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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25. 2024

한성식당, 50년 전통의 정동길 곱창전골 맛집


얼마 전, 시청 앞 장터국밥 집 ‘청송옥’ 글을 올리자 후배 J에게서  연락이 왔다.


J의 기억에 따르면, 전날 술 많이 먹고 출근해 오전 내내 토하던 J를 내가 청송옥에 데려갔다고 한다. 아마 해장시켜 주려고 데려갔을 테다. 아끼는 후배, 숙취에서 구출해 주고 싶은 선배의 심정으로 말이다. 이렇게 기억해 주는 것만큼 감사하고 행복한 일은 없다. 적어도 나쁜 기억은 아닐 테니까.


연락된 김에, 간만에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제안했더니, J는 흔쾌히 승낙했다.


우리 시청 앞 태평로에서 보자. 옛날 생각도 할 겸. 어떠냐? 라고 묻자. J는 재밌는 생각이라며 동의했다. 거기서 선후배로 만나 오래 일했지만, 이제 서로 이직한 상태. 사실 우리 둘 다 이제 그쪽에 갈 일 은 없다. 이럴 때나 약속 핑계로 한 번 가보는 거지 뭐.


J의 제안으로 시청 앞 오래된 곱창전골집 ‘한성’에 가기로 했다.


좀 일찍 도착했다. 대한문 앞에서 좀 기웃기웃하고.


자주 가던 버거킹에 들어와서 콜라 한 잔 시켜놓고 J가 올 때까지 책을 읽었다. 요새 소설 ‘삼체’를 읽고 있는데, 오랜만에 기깔나는 소설을 만나서 너무 행복하게 읽고 있다. (J의 강력 추천이었다.)


여기 버거킹도 참 한결같이 변함없구나. 구조 하나 안 바뀐 듯.


오늘 가 볼 곳은 한성식당.


술 좋아하는 선배들 따라서 몇 번 왔었다. 당시엔 곱창전골을 좋아하진 않았어서, 자주 찾지는 않은 가게다. 하지만 나도 이제 곱창이 맛있다. 나이 들면 입맛이 변하니까. 싫어하던 음식도 좋아지고, 참 재미있다. 사람은 이렇게 물 흐르듯 굽이굽이 흘러간다.


도착했다. 정동길 초입이다. 청송옥 바로 옆. 72년 개업이라니, 나보다 오래된 가게구나.


여기는 로스구이 먹고 곱창전골 먹는 게 코스다.


먼저 로스구이 두 개 먹어보자.


고기가 좋다.


구워졌다.


소금만 찍어서 먹는다. 좋은 고기엔 이런저런 양념 필요 없다. 소금이면 충분하다.


여기엔 맥주지.


아스파라거스 구운 거


고기 한 덩이 더 올려 굽는다.


버섯은 구워서 먹으면 더 맛있다.


야채도


고기가 육즙이 가득이다. 역시 남이 구워주는 고기가 젤 맛있다.


이제 메뉴를 바꿔보자. 이 집의 시그니쳐, 곱창전골 가보자. 렛츠고.


양념 풀면 이렇다.


팔팔 끓여보자. 곱창전골은 푹 끓여서 먹어야 한다. 국물이 진해질 때까지.


자 이제 먹어보자. 앞접시에 덜어서. 곱창이 많다.


국물이 진하다.


건더기가 실하다. 곱창의 향연.


여기엔 소주지.


국수도 들어가 있다. 칼국수 면.


이 정도로 졸여진 상태가 제일 맛있다. 극한의 농도. 걸쭉하고 진한 국물.


볶음밥도 먹어야지. 여기는 아예 볶아서 이렇게 그릇에 담아 내준다. 편리하다.


기름에 코팅된 밥알의 자태가 곱다.


다 먹고 던킨도너츠에서 후식.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많이 떠들었다.


소설 ’삼체‘를 J의 추천으로 읽고 있는데, 둘 다 많이 좋아하는 장르라 할 말이 많았다. 넓디넓은 우주의 위엄이란. 다 읽고 한 번 더 같이 이야기해 보자.


둘 다 ‘드뇌 빌니브’ 감독을 좋아해서, 그을린 사랑, 시카리오, 컨택트, 듄이 흥행 실패한 안타까운 이야기도 했는데, J는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영화에 진심이다.


최근 내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인썸니아‘를 봐서 추천했고, 같은 감독의 ‘테넷’과 ‘인터스텔라‘에 대해서도 의견 나눴다. 나는 솔직히 ’테넷‘은 아직도 이해 못 함. 하지만 마지막 그 장면은 정말 멋진 거 인정.


J는 밴드 활동도 했던 드러머인데, 영화 ‘위플래쉬‘에 나온 더블타임스윙을 설명하면서 식탁에서 젓가락으로 직접 보여줬다. 무려 더블타임스윙을 말이다. 역시 악기 하나쯤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참 멋지다.


그 밖에 우리는 결혼생활 및 육아 이야기, 인간 사이의 상성과 그에 따른 친구 관계의 영속성에 대한 이야기, 세상은 결국 공이며 시뮬레이션일 수도 있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이야기 등등 여러 주제로 같이 떠들었다. 물론 가장 많이 꺼낸 주제는 같이 일할 때 사건사고였지만 ㅋㅋ


덕분에 즐거웠다. 또 보자.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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