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시장엔 맛집이 많다.
지난번 현대순대국에 이어 다시 한번 시장을 찾았다.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구나.
시장 안으로 쭉 들어오면 오늘의 목적지 ‘예삐네집’이 있다.
가게 입구가 좁다.
실내는 더 좁다. 테이블 4개가 전부다.
이미 꽉 차있고 딱 한자리 남아있다. 럭키.
근데, 아무도 안 계신다. 주문 어떻게 하지?
5분 정도 멀뚱이 서있었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오셨다.
테이블 위가 복잡복잡 하구나.
밑반찬이 나왔다.
깍두기가 아삭아삭하고 매콤한 게 맛있다.
순댓국도 바로 나왔다.
국물은 맵게 나온다. 얼큰한 게 오히려 해장국에 가깝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술을 좀 마셔둘걸.
건더기가 푸짐한데, 처음 보는 고기들이 많다.
순대는 당면순대.
깍두기가 새콤하니 맛있다. 순댓국과 잘 어울린다.
건더기부터 조금씩 건져먹는다.
특제 새우젓에도 찍어먹고, 마늘과 쌈장에 함께 먹기도 한다.
김치는 내 기준으로 너무 익었다.
상대적으로 깍두기에 손이 간다.
곱창도 들었고,
이건 대창인가.
밥 말아서 본격적으로 먹어보자. 밥은 잡곡밥.
다양한 건더기가 씹히며 쫄깃한 식감을 선사한다.
고소하고 매콤하고 짭짤하니 맛있다.
항상 다가오는 아쉬운 시간. 모든 것의 시작이 있다면 끝도 있다.
뚝딱
건더기가 푸짐하고, 고기 잡내도 없으며, 국물은 매콤하니 깊고 맛있다. 본격 해장에 적격인 순댓국이다. 맛은 확실히 있다.
그런데,
위생이 중요한 분들은 고민을 좀 하고 방문하시는 게 좋겠다. 노포를 여기저기 다녀서, 개인적으로 참아낼 수 있는 음식점 위생의 기준이 많이 낮아졌다고 생각했었지만 아직 내가 많이 부족했다. 여긴 그 이상이다. 위생은 포기하고 와야 될 듯.
인터넷에 이런저런 글을 읽어서, 소문은 익히 들었다만 생각보다 더 큰 각오가 필요했다. 나는 음식에 대해서 깔끔 떨지는 않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보면 안 될 것을 볼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주방 쪽은 되도록 바라보지 않았다.
노포도 충분히 주방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삐까번쩍한 현대적 최신식 설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단지 위생에 대한 이야기. 청결에 대한 아쉬움.
가게를 조금 개비하시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텐데. 그 점이 좀 안타깝다. 재방문 의사는 없다. 이 근처 유명한 ‘진도집’도 위생에 대해선 마찬가지인 것 같던데, 방문은 포기다.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교보문고에 들렀다. 스트레스 해소의 공간. 언제나 마음 편해지는 곳.
책 냄새 맡고 평안 찾음.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