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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03. 2024

지금 편안하다면, 준비하셔야 합니다


종종 만나는, 이전 회사 후배들이 있다. 자주 연락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다. 급 점심 번개 연락이 왔다.


나는 불러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 찾아갔다.


내가 회사를 나올 때 주니어들이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어느덧 10년차 이상의 고참이 되었다. 시간 참 빠르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젠 떠난 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회사였기에 여전히 애정이 있다. 요새 회사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표정들이 안 좋다.


"차장님 정도 연차되는 분들 대부분 보직 내려놓고 실무하고 있어요."

(그들은 때때로 나를, 내가 퇴사하던 당시 직급인 '차장님'으로 부른다. 마지막 기억은 이렇게나 오래간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 회사는 연공서열 위주로 리더를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내 동기들이나 선배들이 대부분 리더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왜? 그게 무슨 소리야?”

"물갈이 한다고, 30대급들 리더 만들고, 그 위 선배들은 대부분 실무자로 내렸어요. 십몇 년 만에 실무를 하던지, 아니면 외부 프로젝트로 나가던지 선택해야 할 듯요."


나는 속으로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진급적체도 심했고, 소위 '고인물'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십 수년간 관리자 자리를 꿰차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런 식의 강제 조정은 언젠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20년 동안 관리자만 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신입이나 주니어가 합류하지 못했다. 악순환은 계속되었다.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상태.


내가 퇴사할 당시에, 내 위에서 15년 정도 관리자만 하던 선배가 있었다. 실무는 안 하고 결재하고 주간 보고 작성, 근태 관리 등의 일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내가 이직을 알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야, 몇 년만 더 버티면 관리자 되고, 결재나 하면서 회사 편하게 쭉~ 다닐 수 있는데 왜 나간다는 거야? 이해가 안 가네 정말."

나는 속으로 생각했었다.

'편하다고 그런 식으로 머물러 있으면, 성장할 수 없고, 언젠가 큰 일 날텐 데요.'


나한테 그렇게 조언했던 선배는 까마득한 후배에게 20년 넘게 차지하고 있던 관리자 보직을 내어주고, 지금 실무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과연 그 팀이 잘 돌아갈까?)




예전 글에서도 소개했지만, 나는 영화 '월드 워 Z'를 좋아한다. 보고 또 본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브래드 피트는 UN소속 조사관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는 좀비 떼를 피해 아파트에 숨어있던 한 가족에게 이야기한다.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이동해야 합니다."


Movement is life


여기 머물러 있으면 죽어요 아저씨. 지금 당장은 여기가 편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움직여야 합니다.


인생도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Comfort Zone의 무서움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Comfort Zone.
'쑤린'의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 에 나오는 단어로.
 '익숙한 환경과 자신이 잘하는 일, 친한 사람들과의 교류 등 한 개인이 살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범위'를 말한다. 이 '안락 지대'에 오래 머물게 되면 성장의 기회를 잃고, 마치 따뜻한 물속의 개구리처럼 서서히 익어가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이야기


AI가 직업과 직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놓는다. 조만간 그렇게 된다. AI와 경쟁해서 승리할 수 있을까? AI의 연산속도와 일처리 능력은 인간이 비벼볼 만한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AI는 잠도 안 자고, 출퇴근도 없이 24시간 일한다. 점심식사 시간도 필요 없다. 인간과는 경쟁의 차원을 이미 아득히 넘어섰다. 안전한 직장? 평생직장? 우리 회사는 탄탄해?


이럴 때 꼰대들이 앵무새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이고~ 걱정 말고 하던 대로 해~ 그렇게 빨리 안 바뀌어~!"


인간의 주력 무기가 칼에서 총으로 발전하는데 3,000년이 필요했다. 참 오래 걸렸다. 하지만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고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되돌아보자. 불과 20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인간 모두의 손 위에 작은 컴퓨터가 한 대씩 들려져 있다. 인간의 발전은 예측 불가능 할 정도로 빨라진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인류문명의 발전 속도를 확인해 보자.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이 등장하고 나서 인류 사회 발전 속도는 이미 측정범위를 넘어섰다. 고작 증기기관으로 이 정도인데, 하물며 AI의 등장은 어떠하랴. 앞으로는 얼마나 더 빠르게 발전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영원히 안전할 수는 없다. 코닥도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고, 노키아도 주저앉았다. 당신의 회사는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편하다고 안주하면 도태되고 밀려난다. 그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성장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꾸준히 자문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시류를 읽고 움직일 준비를.


다시 한번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는 Comfort Zone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더 열심히 읽고, 더 부지런히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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