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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21. 2024

라스베이거스에 왔습니다 3

 

아침이 쌀쌀하다.

한국 초겨울 날씨정도. 얇은 패딩을 입으면 딱 적당하다.


스피어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가 컸던 구조물. 세계에서 가장 큰 구체 건축물. 지나가면서 보는데, 그 크기가 압도적이다. 외부에 하키공만한 LED 120만개가 부착되어 건물 전체가 동그란 공 모양의 전광판이 된다.

스피어. 차 안에서 찍어서 흔들렸다.


이렇게 거대하게 실제로 구현된 모습을 보니 좀 무섭기도 하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은 마법과 비슷하다던데, 딱 그 느낌이다.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에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다. 규모면에서 피라미드와 각종 높은 건축물들이 있다면, 규모+테크놀러지 면에서는 스피어가 그에 비할만 하지 않을까 싶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기술의 결과는 이렇게까지 표현되는구나. 저녁에 한 번 제대로 봐야겠다.

스피어


점심 대충 떼우고, 저녁은 판다 익스프레스 왔다.

나는 먹는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다. 편한게 최고다.

미국 팁 문화가 마음에 안들었는데, 여기는 그런것도 없으니. 간편하다.

판다 익스프레스


밥을 먹고, 저녁 거리를 걷는다.

해가 떨어진 사막의 밤은 역시 춥구나.

거리는 온통 네온사인으로 번쩍거리고, 카지노는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지만, 어쩐지 도시 전체가 기운이 없이 축 늘어진 공간 같다.


인터넷과 영화 속에선 화려한 줄 알았는데, 실상은 텅 빈 느낌.

만화 ‘20세기 소년’에서 거대로봇의 실체를 알게된 켄지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갑자기 오타쿠처럼 만화 얘기해서 죄송. 근데 재밌어요. ’20세기 소년‘ 추천합니다.)


그래도 비가 오거나 하지 않고, 날씨가 좋아 다행이다. 그럼그럼. 언제나 긍적적으로 좋은 면을 보고 살아야지.

밥먹고 열어 본 포춘쿠키.


결과는.


‘1일 1명언 루틴‘은 이미 끝났지만, 1일 1명언에 적합한 좋은 문장이다.


거리를 제대로 둘러보자.

앞선 글에서 말했지만 한 번 더. '스트립'은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번화한 중심 거리로, 모든 유명한 호텔과 식음료점이 나란히 모여있다. 위아래로 길을 따라 걸어보면 번쩍번쩍 눈이 휘둥그레진다.


'파리' 호텔에 에펠탑 구조물을 만들어놨다.

파리스 호텔의 에펠탑


에펠탑이라니, 대충 모양만 만들어놨겠지 뭐.

가건물처럼 말이다.

궁금한건 못참지. 가까이 가보자.


뭐든지, 자세히 오래 들여다 봐야 실체를 알 수 있다. 스쳐지나가듯 멀리서 대충 훑으면 본질을 파악할 수 없고,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니, 궁금한게 있다면 가까이 가보자.


아래로 가서 한참을 들여다 봤다. 제대로 튼튼하게 만들어놨다.

구조가 허섭하진 않구나.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하이롤러.

높이가 550m로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가까이 가보자.

하이 롤러


얼마나 큰지 체감해보려고 굳이 아래쪽까지 와 봤다.

그 크기가 웅장하다.

저 탑승칸이 작은 줄 알았는데, 40명이 탈 수 있는 집 한 칸 정도 크기다. 정말 천천히 돌아간다.

하이 롤러


스피어 보러 가까이 가고 싶은데 걸어가긴 좀 멀다.

그래도 좀 가까이 가서 보고싶은데, 택시타고 갈 정돈 아니다.

에라이, 걸어보자.

인적이 드물다.

어둡고.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대비하라.
- ’탈주자‘


주변을 둘러보며 좀 빨리 걷자. 그러면 된다.

외진 곳이라 무서운거 아님.

스피어


요 정도가 좋겠다. 그래야 주변과 비교되어 볼 수 있다. 너무 가까우면 안됨. (무서워서 더 멀리 못가는거 아님)


저렇게 거대하고 둥그런 물체가 화려하게 빛나고 계속 움직이니까 도무지 실제 같지가 않다. CG같은 느낌. '차원의 문' 이 열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들어가면 저 먼 우주 어디론가로 이동할 듯. 사진만으론 체감이 좀 어려우니 영상으로 보자.



오는 길에 맥도널드에서 쉐이크 샀다.

나는 여행오면 그 지역에서 쉐이크를 꼭 먹어본다.


역시 주문은 키오스크로만 받는다. 이젠 어디든 키오스크 주문이 당연하다. 요새는 나도 키오스크가 어렵다. 이상한 UX나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플로우가 나를 힘들게 한다.


노인이나 아동 등 이런 식의 IT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은 주문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대화형 키오스크 같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인터페이스로, 이젠 혁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 생각해서 스몰 사이즈로 삼


역시 달다.

마치 라스베이거스 같은 맛이구나.

방에 가고 싶다.


호텔에 돌아와서 씻고 책을 읽었다.

혹시 몰라 티비를 켰더니, 프렌즈를 방영한다.

익숙한 얼굴들을 여기서 만나니 반갑다.

챈들러 오랜만이에요


한참을 보며 낄낄대며 웃었다.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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