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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Dec 15. 2023

바다 보러 갑시다

씨마크 숙박기


강릉까지 멀다. 출근 하는 차들로 도로가 막힐테니  일찍 출발한다. 해가 뜨기 전에 서울을 빠져나가야 한다. 세 시간정도 예상한다.


아침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떠난다. 짐은 전날 저녁에 싸놨다. 각자 백팩하나씩 가져간다. 자기 짐은 스스로 챙긴다. 가져가고 싶은 걸 본인이 들 수 있을 만큼 넣으면 된다. 마치 인생처럼.


아침이 춥다. 출발 전에 히터를 미리 좀 강하게 틀어놨다. 아들과 아내는 따뜻해진 차에서 모자란 잠을 더 자면 된다. 나도 어릴 적 아버지 차에서 편안히 자곤 했다. 그 시절, 잠이 솔솔 오던 따뜻하고 안락한 차 안의 분위기가 좋았다. 부디 내 아들이 그렇게 행복한 기억을 갖길 바란다.


이미 도로는 복잡하다. 어디론가 출근하는 차들이 길 위에서 바쁘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울을 빠져나간다.


1시간 20분정도 운전하니 졸리고, 커피도 마시고 싶다. 휴게소에 들렀다. 홍천 휴게소.

홍천


배고프다. 아침을 간단히 먹자. 김치찌게에 밥 하나만 추가. 근데 소떡소떡은 참을 수 없지. 소떡소떡도 추가. 그만 추가하자.

이렇게 셋이 나눠 먹음


다시 열심히 달려, 강릉에 도착했다. 휴게소 들른 것 까지 합쳐서 3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그래도 아침 일찍 출발해서 서울 빠져나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아 다행이다.


경포호에 들러 산책한다. 걷기 좋은 날씨다. 물 위에 오리들이 많다. 너흰 안춥니.

경포호


점심먹으러 동화가든 왔다. 오랜만이다. 주차장은 이미 만차에 대기는 1시간. 그래도 기다린다. 살다보면,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종종 마주친다. 그럴 땐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

오랜만이다


현재 대기 84팀.


드디어 입장.

1시간 기다렸다.


두부를 먼저 한 모 시켰다. 바로 만든거라 따뜻하고 고소하다. 씹히는 맛이 좋다.

두부 한 모


오늘의 메인 짬뽕 순두부. 이 집이 짬뽕순두부의 원조라던데, 그건 잘 모르겠고. 고기 베이스 국물에 각종 해산물이 곁들여 푹 끓인 맛이다. 거기에 순두부가 들어가 담백하다. 얼큰하고 깊다. 술은 안마셨지만 해장하는 기분이다. 집 근처에 이런 가게 있으면 참 좋겠다.

짬뽕 순두부


아들이 이발 할 때가 되어, 강릉컷에 도전해보기로 한다. 근처 미용실에 들렀다. 주택가 안에 자리잡은 동네 미용실이 정감있다. 깔끔하게 이발이 잘 되었다. 우리 모두 만족.

미용실


이제 체크인 하러 간다.

로비
로비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남났구나. 큰 트리가 서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


트리 아래에 옹기종기 모인 동물 친구들이 귀엽다.

안녕


방 상태


방 뷰. 에메랄드 빛 바다가 눈에 가득 담긴다. 답답했던 속이 시원해지고, 한 순간에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보고 있노라니 호흡도 차분해진다. 역시 사람은 이런 곳에 살아야 하는 걸까.


어메니티는 씨마크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인 듯.


바닷가에 나가서 걸어본다. 겨울 바다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의자 하나 가져다 놓고 앉아서 하루 종일 파도 소리만 듣고 싶다. 나는 바다에 들어가서 물놀이 할 때 보다, 멍하니 바라보는 게 더 좋다. 조용한 파도 소리에 기분이 편안하다. 왜 그럴까. 인류의 고향이 바다라서 그런걸까. 겨울 파도는 소리도 차갑구나.

겨울 강릉 바다


바다는 추워서 못들어가겠다. 인류가 아무리 바다에서부터 진화했어도 추운건 추운거다. 동해바다까지 왔는데 바다에 못들어가다니. 아쉽다. 아쉬운대로 수영장에 가보자.

실내는 이렇다
실외는 이렇다. 공기는 차가운데, 물이 따뜻해서 좋다


수영하고 사우나에 갔다. 깔끔하다. 근데 좀 작다. 사람이 많으면 줄 서서 씻어야 할 것 같다. 내가 갔을 때는 다행히 나 밖에 없더라. 뜨거운 탕에 몸을 담궜다. 한참동안 멍하니 앉았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인류는 바다에서 진화해 겨우 육지로 올라왔는데, 나는 계속 물을 찾는구나. 바다를 찾아 동해로, 수영장을 지나, 사우나의 뜨거운 탕 안으로 결국 다시 돌아왔구나. 회귀본능 같은 건가. 


이건 비밀인데, 뜨거운 탕 안에 혼자 앉아있다가 나도 모르게 입으로 타령같은 노래를 흥얼거렸다. ‘청산~리~ 벽계~수야~‘ 뭐 이런거. 이렇게 할아버지가 되나보다.


저녁식사로 룸서비스 시켜봤다. 스테이크. 이렇게 방으로 오던데, 고기가 맛이 괜찮다. 빵은 남겼다.

룸 서비스 도전


스걸파2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었다. 요새 젊은 친구들은 춤을 잘 추는구나.

푹 잘 잤다.


아침이다. 조식 먹으러 가보자.

조식


지난 번에 왔을 땐, “오 맛있다” 소리가 절로 나왔었다. 오늘은 빵은 삼립빵 느낌이고, 새우는 질기고, 계란은 덜 익고. 음식마다 맛 없다. 왜 이런 퀄리티가 됐지 싶다.


요새 이 곳에, 특정 회사에서 복지포인트 소진 등으로 투숙객들이 많이 몰려있는 모양이던데, 그게 영향이 있나. 찾아보니, 씨마크가 어떤 대기업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 회사의 무료 투숙객(특히 임원들)이 대부분인 듯. 하지만 좀 의아하다. 삼성이 신라호텔과 연관이 있다고, 삼성 임직원들에게 공짜 숙박권을 나눠주진 않는다. (물론 호텔 입장에서 공짜는 아니겠지만, 받는 임직원들은 공짜라 느끼겠지)


무료(로 느끼는) 손님의 수를 적당히 조절하는 것. 그게 호텔의 숙박 및 F&B 퀄리티를 유지하고 보존하는데 더 좋기 때문이다. 무료 티켓을 잔뜩 뿌린 공연 관객의 매너와 수준이 낮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뭐, 이런 불황기에 호텔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면 할 말은 없다. 씨마크가 법인 멤버십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걸 보면, 일반 투숙객으로는 유지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 내 호텔은 아니니, 전문가들이 알아서들 잘 하겠지.


먹고있는데 해가 뜬다. 조금 먹고 일어났다.


밥 먹었으니, 수영 한다. 회귀.


체크아웃하고 집으로 가자.

바다가 맑구나. 여긴 정말 전망이 다했다. 잘 쉬다 갑니다.

또 올게요.


추가.

오는 길에 횡성휴게소에서 한우국밥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적당히 기름진,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역시 횡성은 한우인가봅니다.


게다가 후식으로 불향을 입힌 닭꼬치와 타코야키를 선택했는데, 모두 성공적이었다. 둘 다 아들픽이었다. 이제 휴게소 메뉴 선택은 모두 아들에게 맡기는걸로. 고마워 아들, 아빠가 든든하다.


또 올게요, 강원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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