이런식으로 마무리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제대로 된 이야기로 돌아오기 바란다.


첫 기내식은 치킨하고 비픈데, 치킨은 떨어졌단다. 그럼 그냥 남는거 주세요. 갈비찜에 밥 비벼먹는 맛. 저 국수 같은건 비빔면인데, 소스를 1/3만 넣고 비빈 맛. 이도저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 먹었다.

맛은 논하지 않겠다 1


다음의 영화는 ’젠틀맨‘ 주지훈은 정말 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다. 어쩐지 시나리오 선택에도 믿음이 간다. 영화는 ‘꾼’류의 뻔한 스토리였지만 주지훈 보는 재미로 잘 관람했다.


비행 시간이 길면 일어서서 스트레칭도 하고 그러는데, 그럴 때 보이는 이 뷰가 묘하다. 수천미터 상공을 날아가는 어두운 깡통 안에 다닥다닥 앉아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들. 볼 때마다 기이하다. 이게 무슨 장면인가.


다섯 시간정도 지났더니 간식을 준다. 으깬 계란 샌드위치와 커피. 성의 없는게 딱 미국스럽다.

맛은 논하지 않겠다 2


이제 절반 정도 온 듯. 태평양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지구 자전과 반대 방향이라 이득을 좀 본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다음 영화는 ‘스위치’ 오정세 배우 주연. 오정세가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권상우 배우가 주연이더라. 재미있었다. 오정세 배우 더 보고 싶은데 다른 영화 찾아봐야겠다.


한 번 더 식사. 맥모닝 느낌인데, 그냥 입에 넣었다. 움직이려면 먹어야 한다.

맛은 논하지 않겠다 3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도착.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내선으로 환승해 뉴왁공항으로 간다.


일단 입국심사를 해야한다. 나는 국제선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입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국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국내선 환승이 가능하다. 심사에 따라 리젝도 되고, 한국으로 추방되기도 하며, 세컨더리룸으로 끌려가 2차 조사를 받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걱정이 많았다.


‘왜왔어?’ , ‘어디갈꺼야?’ , ‘숙소 어디야? 바우처 줘봐’ , ‘여행계획있어? 줘봐’ , ‘언제 돌아갈꺼야?’ , ‘돌아가는 티켓있어? 예약 내역 줘봐.‘ , ’최근에 미국에 언제 왔었어?‘ 등등의 질문을 받았다. 심사관의 여러가지 질문에 대답하며 무사히 마쳤다. 다행이다. 늦었으면 환승에 차질이 생길뻔 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뭔가 크고, 상점들도 굵직하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짐을 일단 찾아서 다시 체크인하고 환승한다. 환승인데 그냥 알아서들 옮겨주면 안되나? 귀찮지만 미국 법이 그렇단다. 그래서 캐리어를 기다렸다가 받아서 다시 부쳤다. 보안 검사도 다시 했다. 이제 환승 후 뉴저지로 간다. 5시간 예상.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왁 가는 비행기는 또 유나이티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비행기가 연식이 좀 있네. 아까는 3X3X3열 이었는데, 국내선은 3X3열로 비행기가 작고 오래됐다. 조명은 오래된 비행기가 더 마음에 든다. 따뜻한 색감이라 아늑하다. 비행기에서 조명이 어쩌구저쩌구 하는게 좀 우습긴 하지만. 아무튼.


이륙을 기다리는 비행기들이 차례로 줄을 서 있다


확실히 국내선은 현지인들(미국인)이 대부분이다. 런던에서 지하철에 올라탔을 때 기분이 든다. 비행기에서부터 이방인이 되었다. 경유로 가다보니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는구나.


계속 동쪽으로 날아가니까, 출발한지 많이 지났는데도, 아직 9월 30일이다. 시간을 역행하는게 이런건가.

계속 밝다


4시간 조금 넘으니 드디어 어두워졌다.

야경


뉴저지 뉴왁 공항 도착. 뉴왁공항이 유나이티드 항공 허브라고 한다. 근처 공항 중에 맨해튼에서 제일 가깝다. JFK 공항보다 더 가깝다고 하니, 좋은 선택인 듯.


솔직히 짐이 여기까지 제대로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환승하면서 짐 부치는 과정이 좀 허술(?)했기 때문인데, 웬걸? 이게 되네. 짐은 잘 왔다.


짐을 찾아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한다.

일단 어찌저찌 오긴 왔다. 미국에.

16시간 조금 넘게 걸렸구나.


여행 기록을 매일 발행하고 싶다. 하지만, 일정도 빡빡하고 체력도 부족해서, 1일 1업로드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안되면 말고 뭐. 일단 노력해보는 걸로.


멀리 왔더니 피곤하다.

대충 짐을 풀고 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에 왔지만, 호텔에만 있겠습니다 5 (마지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