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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5. 2024

‘드롭아웃’을 보다

응? 이거 우리 팀 이야기야?



'미국판 황우석 사태'로 불리며 몇 년 전 크게 이슈가 되었던 , '테라노스 사태'를 다룬 디즈니의 8부작 드라마다.


단 몇 방울의 피로 250가지 질병을 확인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기술로 10조 밸류를 인정받으며,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이 되었던 회사 ‘테라노스’. 그 회사의 젊은 여성 CEO였던 '엘리자베스 홈즈'는 한 때,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스탠퍼드 출신의 젊은 여성 테크기업 파운더라니, 매력적인 배경이었겠지.


하지만,

그녀가 주장한 테라노스의 모든 기술은 가짜였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특유의 기행으로 유명했다. 목소리를 남자처럼 내리 깔고 이야기한다던가, 스티브 잡스를 존경한다고 검은 터틀넥만 입고 다니던가 하는 식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목소리를 분석한 유튜브 컨텐츠가 많은데 한 번 찾아보시길. 기괴하다.


실제 엘리자베스 홈즈. 그녀는 한때 포춘, 포브스 등 유명 잡지의 표지를 장식할 정도의 유명인사였다


'The Dropout'은 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WeWork'의 이야기를 다룬 ‘우린 폭망했다’ 와 흡사한 분위기와 내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트업의 흥망성쇠라는 비슷한 실화를 다룬 내용 때문일 거다. '우린 폭망했다'도 디즈니 제작이었는데, 디즈니는 실화를 좋아하는 듯?


이 드라마에는 망하는 조직에 대한 전형적인 클리셰가 몇 가지 담겨있다. 테라노스가 테크 회사였던 만큼 ’IT제품 조직‘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었기에, 내가 몸담고 있는 산업군과 비슷한 특성이 많더라. 드라마에서 본 ‘망하는 IT조직의 징후’를, 잊기 전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무지성 투더문

부사장, 임원급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그럴듯한 실적을 내야 하니, 실무자들이 아무리 불가능하다고 해도, 혼자 광을 팔고 다닌다. 이른바 베이퍼웨어의 탄생이다. 실체 없는 제품 카탈로그와 소개자료만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제품 출시는 차일피일 미뤄진다. 결국 ‘마치 완성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껍데기만 갈아치운 제품을 오픈한다. 드라마 안에서도 ‘지멘스‘의 제품에 이름만 바꿔치기해서 ’테라노스‘ 제품으로 둔갑시킨다. 사실 이 부분은 내가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상황과 많이 비슷한데,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추적당할까 봐 걱정된다.(이상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언젠가 회사를 옮긴 후에 제대로 기록하겠다.


낙하산 인사

엘리자베스 홈즈와 연인이었던 ‘서니 발와니' 이 아저씨를 갑자기 COO로 영입한다. 물론 그는 바이오 산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다. 부하직원들을 윽박지르고 소리치면서 일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던데, 잘 될 리가 있나.

드라마 속, '서니 발와니'. 늘 화가 나 있다


게다가 홈즈는 그녀의 친동생을 리더에 앉히고, 그 동생은 또 망나니 절친들을 영입하는 악순환. 파멸의 나선. 그들은 업에 대한 경험도, 이해도,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성장에 대한 갈망도 없었다. 이 부분도 어찌나 지금 회사와 비슷하던지, 소름 끼칠 지경이다. 손가락이 부릉부릉 하지만 참아보자. 망해가는 조직에는 어떤 일관된 '공식'이라도 존재하는 것일까. 마치 수학처럼 말이다. 아무튼. 엘리자베스 홈즈의 회사는 그렇게 파멸의 나선에 빠져든다. 대부문 망조가 든 회사들은 이쯤에서 알아볼 수 있다. 여러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보직 임명된 리더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라. 인사, '인사'에 답이 있다.


정보의 독점

공유란 없다. 직원들은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비밀유지서약서 같은 문서에 싸인하도록하여, 구성원들에게 정보공유에 대한 공포감을 심어주었다. 쓸데없는 보안 프로토콜은 강화되었고, 개별 정보에 대한 접근은 철저하게 통제되었다. 기록이나 공유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다 잘 되고 있다‘고 하니 그런갑다 한다. 궁금해하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은 해고된다. 얼간이, 머저리들만 회사에 남는다.

환장의 짝꿍


사내 정치 횡행

올바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정치에서 밀려난다. 당연히 초기에는 직언하는 훌륭한 동료가 있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사람이 존재했다. 그들은 윗선과 싸우고 다툰다. 올바른 방향을 위해서 소리 낸다. 하지만 정치 세력에 밀려 모두 징계 혹은 누명을 쓰고 쫓겨난다. 딸랑딸랑 딸랑이들만 리더 자리에 남는다.


위에 서술한 것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최악의 조직’의 특성들이 드라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관람을 추천한다. 드라마 속 ‘테라노스’와 현재 재직 중인, 혹은 재직 했던 회사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겠다.


단, PTSD는 각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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