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문할 곳은 경찰병원역 근처. 지하철 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도착했다. 목적지는 ‘함경도 찹쌀순대’ 가게 외관이 묘하다. 창문이 없고, 황토찜질방 같기도 하고. 전통 있는 집 같아 보인다.
입장. 내부가 넓구나. 좁아서 다닥다닥 앉아야 되는 것보다 좋다. 요새는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없으면 불편하다. 그래서 만원 버스나 지하철은 피하게 된다. 차라리 한 시간 걸어가고 말지. 제발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킵시다.
밑반찬. 기본 구성이다. 다른 테이블은 고추를 주던데, 나는 안주더라. 추가금 같은 게 있는 건가. 고추 그거 뭐 별로 안 좋아한다. 안 먹어도 됨.(달라고 말 못 하는 성격이라 그런 거 절대 아님)
나왔다. 바글바글 끓는다.
국물 맛을 보자. 응? 맛있긴 한데, 기존 순댓국하고 좀 다른 묘한 맛이다. 뭐지 이거? 당장 생각나지 않으니, 일단 조금 더 먹어보자.
다대기 풀고, 새우젓 간하고, 청양고추 넣어서 커스터마이징 완료.
짜잔. 요렇게 변했다. 국물 맛 좀 보자. 맛있다. 아 뭐지. 이거 무슨 맛이랑 비슷한데? 좀 더 먹어보자. 먹다보면 생각나겠지 뭐.
건더기 많다. 국물보다 더 많은 듯.
이게 바로 함경도식 찹쌀순대구나. 신의주, 백암, 아바이, 병천, 함경도 등등 순대로 전국일주도 할 수 있겠다.
새우젓을 올려서 먹어보자. 입에 넣으니 찹쌀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당면 순대보다 훨씬 풍부한 맛이다.
고기가 많다. 한참을 건져먹는다.
아! 이거 뼈해장국 국물 맛이잖아?! 맞다. 그래. 묘한 향과 맛은 그거였다. 맛없다는 게 아니다. 매콤하고 깊고 진한 육수 맛이 좋다. 맛있는데 독특하다. 뼈해장국과 순댓국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니. 일타쌍피. 도랑치고 가재 잡고.
밥을 말자. 맛있어서 뭐에 홀린 듯 한 공기를 다 넣었다. 아, 반만 말아야 되는데 말이지.
국물이 밥알에 배도록. 좀 휘적휘적 저어준다.
맛있다. 쫄깃쫄깃.
줄어든다.
다 먹었다.
솔직히 큰 기대 안 하고 왔는데, 의외의 발견이다. 뼈해장국을 닮은 순댓국이라니. 동네 주민들만 알음알음 찾는 맛집이라더니, 숨겨놓은 이유가 있었네.
이 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여기가 유명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거다.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집이지만, 쓸데없이 웨이팅이 생기는 건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다. 편하게 자주 찾는 단골들에겐 말이지.
왜 우리 집 근처엔 이렇게 24시간 영업하는 맛있는 국밥집이 없는 걸까. 이사를 가야 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나. 국밥 때문에 이사 가는 것도 웃기긴 하겠다ㅋㅋ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