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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Oct 11. 2023

미국이 좋다길래 한번 와봤습니다 11 (마지막)

2023.10.10 (뉴욕)


11일차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들이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를 타보고 싶다고 한다. 하고 싶은 걸 적극적으로 말해줘서 고맙다. 컬럼버스 서클 앞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아들과 둘이 탄다. 난 ID가 없으니 보증금이 100달러 란다. 타고 오면 돌려준다.

여기서 빌렸다.
센트럴파크의 가을
자전거 타기 참 좋은 날씨다


한 시간 정도, 센트럴파크 전체를 한바퀴 돌았다. 언덕이 높아 쉽지 않은 코스다. 나도 땀이 뻘뻘 났다. 아들이 힘든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 노력이 고맙고 대견하다. 인생을 살면서도,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멋진 사람이 될꺼야 아들. 공원 전체를 다 돌아보니 그 규모와 퀄리티에 다시한번 감탄한다. 이렇게 언제든 와서 걷고 앉을 수 있는 큰 공원이 도시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이 부럽다.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한다.


근처 브라이언트 공원에 앉아서 커피 마시고 공항행 차를 기다린다. 점심 시간이라 많은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사가지고 와 먹는다. 도시에 공원은 이렇게나 중요하다.

브라이언트 공원


뉴저지 뉴왁 공항으로 간다. 거기서 국내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간 후, 인천공항 행으로 환승하는 여정이다. 왜 직항으로 안가냐고? 이게 더 싸니까. 그 돈으로 맛있는 거 더 사먹고, 뮤지컬도 보고, NBA 경기도 봤다.


뉴왁공항 도착

국내선 체크인 한다. 요새는 수하물 부치는 것까지 모두 키오스크로 처리한다.

수속


보안검사를 끝내고 들어오니, 넓은 휴게 공간이 있다. 와이파이 사용, 충전 모두 가능하다. 여기서 기다린다.


오늘의 비행기 1 (샌프란시스코 행)


밤 12:40 샌프란시스코 도착, 인천행으로 환승한다. 샌프란시스코는 9:40으로, 뉴욕보다 세시간 느리다. 같은 나라인데 시차가 있다는게 아직도 신기하다. 이번엔 짐 찾을 필요 없다. 환승까지 한 시간 여유 있다.


오늘의 비행기 2 (인천 행)


출출해서 공항 안에 일식집에서 간단히 요기한다. 유나이티드 항공이 주는 밥은 솔직히 못먹겠다 . 물론 노력은 하겠지만. 일단 무슨 메뉴가 나올지 모르니, 미리 조금 먹고 탄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두자.

카레, 우동, 튀김


마지막 편이니까 느낀거, 배운거, 깨달은거 두서없이 기록한다. 어차피 비행기 기다리는 시간에 따로 할 것도 없으니. 일단 의식의 흐름대로 쓰고, 나중에 다시 손봐야겠다.


패스트푸드

고속도로 휴게소 기준으로는 버거킹 제일 많이 보이고 그 다음 파파이스, 맥도널드는 가끔 보였다. 파파이스가 많은게 의외였다. 뉴욕 기준으로는 맥도널드 밖에 안보인 듯. 웬디스도 오랜만에 봤다. 99센트 피자 같은 조각피자 판매점이 많다. 뉴욕 사람들 피자 참 많이 먹는다.

쉑쉑 본점


화장실

나 같은 관광객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거의 없다. 스타벅스 같은 곳에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기도 한데, 줄이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적게 마시며 여행했다.


걷기

뉴요커는 걷는다. 엄청 걷고 또 걷는다. 그래서 뉴요커는 살이 안찐다고 한다. 살인적인 택시비와 교통 체증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도로와 구획으로 걷기에 좋다. 그래서들인지 다들 걸음이 빠르다.


물가

물가는 살인적이다. 적당히 괜찮은 식사 (햄버거라도)를 하면 인당 2~3만원은 너끈히 넘어간다. 가족 외식이라도 할라치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여행을 하면서, 점점 돈에 무감각해지는 내 자신이 무서울 지경이었다.


