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회사 후배 C를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정말 우연이었다.
너무 반가워서 내가 호들갑을 떨었는데, 카톡이 왔다.
물론이지. 안 그래도 내가 먼저 보자고 할 참이었다.
그래서 고기를 먹기로 했다. 오늘 갈 곳은 ‘영동족발’
서울 3대 족발이다 뭐다 많은 별명이 있는데, 명성과 어울리는 맛이다. 족발이 먹고 싶다면 후회 없는 선택.
도착했다. C는 약속 시간에 맞춰 미리 도착해 있었다. C는 늘 그랬다. 나는 C처럼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 좋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기본찬이 준비된다.
나왔다 족발. 대자 시켰다.
더우니까 맥주 한 잔씩만 합시다.
윤기가 흐른다. 기름기를 보라.
백김치+족발+마늘+쌈장.
진짜 맛있음.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
최근 근황도 서로 신나게 이야기하고, C의 뉴욕 여행 후기도 들었다.
족발을 먹으며 나누는 뉴욕 이야기가 신선했다.
대화하다 보니 또 뉴욕에 가고 싶더라.
아 진짜 맛있다.
쌈도 싸서 먹는다. 상추는 왜 이렇게 고기와 잘 어울리는 걸까.
우리나라 최초로 상추 재배하신 분,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사합니다.
족발을 먹는다면, 막국수도 먹어봐야지. 그게 암묵적 룰이니까.
면이 진짜 쫄깃쫄깃하다. 거의 쫄면에 가까운 식감. 이건 먹어봐야 안다.
C는 iOS개발자인데, 취미로 앱을 만든다.
얼마 전에 카메라 앱 하나를 혼자 직접 만들어 릴리즈했다고 한다.
앱 이름은 ‘photography: the art’
https://apps.apple.com/kr/app/photography-the-art/id6479356815
필터는 C가 직접 세팅했다던데,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나도 그 영화 엄청 좋아한다.) 워낙 꼼꼼한 성격의 C 이기에, 기능이나 화면 구성/흐름은 고민 많이 하고 구현했으리라 믿는다. 실제로 설치해 보니, 깔끔하고 미니멀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일단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와 연관이 있는 앱의 탄생 스토리가 좋다. 뭐든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앱을 만들어 릴리즈하다니, 하여튼 대단하다 C.
아래 사진은 'photography: the art' 로 찍었다. 색감이 좋다.
이것도 ’photography: the art‘로 찍어봄.
새우젓이 매콤해서, 족발에 찍어먹으니 짭짤하니 맛있다.
어릴 땐 이런 부위 안 먹었었는데, 나이 드니 쫄깃해서 좋구나.
백김치도 시원하다.
간이 슴슴해서 물리지 않는다.
배부르지만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
딱 이거까지만 먹자.
다 먹고 가게를 나왔다.
입을 좀 정리해야 하니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둘 다 레인보우셔벳을 골랐다.
짠 음식을 먹으면 이거만 한 후식이 없지.
역시 C, 뭘 좀 아는구나.
C는 내가 팀장으로 있던 시절, 우리 팀에 대졸 신입으로 입사했던 똑똑한 인재였다.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소신 있는 친구였고, 맡은 바 업무를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충만한 개발자였다.
내가 중간에 회사를 옮기며, 끝까지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이 마음 한구석에 있다. 이렇게 가끔 얼굴 보고 이야기 나누며, C가 멋진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꾸준히 보고 싶다. 왜, 우리 모두에겐 그런 후배들이 있잖은가.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인생이란 게 별거 없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가는 것. 혹시 지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가벼운 문자 하나 남겨보는 건 어떨까? 상대방도 반가워할 테니.
C를 응원합니다.
오늘도 함께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