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이냐.
아들이 먼저 메뉴를 이야기해 줬다.
“아빠 오늘 돈가스 어때?”
오~ 아들, 그렇다면 아빠가 또 맛집을 알고 있지!
소개해줄게. 같이 가보자.
아들이랑 한참을 걸어갔다. 먼 거리도 이젠 잘 걷는 듬직한 아들. 우리는 ‘진심왕돈까스‘에 도착했다.
이 집은 점심에 웨이팅이 어마어마한데, 의외로 저녁엔 한가하다. 역시 돈가스는 점심식사 메뉴의 대표주자인 듯.
실내는 이렇다.
나는 돈가스에 나오는 경양식 수프를 좋아하는데, 이 집에도 수프가 있다. 아래 사진의 통에서 셀프로 퍼가면 된다.
맛있는 수프. 후추를 너무 뿌렸네.
가게의 청결도는 이런 밑반찬 셀프코너를 보면 알 수 있다. 손님들이 수시로 흘리고 더럽히기 때문에 관리가 힘든 구역이기 때문이다. 계속 닦고 신경 써줘야 이 정도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다.
주문해 보자. 요샌 이렇게 자리에서 바로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서 좋다.
나왔다. 왕돈가스.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다. 애매한 크기로 ‘왕돈가스’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우후죽순 많은데, 모름지기 ‘왕’자가 붙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아무렴, 압도적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면 된다. 아들, 근데 다 먹을 수 있겠어?
느끼할까 봐 비빔냉면도 시켰다. 한 젓가락 먹었는데, 아들이 말했다. “아빠, 사진 안 찍어?” 아 맞다. 고마워 아들.
소스는 경양식집 돈가스 소스인데, 나는 일본식 돈가스보다 이쪽이 훨씬 좋다. 두꺼운 고기보다 적당히 얇고 넓은 고기가 먹기에도 훌륭하다. 바삭바삭한 튀김옷과 그 안쪽에 고기가 적당히 느끼하고, 감칠맛이 돈다. 소스에 절여진(?) 돈가스의 식감이 매력적이다.
열심히 먹었는데, 도저히 다 못 먹겠다. 우리가 졌다. 음식물 쓰레기 만들면 안 되니까, 남은 건 포장해 가자. 여기는 포장용 박스가 제공된다. 센스 있다.
돈가스는 어릴 때 많이 좋아했었다. 그 추억으로 여전히 좋아한다. 아들과 함께 먹으니 더 좋다. 우리 모두 다 어릴 적 추억의 음식이 하나씩은 있지 않은가. 아들이 나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쁘지 않은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아 맞다 그때 아빠랑 먹었던 돈가스 괜찮았지' 라고 추억해 준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또 있을까.
같이 먹자고 해줘서 고마워 아들.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어.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