쓰레기

쓰레기는 그냥 아무 봉투에나 담아서 길에 내놓으면 수거차가 걷어간다. 그래서 뉴욕 길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일회용품 사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의 모든게 일회용품이다. 어마어마한 쓰레기들이 매일매일 쏟아진다. 당연히 분리수거는 없다. 땅이 넓어서 아무데나 매립하면 되겠지. 하지만, 한국에서 열심히 분리수거하는 입장에서 억울한건 사실이다.

어딜가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코로나

코로나에 대한 걱정이나 방역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동양인 혐오도 경험하지 못했다. 최근

다시 코로나 유행 조짐이 보인다고 해서 살짝 걱정했다. 하지만 다녀올 수 있을 때 다녀와야 한다. 최근 3년간 미국 여행이 봉쇄되었던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갈 수 있을 때 다녀오자. 또 언제 팬더믹이 발생해 여행이 제한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치안

무법천지는 아니다. 밤에 남자가 걸어다니기에 큰 무리는 없다. 다만,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자주 눈에 보인다. 노숙인을 말하는게 아니다. 차도로 뛰어들어가 차량을 가로막고 시비를 건다거나, 인도에서 고래고래 행인들에게 소리를 지른다거나, 거리에 서서 뭐라뭐라 혼자 중얼거린다거나, 비틀비틀 좀비처럼 걷는 등,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존재들이 여기저기 심심찮게 눈에 띈다. 미국은 이 중에 단 한 사람이 큰 사고를 칠 수 있는 자유로운 나라기에 치안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여성이 저녁 늦게 돌아다니거나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거리가 많이 더럽고, 불안한 면이 없지 않다. 뉴욕 여행 내내, 한국의 치안이 대단하다고 거듭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웃으며 인사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가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닌 사람도 많다. 일반화는 금물이다. 무례하게 굴면 총맞을까봐 그러는 것도 있겠지만, 그게 위선이라도 친절한 태도는 문명 발달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 위선 조차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한국에서는 미국 스타일의 젠틀함을 기대하기 힘들다. 슬픈 일이다. 나이스 하게 행동하는 것이 지적이고 고귀한 태도라는 사회적 인식이 부럽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에 진심인 모습

보스턴에서 하버드, MIT 등 명문 대학에도 참전용사들에 대한 기념관은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었다. 9/11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도 큰 규모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얼 파크까지 조성하면서 말이다. 그런 모습이 어릴 때부터 교육되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기본 가치로 자리잡은게 아닐까.

9/11 메모리얼 파크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조승희 사건을 기억하는지. 한국 교포 유학생이었던 조승희는 다니던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했다. 32명이 사망한 미국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미국은 당시 보도자료나 뉴스에서 그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최대한 숨겨주었다. 혹시모를 한국 교민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게다가 조승희의 학교에서는 피해자 추모 공원을 건립하면서 조승희의 추모석까지 세워주었다. (가해자임에도) 늘 왕따로 따돌림 당하던 그의 슬픔을 위로한 것이다. 피해자의 학부모들은 조승희 추모석을 추가하는 것에 전원 동의했다.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소수 이민자의 자녀가 대량학살을 일으켰다면, 언론과 시민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약자를 배려한다. 개인이 아닌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고, 반성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태도가 미국의 힘이 아닐까. 한국은 개인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듯 해 안타깝다.


아들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싶다. 아들은 보폭도 좁고, 체력도 성인에 비해 약한데도 이번 여행에서 엄마아빠를 잘 따라와 주었다. 걷기 위주의 여행이라 많이 힘들었을텐데, 싫은 기색 없이 씩씩하게 걷는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했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덕분에 잘 여행했어 아들.


여행기

인터넷이 정말 느리고, 먹통이 될 때도 많았다. 그래도 매일 글을 정리해 업로드 했다. 피곤한 채로 작성해서 무슨 말을 썼는지도 잘 모르겠다. 글은 한국에서 하나씩 다시 열어보며 다듬어야겠다. 어쨌든 1일 1업로드 해냈다.


이렇게 11일에 걸친 미국 여행이 마무리된다. 별 다른 탈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제 비행기 탄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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