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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16. 2024

함경도찹쌀순대, 뼈해장국 맛이 나는 순댓국을 찾았다


오늘 방문할 곳은 경찰병원역 근처. 지하철 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도착했다. 목적지는 ‘함경도 찹쌀순대’ 가게 외관이 묘하다. 창문이 없고, 황토찜질방 같기도 하고. 전통 있는 집 같아 보인다.


입장. 내부가 넓구나. 좁아서 다닥다닥 앉아야 되는 것보다 좋다. 요새는 사람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없으면 불편하다. 그래서 만원 버스나 지하철은 피하게 된다. 차라리 한 시간 걸어가고 말지. 제발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킵시다.


밑반찬. 기본 구성이다. 다른 테이블은 고추를 주던데, 나는 안주더라. 추가금 같은 게 있는 건가. 고추 그거 뭐 별로 안 좋아한다. 안 먹어도 됨.(달라고 말 못 하는 성격이라 그런 거 절대 아님)


나왔다. 바글바글 끓는다.


국물 맛을 보자. 응? 맛있긴 한데, 기존 순댓국하고 좀 다른 묘한 맛이다. 뭐지 이거? 당장 생각나지 않으니, 일단 조금 더 먹어보자.


다대기 풀고, 새우젓 간하고, 청양고추 넣어서 커스터마이징 완료.


짜잔. 요렇게 변했다. 국물 맛 좀 보자. 맛있다. 아 뭐지. 이거 무슨 맛이랑 비슷한데? 좀 더 먹어보자. 먹다보면 생각나겠지 뭐.


건더기 많다. 국물보다 더 많은 듯.


이게 바로 함경도식 찹쌀순대구나. 신의주, 백암, 아바이, 병천, 함경도 등등 순대로 전국일주도 할 수 있겠다.


새우젓을 올려서 먹어보자. 입에 넣으니 찹쌀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당면 순대보다 훨씬 풍부한 맛이다.


고기가 많다. 한참을 건져먹는다.


아! 이거 뼈해장국 국물 맛이잖아?! 맞다. 그래. 묘한 향과 맛은 그거였다. 맛없다는 게 아니다. 매콤하고 깊고 진한 육수 맛이 좋다. 맛있는데 독특하다. 뼈해장국과 순댓국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니. 일타쌍피. 도랑치고 가재 잡고.


밥을 말자. 맛있어서 뭐에 홀린 듯 한 공기를 다 넣었다. 아, 반만 말아야 되는데 말이지.


국물이 밥알에 배도록. 좀 휘적휘적 저어준다.


맛있다. 쫄깃쫄깃.


줄어든다.


다 먹었다.

완료


솔직히 큰 기대 안 하고 왔는데, 의외의 발견이다. 뼈해장국을 닮은 순댓국이라니. 동네 주민들만 알음알음 찾는 맛집이라더니, 숨겨놓은 이유가 있었네.


이 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여기가 유명해지는 걸 원하지 않을 거다. 물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집이지만, 쓸데없이 웨이팅이 생기는 건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다. 편하게 자주 찾는 단골들에겐 말이지.  


왜 우리 집 근처엔 이렇게 24시간 영업하는 맛있는 국밥집이 없는 걸까. 이사를 가야 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되나. 국밥 때문에 이사 가는 것도 웃기긴 하겠다ㅋㅋ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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