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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19. 2024

라스베이거스에 왔습니다 1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멋진 '어른' 남자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의 최전성기는 물론이고, 맷 데이먼의 풋풋한 모습까지. '똑똑한 남자 어른'들이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등장하는 영화였기에, 개봉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오션스 일레븐'에 반해, 꾸준히 관람, 재관람 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음악'이다. 혹시 이 영화를 관람하실 분은 음악을 잘 들어보시라. 귀가 재미있는 음악으로, 일하면서 대충 틀어놓는, 그런 영상에 제격이다. 음악만 놓고 보자면, 영화 '위플래쉬'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마음에 들듯? 아닌가? 음악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음악이 좋다.(내 취향이다.)


브래드 피트의 먹방도 놓치기 아까운 장면들이다. 한국에 하정우 먹방이 있다면, 헐리우드엔 브래드 피트가 있더라. 나초부터 샌드위치까지 참 맛깔나게 잘 먹는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


영화는 주인공 일당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를 '터는' 내용인데, '여럿이 모여 무언가를 훔치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이런 식의 영화를 '케이퍼 무비'라고 무른다. 우리나라에는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명작이 있었지.


나는 지금까지 오션스 일레븐을 뛰어넘는 케이퍼 무비를 만나지 못했으며, 영화 속 '오션'보다 멋진 어른 남자를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조지 클루니는 '대니얼 오션' 그 자체였다.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드셨지만, 그래도 멋진건 멋진거다.) 예의 그 여유 있는 태도와, 유머. 나는 이 영화와 007시리즈 등을 보며 '유머'를 가진 사람이 진짜 멋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유머'는 촐랑대는 가벼움과는 전혀 다른 온도이다. 시답잖은 아재 개그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염두하시길.


대니얼 오션 (영화, '오션스 일레븐' 중에서)


Las Vegas

오션스 일레븐의 무대가 되는 라스베이거스는 많은 돈이 모이는 곳. 수많은 카지노가 즐비하니 당연하다. 그러기에 크게 한탕 하기 좋은 곳. 멋진 남자들이 모일 수 밖에 없는 곳. 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 '빅쇼트'에서도 주인공들이 결국 라스베거스에 모여,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카지노와 호텔이 잔뜩 모여있는 도시.

도박으로 먹고 사는 도시라서 그 별명 또한 'Sin City'다.



'오션스 일레븐'의 무대였던, 라스베이거스에 가보자.

혹시 대니 오션을 만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



인천공항에서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으로 간다.

해리 리드 국제공항 안에는 슬롯머신이 있다던데. 나중에 확인해봐야지.

2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터미널이 뭔가 공사중이고 전체적으로 어수선하다.

1터미널이 훠얼씬 더 쾌적하구나


늘 그랬듯, 이번 여행도 백팩 하나만 메고 간다.

짐을 부치려고 기나긴 체크인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입국장이 이 모양. 시장 바닥이 따로 없구나.

역시 1터미널이 좋구나 (2)


출국 전에는 한식이지.

한우 국밥을 선택했다.

식당 창 밖에 악명높은 델타항공 여객기가 보인다.

국밥


오늘의 비행기.

잘 부탁합니다.


게이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탑승구 가까운 창가 의자에 홀로 앉아 비행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 시간이 소중하다. 그래서 여행 갈 일이 있으면, 나는 일부러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멍하니 앉아 있곤 한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없고, 아무것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오롯이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시간. 나는 그럴 때 편안함을 느낀다.


이제 출발한다.

11시간 남짓 비행할 예정이다.


출발 두 시간이 넘자, 첫 끼가 나왔다.

소고기 스튜.

질기다.

그래도 질겅질겅 먹는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고 '잭 리처'가 말했으니까.

잭 리처가 누구냐고?

소고기 스튜


이번 여행에서 선택한 책은, ‘탈주자’

내가 좋아하는 '잭 리처' 시리즈다. (팬입니다, 잭 리처씨)

매번 짐이 무거워져서 1권씩 밖에 못가져가는게 아쉽다.

역시 아껴서 읽어야겠다.


불확실하면 입을 다물어라.
- ’탈주자‘


도착 두 시간 전, 두번째 끼가 나왔다.

이번 여행에서는 잠을 통 못잤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보다. 불편하면 잠도 안오고 그렇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주니까 먹는다. 아침이라서 그런건지 메뉴에 죽이 있길래 죽을 골랐다.


괜히 골랐다.

'3살짜리 남자 애가 토해놓은 것 같은 비주얼과 맛'이었는데, 아무래도 오랜 비행으로 피곤했기 때문에 미각이 고장났기 때문이리라. (항공사는 아무 죄가 없습니다.)

야채죽


창 밖을 보니 점점 밝아진다.

해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니까 그럴 수 밖에.


태평양을 건너 드디어 대륙에 들어서니 황량한 사막이 나타난다.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 도시를 만들어놨다.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땅이 넓으니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구나.

이럴 땐, 미국의 넓은 땅이 참 부럽다.

자로 잰듯 계획된 구획


도착.

저녁에 출발했는데, 도착했더니 다시 전날 오후가 되는 마법. 이건 무슨 타임머신도 아니고. '날짜 변경선' 같은 건 역시 인간이 만든 약속에 불과할 뿐. 시간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입국심사장에는 인천공항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심사자는 적고, 이런저런 질의응답을 하니까 심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늦다. 줄이 줄어들 기미가 없다.

깐깐한 심사관 만나면 어쩔 수 없다. 꼼꼼하게 준비한 서류와 함께 차근차근 대답하는 수 밖에. 나는 다행히 쿨한 심사관 만나서 간단히 무사 통과했다.(얼마전 뉴욕에 다녀왔던 이력이 도움이 되었던 듯 하다)

줄 서있던 것 포함해서 입국심사에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됐다.


공항 자체는 별거 없다. 도착장이라서 그런듯.

얼른 호텔로 이동하려고 둘러보진 않았다.

공항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뭐.

해리 리드 국제공항


공항에서 호텔까지 15분 걸린다. 동네가 작다.

잘 하면 걸어서 갈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차 타고 간다. 왜냐면 피곤하니까.


호텔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입실했다.

방 컨디션


비행기에서 한숨도 안잤더니 너무 피곤했나보다. 침대 위에 잠깐 누웠는데, 그 다음에 기억이 안난다.

기절했다. 혼자라서 깨워줄 사람도 없고. 쿨쿨 잤다.

일어났더니 이미 해가 저물었다.


저녁먹어야 되는데 어쩌지.

밖에 나가 보자.

밤에는 좀 위험한거 아닌가.

근데 방에 물도 없다. 목 마르다. 어차피 나가긴 나가야 되잖아.

설마 뭔 일 있겠어?


오늘의 미션 : 저녁 먹기, 물 사기


호텔은 또 왜이리 조용한가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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