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 간다. 순댓국 먹으러.
어설프게 출발하면 꽉 막힌 도로에 갇힐 수 있다. 일부러 저녁 늦게 출발한다.
10:20pm 출발.
다행히 교통 체증은 없었다. 50분 정도 걸렸다. ‘최미삼순대국’ 능동점에 도착했다.
자정이 가까운 이 시간에도 주차장이 가득하다.
실내. 깔끔하다.
구석에 앉아서 키오스크로 주문한다. 순대국밥(순대,고기,곱창) 하나.
밑반찬. 독특하게 콩나물 무침이 있다. 순댓국에 넣어 먹어야겠다.
김치는 셀프바에서 가져오면 된다. 셀프바가 깔끔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김치 겉절이, 느낌이 온다. 맛집이다. 이거이거 김치만으로 밥 한 공기 먹겠다. 위험신혼데.
밥을 바로 앞에서 직접 압력 밥솥에서 퍼준다. 그냥 대충 밥공기에 잔뜩 퍼놓고 한 개씩 내주면 편할 텐데, 굳이 이렇게까지 한다고? 그렇지. 이런 퍼포먼스가 가게의 고유한 특징을 만들어주고,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거지. 사장님이 뭘 좀 아시는군. 신뢰도가 올라간다.
잠깐, 압력밥솥이라니, 그럼 밥도 맛있는 거잖아. 김치에 밥이 이렇게 퀄리티가 좋으면 밥 한 공기 더 먹어야 하나.
나왔다. 순댓국.
하얀 국물 먼저. 사골 국물의 품격 있는 깊은 맛이 좋다. 고소하고, 간은 되어있지 않다.
여기 이제 그림을 그려보자.
재료는 옆에 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가게의 청결도는 이런 양념류 관리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넣으면 된다. 콩나물이라니 색다르다.
새우젓, 들깻가루, 다대기, 후추, 콩나물과 부추로 그림을 그려봤다. 개인화 완료.
국물. 이렇게 만들었다. 꼬소하고 짭짤하며 적당히 매콤한 사골 육수 완성.
근데 밥이 문제다. 바로 퍼주는 압력밥솥 밥이 너무 맛있다. 큰일 났다. 게다가 김치가 훌륭해서 밥이랑 같이 안 먹을 수 없다. 흰밥에 김치 못 참지. 밥만 조금 먹어볼까나.
딱 세 숟가락만 밥에 김치를 먹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흰밥에 겉절이는 역시 최고의 조합이다. 더 먹으면 배불러서 순댓국 맛을 보기 힘드니, 이제 본격적으로 순댓국에 집중해 보자.
순대는 당면 순대
고기고기. 고기가 많다. 새우젓에 찍어먹으면 쫄깃쫄깃한 식감이 배가된다.
양파로 느끼함을 잡는다.
밥을 말았다.
고추에 된장 찍어서 먹었는데, 청양 고추라 맵다. 한 입 먹고 안 먹음.
밥과 고기가 국물과 함께 어우러진다.
늘 찾아오는 아쉬운 시간
다 먹음
순댓국을 거의 다 먹을 즈음, 숭늉을 가져다주신다. 손님들이 먹는 걸 다 지켜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말인데, 직원분들이 힘들 것 같기도 하고. 나는 편하긴 한데.
오, 뜨근하다. 한 입 먹으니, 어우~ 소리가 절로 나온다. 좋다 좋아.
사골 육수는 어떤 음식에서도 힘을 발휘하지만, 특히 순댓국과 조합이 좋다. 아무래도 각종 고기와 순대가 가진 특유의 냄새와 조화를 이루기 좋아서 그런 듯. 이 집은 쿰쿰하지 않은 맑고 가벼운 느낌의 국물에 특유의 콩나물을 더해, 독특한 맛을 낸다. 무겁고 부담스럽지 않아 집 근처에 있다면 자주 찾을 듯하다. 어린이들도 좋아할 듯 한 맛이다. (어린이들은 꼬릿한 순댓국을 좋아하지 않는다.)
밥과 김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순댓국집에서 밥과 김치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여러 글에서 언급했었지만, 이 집의 밥과 김치는 최근 먹어본 그 어떤 순댓국집보다 훌륭하다. 직접 보는 앞에서 압력솥에서 퍼주는데 말해 무엇하랴. 김치는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고. 기본이 좋아야, 비로소 완벽해지는 법이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밥과 김치 같은 소소한 곳에 신경을 쓰는 집은 잘 될 수밖에 없다.
맛도 맛이지만,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하시다. 사장님은 좋은 사람들을 뽑는 눈을 갖추신 듯. 채용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이러면 재방문 의사가 올라갈 수밖에.
밖으로 나오니, 새벽 공기가 차다. 얼른 돌아가야겠다.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