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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22. 2024

라스베이거스에 왔습니다 4


여기와서 제대로 못 잔다.

시차때문에 잠이 통 안온다.

그래서 그냥 책을 편다.


꼬박 밤을 새웠다.

읽다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자는 건 포기다.


이렇게 된거, 아침이나 먹자.

씻고 나왔다.

뉴욕에서 다이너에 좋은 기억이 있었다.

24시간 기사식당 같은 곳이라고 하면 되려나.

미국에 왔으니 또 먹어봐야지.

대니스


실내는 이렇다. 아침부터 사람 많다.


창가 자리에 앉았다


조금만 시킨건데,

이렇게 양이 많을 줄 몰랐다.

팬케잌 너무 큰데


내가 원하는 팬케잌은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거였는데, 견과류가 들어간 뻣뻣한 놈이 나왔다.

베이컨은 플라스틱 모형이 잘못 나왔나 싶을 정도로 딱딱했는데, 긴급 상황에서 칼 대신 무기로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감자채구이(?)는 캠핑장에서 쓰던 나무 불쏘시개 같은 느낌이었다.

계란은 그냥 계란이었고.


하지만, 커피가 맛있었다.

그걸로 됐다. 나는 커피가 필요했거든. 잠을 못잤으니까.

음식은 반 정도 먹고, 커피는 한 양동이를 거의 다 마셨다.


팁은 19%부터 시작한다.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 팁 문화지만 '한국인은 짠돌이'라는 선입견을 줄 순 없지.

내야지 뭐.


수 많은 관광객들이 술과 도박으로 밤을 새우고 어디론가 사라진, 라스베이거스의 아침은 조용하다.

화려한 도시의 민낯을 보니 또 색다르다.


여긴 대부분의 육교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다들 계단 오르기 싫은가보다.


해가 많이 올랐는데도 여전히 쌀쌀하다.

두꺼운 셔츠를 꺼내 입었다. 어쩐지 까끌하고 두꺼워서 불편하다. 다시 벗어서 가방에 넣었다.

옷이든 물건이든, 불편하고 무거운 걸 소유하면 행복과 멀어진다.

조만간 옷 조정이 필요하겠다.


이동중에 스피어를 다시 만났다. 낮에 가까이 보면 이렇다.

보면 볼 수록 신기하다.


벨라지오 분수쇼.

벨라지오 분수 앞 길이 전부 공사중이라 통제되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영상을 정면에서 찍으려면 길 건너밖에 없겠구나.

그래서 길을 건넜다.

벨라지오 분수


저녁은 또 판다 익스프레스

여기까지 와서 맨날 똑같은 것만 먹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각자 취향의 차이니까.

맛집은 찾기도 귀찮고, 줄 서기도 싫다.

사람 많은 건 딱 질색이다.

밥 먹으면서 책을 읽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조용히 먹고 나왔다.


지나가는 길에 옛날 방식 카지노 기계를 발견했다.

예의 '레버를 당기는' 방식

어떤 느낌인지 한 번 경험만 해 보자.


역시 꽝.

근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엥?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한 번만 더 해볼까나?'

한 게임에 겨우 1$, 부담도 없다.

레버를 당기는 동작이 너무 쉬우니까, 죄책감도 없다.

버튼 클릭은 더 쉽겠지.

100달러 정도 넣어놓고 생각없이 레버만 계속 당기면 순식간에 탕진할 것 같다.

게임기 설계를 잘해놨구나. 멍하니 가볍고 쉽게, 빠르게 돈을 잃도록.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정도로 돈이 많진 않으니까.


커피 하나 사들고 호텔에 돌아왔다.

티비를 틀었더니 프렌즈를 또 한다. 운이 좋다.

마침 챈들러와 모니카가 챈들러의 아버지께 약혼 소식을 알리러 라스베이거스에 가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에피소드를 라스베이거스에서 직접 보니 기분이 묘하네.


큰 도시에 홀로 있으면 센치한 기분이 든다.

그 도시가 화려하면 화려할 수록 외로운 기분은 배가된다.

텅 빈 호텔방에서 혼자 프렌즈를 보고 있노라니, 머나먼 타국에서 반가운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화면 속 챈들러가 행복해보인다. 다행이다.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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