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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2. 2024

'더 베어'를 보다

IT제품팀이 살아남는 방법



나는 예전 글에서 군 특수부대와 IT서비스 팀의 특성이 비슷하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런데 군 특수부대와 비슷한 성격의 집단이 또 있다. 바로 레스토랑의 주방이다.


혹시 레스토랑 주방의 이야기를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로 본 적이 있는지? 흡사 군대의 그것과 비슷하다. '예스 셰프!' 라고 복명복창하는 완벽한 위계질서를 갖춘 주방은, 군대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IT서비스팀 ≒ 군 특수부대 ≒ 레스토랑 주방

이 세 조직은 흡사한 면이 많다.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discipline' 그것은 목표를 이루는 단 하나의 유일한 방법이며, 위험하며 복잡도가 높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잘 통제된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예측 가능한,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주방 바닥을 닦는다.  우리도 매일 제품의 지표를 확인하고, 티켓을 살펴보고 백로그를 청소한다.


디즈니+의 드라마 '더 베어'는,

열정과 능력을 가진 한 셰프가 엉망진창인 레스토랑의 팀원들과 함께 '무언가를 해내는' 이야기. 나는 역시 이 이야기에서 IT서비스 팀의 모습을 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레스토랑 주방과 IT제품 운영은 닮은 점이 많다.


골치 아픈 일은 매일 이어진다


체계를 잡고, 올바른 방식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셰프와, 아직은 서툴지만 조금씩 배우고 발전하는 그의 주방 팀원들을 보며 그간 내가 배우고 거쳐왔던 팀들이 떠올랐다.


하루하루 별 것 아닌 일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멋진 사람들을 보며, 그간 내가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떠올랐다.


주인공 셰프의 강박적인 성격(테이프 끝을 항상 가위로 깔끔하게 정리한다던가, 냄비 손잡이는 항상 45도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던가)을 피곤해하는 주방 팀원들의 불평불만을 보며, 예전 나의 행동이 떠올라 반성하기도 했다.


주인공의 믿음직한 동료. 믿고 위임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대표 셰프의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그는 매일 새벽에 출근하여, 직접 야채를 손질하고 다듬는다. 누군가 그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런 일은 인턴을 시키면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챙기고 직접 하는 것이냐?' 그는 대답했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걸 좋아해요. 왜냐면 내 일을 더 존중하게 되니까요.'  멋지다. 나는 일을 잘하는 수많은 PM과 개발자 등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들에게서 비슷한 태도를 보았다. 워라벨, 그 너머를 바라보던 그들. 그들을 따라 하려고 노력해보기도 했다. 그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그 에피소드에서 '자기의 일을 존중했던' 여러 존경할만한 동료들을 떠올렸다.


드라마 내내 가장 부러웠던 건, 속마음을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팀 문화였다. 서로 욕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은 마주 보고 앉아 '미안하다, 그래서 그랬고, 앞으론 이랬으면 좋겠다', '나도 미안하다 솔직히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 라고 대화하는 모습 자체가 나에겐 힐링이었다. '너는 혼자가 아냐' 라고 말해주는 팀원이 있는 한,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그게 팀의 존재 이유이니까.


이렇게 싸우다가도 결국 화해하고 서로 돕는, 우리네 인생


그래도 하루하루는 계속된다.

매일매일 사건 사고는 터지고, 음식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고, 주방의 모두는 싸우고 반목한다. 그 와중에 어떻게든 음식을 준비해 내보내는 셰프와 그의 팀원들을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들뜬 기분이 들었다.


아무래도 요새 여러 가지로 실망하고, 좌절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때문에, 이 드라마가 더 와닿았을 수도 있겠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동료를 돕고, 스스로 반성하고 깨달아 성장하는, 그런 평범하고 착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좋은 제품을 만들 뿐.


좋은 동료들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여러분들을 존경합니다.

훌륭한 제품을 위해 밤낮없이 달리는 우리들은, 잘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이든, 해치워 버립시다.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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