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보고 또 본다.
그 드라마에서 라이벌이자 절친인 임동규와 강두기가 칼국수를 함께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처음 딱 보자마자, '아! 저기!' 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자주 가던 '현대칼국수' 였기 때문이다.
거길 왔다. '현대칼국수'
실내는 여전히 그대로네.
이 벽면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다.
반찬이 바로 나온다. 김치 겉절이.
나왔다. 칼국수.
후추를 바로 뿌린다.
국물은 멸치육수다. 단순한 맛이다. 짭짤하고 진하다.
면이 두껍다. 칼국수라기보단 우동에 가까운 모양이다.
근데, 나한텐 이런 모양보단 거친 느낌의 면발이 더 와닿는다.
한 입 먹어보니, 면이 뚝뚝 끊어지는 식감이 아쉽다.
임병주산동칼국수의 거칠지만 탄탄한 면발과 비교된다.
대파 양파 호박이 들어가 있다. 야채가 큼직큼직하다.
단출하지만 기본에 충실한 내용물이다.
김치는 겉절이다.
역시 칼국수에는 푹 익은 김치보다, 겉절이가 제격이다.
칼국수 면발이 먹으면 먹을수록 아쉽다.
둥글고 미끈한 게, 이건 차라리 우동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국물은 이런 느낌이다. 멸치를 얼마나 우려야 이런 진한 국물이 나오는 걸까.
깍두기도 밑반찬에 있어서, 한 입 먹어봤다.
근데 너무 시어서 한 입만 먹었다.
역시 칼국수에는 배추 겉절이류가 어울린다.
양이 꽤 많다.
김치와 함께 건져 올려 한 입에 먹는다.
밀가루 국수와 겉절이가 페어링이 좋다.(내 맘대로 페어링이라고 불러봤다.)
다 먹었다.
다 먹고 근처 남대문 시장에 구경 왔다.
오랜만이다.
유명한 호떡집이 이 근처에 있다. 기왕 왔으니 찾아서 먹어봐야지.
이 집은 항상 기다리는 줄이 길다.
야채 호떡이 유명하지만 기름기가 너무 느끼해 나는 꿀호떡을 골랐다.
비둘기 한 마리가 자꾸 슬슬 다가온다. 너도 한 입 먹고 싶니.
씨앗과 꿀이 들어있다. 호떡이 달다.
오랜만에 남대문 시장을 한 바퀴 구경했다.
시장에 사람들이 꽤 많다. 나는 자영업을 하지 않아서 불황을 체감하긴 어렵다.
그래도 시장이 북적거리니 다행이다 싶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추억이 있는 가게가 오래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이다.
비싸고 대단한 음식이 아니더라도 좋다.
가끔 들러 옛날 생각도 하면서 뜨끈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음식이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가 한 입 먹으면, 이유 없이 행복해지는 그런 음식.
당신도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그런 위로의 음식 하나 만들어보면 어떨까.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