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 Jul 10. 2024

등촌샤브칼국수, 미나리 향 가득한 얼큰한 국물을 찾았다


아들이 갑자기 말했다.

“아빠, 오늘 거기 가자. 그 왜 미나리 샤브샤브 있잖아“

“미나리 샤브샤브? 그게 뭐야?“

“미나리 넣어주는 샤브샤브 가게~“


아들은 ’등촌샤브칼국수‘를 미나리로 기억하고 있나 보다. 미나리를 많이 넣어주긴 하지. 귀여운 자식.


그래 오늘은 ‘등촌샤브칼국수’에서 같이 먹자꾸나.


여기 자주 왔었는데, 오랜만이네.


버섯칼국수에 고기 2개를 추가했다. 진짜 미나리가 많이 들어있긴 하네. 아들, 네 말이 맞다. ‘미나리 샤브샤브’라니, 맥락 전달이 잘 되었구나.

미나리가 가득


고기 2인분도 추가했다.


고기도 조금 넣고, 보글보글 끓여준다. 1단계 매운맛으로 시켰다. 신라면 정도 맵기.


국물이 얼큰하고 시원하다. 미나리가 많이 들어갔으니 시원할 수밖에. 한 입 먹으니, 아우 좋다.


잘 익은 미나리와 버섯이 맛있다. 소스에 찍어먹으면 더 좋다.


살짝 데친 고기가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는다. 간장 소스에 와사비를 조금 풀어 찍어 먹으니 맛있다. 샤브샤브 국물이 배어들어 간도 잘 되었다.


김치랑 먹으니 시원한 매콤함이 더해져 맛이 배가된다.


김치는 겉절이. 나는 겉절이를 좋아한다.


계속 열심히 건져먹어도 줄지 않는다. 맛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물이 졸여져서 맛이 진해진다. 이런 걸 ‘진국’이라고 부르려나.


열심히 끓여서 후후 불어가며 먹는다. 더운 날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가게에 앉아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 좋다.


칼국수를 넣는다. 잘 끓여보자.


크으으 잘 익었다. 쫄깃쫄깃하다. 양이 적당해서 맛보기에 딱 좋다.


그냥 마무리하긴 아쉽다. 볶음밥은 못 참는다.


주방에 부탁하면 볶아주신다. 센 불로 빠르게 볶아내시는 듯하다. 중국집 볶음밥에 가까운 모양으로 완성됐다. 이렇게 해서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는 게 또 제맛이지.


자태가 곱다. 고소하고 짭짤하고 불향도 적당히 배어있다. 꼭꼭 씹어서 먹으면 밥알에서 단맛도 나온다. 탄수화물은 정말 대단하다.


다 먹었다.

완료


아들이 요새 야구에 빠져있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엊그제도 LG 경기를 직관하고 온 아들은 어느새 LG팬이 되어 있었다.(어쩐지 방에 LG트윈스 모자랑 저지가 있더라니.)


축구, 농구, 야구 등등 이제는 아들이 나보다 많이 안다. 외국 리그의 선수들, 팀 근황, 전술 등을 열심히 이야기하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니, 새삼 많이 컸구나 싶다. 언제 이렇게 큰 거니.


요즘 저녁에 캐치볼도 자주 하는데, 이제는 아들이 던지는 공이 묵직하다. 아들은 더 잘 던지고 싶어 한다. 그때마다 나는 얘기해 줬다. 어깨에 힘을 빼고 던지면 더 멀리, 빠르게 던질 수 있다는 걸.


나는 그걸 늦게 깨달았다. 뭐든지 힘을 빼야 되더라. 인간 관계도, 직장 생활도.


아들, 계속 이렇게 먹고 싶은 메뉴 제안해 주라. 먹으면서 아빠랑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하자.


오늘도 같이 잘 먹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원조쯔왕돈까스, 진심이 담긴 엄청난 돈가스를 만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