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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pr 10. 2024

봉피양, 진한 양곰탕을 찾는다면


양탕이란 무엇이냐.

양탕(羘湯)은 소나 양 등 반추동물의 위 고기인 양을 넣어 끓인 국 또는 수프이다.
- 위키피디아


소의 첫 번째 위를 양이라고 하는데, 그 양을 푹 끓여 내는 국이 양곰탕이 되시겠다. 소뼈나 고기로 끓여낸 국밥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만큼 진하고 고소한 것이 장점.


오늘은 바로 그 양곰탕을 먹으러 왔다.

나는 양곰탕이 땡길 때 여길 찾는다.

봉피양.


”한 명입니다. 양곰탕 하나 주세요.“

들어와 양곰탕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밑반찬이 세팅된다.

버섯이 있네. 역시 국밥 전문점과 기본찬의 구성이 다르다. 여긴 냉면이 메인이던가? 갈비?


나왔다. 양곰탕. 좀 섭섭한 비주얼이다.

건더기는 없는 국물만 나온 기분. 원래 이랬었나?

뭔가 섭섭


휘적휘적해봤더니 실제로도 내용물이 빈약하다. 백암, 호석촌은 물론이고 심지어 신의주 보다도 부족한 건더기가 많이 아쉽다. 왜 자꾸 화목순대국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련한 그리움 같은 건가. 요새 내가 국밥에 대한 기준이 많이 높아졌나 보다.


보기보다 맵지 않다. 오히려 사골 설렁탕 느낌이 강하다. 국물은 술자리 끝무렵의, 오래 끓인 곱창전골 비슷한 맛이다. 약간 걸쭉하다는 기분이 들 정도. 나는 혼자 곱창전골을 먹고 싶으면 이 메뉴를 찾는다.

이게 양이다


계란이 들어가 있는데 완전히 익기 전에 빼놓는다.

왜냐면 반숙으로 먹고 싶어서.


이게 양이다. 얼마 안 들었네. 건더기는 실망의 연속이다.

 

소고기도 조금 들어있다. 부드럽다. 살살 녹는다. 금방 사라진다. 몇 개 안 들어서 그럴 수도.


바로 밥을 말았다. 밥 양이 다른 가게에 비하면 2/3 수준이다. 우리 아들 5살 때 먹던, 유아용 공깃밥 크기와 비슷하다.


작고 귀여운 양이라서, 그냥 다 말았다. 다 말았더니 요정도.


부드럽게 넘어간다.

국물이 마치 진한 스프같다.


고기 가득 담아서 한 숟가락.


김치도 올려서 한 숟가락.


양도 한 숟가락. 아까우니까 조금씩 먹는다.


맛있는데 너무 빨리 줄어든다.


다 먹었다. 한 20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완료


성인 남자 기준으로 한 끼 든든하게 먹기엔 양이 살짝 부족하다. 건더기도 아쉽다. 아무래도 갈비 등을 주력으로 하는 체인점이니만큼, 이런 식의 국밥은 고기 이후의 후식 개념으로 제공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후식 냉면은 늘 양이 적다는 걸 기억하자.)


깊고 진한 양곰탕 국물은 여타 국밥들의 그것보다 무겁고 고소하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크림 스프같다. 하지만 국밥 전문점이 아니기에 레토르트일 가능성이 높다. 본사에서 냉동으로 가져온 완제품을 끓여서 내는 게 아닐까 한다. 이장우 국밥처럼 밤새 사골을 끓여내진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맛있는 걸 어쩌랴.

나처럼 친구가 많이 없는 사람은, 곱창전골이 땡길 때 좀 아쉽다. 혼자 곱창전골집에서 2~3인분짜리 먹기는 좀 부담스럽다. 그럴 때 홀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다.


물론 가격 때문에 자주 올 수는 없겠지만. 양이 적어서 섭섭하겠지만. 맛있으니까. 가끔은 그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한텐 이 정도가 적당한 삶의 행복이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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