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순위 정하는 거 참 좋아한다. 전국 10대 냉면, 서울 3대 순댓국 등등 누가 정한 건지 모르겠는 리스트들이 웹에 돌아다닌다.
그중 곰탕 카테고리로 눈을 돌려보면, 서울엔 4대 곰탕집이 있다고 한다. 맛있으니까 회자되는 거겠지. 그럼 가보는 게 인지상정. 오늘은 서울 4대 곰탕집 중에 서초를 대표하는 ‘이여곰탕’을 찾았다.
처음엔 가정집 주택인 줄 알았다. 가까이 가 보니 간판이 있다.
유퀴즈에 나왔었나 보다.
실내는 오래된 가게 느낌이 물씬 풍긴다.
김치는 잘 익어서 새콤하다.
나왔다. 곰탕.
많이 먹고 싶어서 ‘특’을 주문했다.
맑은 국물과 파가 잘 어울린다.
한 입 맛보았다. 뜨끈하고 깊다. 간은 내 입에 적당해서 따로 소금을 넣진 않았다.
밥이 말아져 나온다.
크고 실한 고기가 많이 들어있다. ‘특’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짭짤한 국물에 적셔진 흰쌀밥이 달다. ’이밥에 고깃국‘이야말로 단짠단짠의 원조가 아닐까.
겨자와 간장. 소스에 고기를 따로 찍어먹으면 이게 수육이지.
계속 먹어보자.
느끼하지 않도록 김치도 중간중간 먹는다.
아무리 봐도 국물이 영롱하다. 아름답다.
김치를 얹어서 먹으면, 시원한 김치와 뜨끈한 국물이 입 안에서 만나 적당한 온도를 찾는다.
이제 좀 매콤하게 먹어보자.
고춧가루볶음 다대기가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다.
일반적인 다대기와는 좀 다르다. 고춧가루 그 자체인 듯.
일단 넣어보자.
골고루 섞어주면 이렇게 된다.
금세 기름진 국물이 된다. 다대기를 넣었더니 매콤한 소고기 뭇국 느낌이 난다.
이런 느낌.
많이 맵거나 칼칼하진 않다. 아무래도 고춧가루 베이스라서 그런지 텁텁한 느낌은 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한다면 다대기 없이 맑은 그대로 끝까지 먹겠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지. 마지막까지 열심히 먹는다. 고기가 계속 나오네.
다 먹었다.
나에겐 곰탕하면 하동관이었다. 근데 하동관이 너무 비싸졌다. 양이 많지 않은, 성인 남자 한 사람이 먹기에 조금 부족한 한 그릇에 18,000원. 조금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25공(특 정도)이 25,000원이니 곰탕 한 그릇치고는 만만한 가격이 아니다.
오늘 먹은 맛있는 이여 특곰탕이 12,000원인 걸 생각하면 하동관 가격에 의문이 좀 생기는 건 사실이다.
요즘 같은 국밥의 춘추전국 시대에, 가격이 곰탕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이 집처럼 맛까지 보장된 역사 깊은 노포라니. 방문 안 할 수 없다.
잘 됐다. 앞으로 곰탕은 여기 오면 될 듯.
맛있는 음식을 찾아서 기분이 좋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