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아들과 둘이 있었다. 갑자기 아들이 방에 찾아왔다. 문을 열고 빼꼼 고개를 내밀고 묻는다.
“아빠, 우리 저녁 뭐 먹어?”
나는 이럴 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뭘 먹자고 해볼까. 뭘 제안하면 아들이 반갑게 승낙할까.
"막국수 어때?"
"맛있어?"
"그럼 맛있지~"
"그래, 그거 먹자"
이렇게 갑작스레 성사된 막국수 회동.
아들과 함께 '뱅뱅 막국수'를 찾았다.
뱅글뱅글 돌려 먹어서 '뱅뱅 막국수' 라던데, 상호의 기원이 신기하다.
사람들이 제법 많다. 여기 맛집이었나?
앉자마자 셋팅되는 밑반찬들.
김치와 장아찌 위주다.
근데 주전자는 뭐지?
주전자의 내용물은 황태육수였다.
따뜻하다. 요건 매콤한 비빔메밀에 잘 어울리겠다.
아들의 제안으로 만두도 시켜봤다.
김치만두는 뭔가 얇다. 그렇다고 납작만두는 아닌 것 같고.
어쩐지, 원가를 절감한 듯한 느낌인데.
뒷사정은 나도 모르겠다.
나왔다. 물막국수.
올라간 계란 지단 모양이 재밌다. '뱅뱅' 돌아가는 모양이다.
혹시 이 가게의 사장님 성함이 ’유뱅뱅‘씨가 아닐까. 유비빔씨 처럼 말이다.
육수는 살얼음이 얼어 시원하다.
국물을 한번 먹어보자.
응, 근데 뭔가 슴슴하다.
냉면 육수 맛을 기대했는데,
일반적인 냉면처럼 시큼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면 양이 제법 많다.
쫄깃하다.
막국수만의 독특한 향과 매력이 있다.
먹다 보니, 어쩐지 평양냉면 느낌이 난다.
아들은 비빔막국수를 시켰다.
사진만 찍을게, 안 뺏어먹을게. 걱정 마 아들.
비벼놓으니 제법 맛있어 보인다.
"아빠. 앞접시 줘봐"
아들이 비빔국수를 조금 덜어서 나한테 준다. 야채까지 골고루 담았다.
가끔 이렇게 나한테 다정하게 구는데, 그럴 때마다 귀엽다.
매콤한 비빔냉면 맛을 기대했는데, 웬걸. 안 맵다.
물막국수도 그렇고, 이 집 뭔가 전체적으로 슴슴하다. (간이 덜 된 듯한 느낌)
고기만두가 얇다. 납작만두 그런 건가.
다시 막국수에 집중하자.
오이가 동그랗게 썰려있다. 이렇게 큼직하면 식감이 좋지.
열무김치가 새콤달콤 시원해서, 상대적으로 간이 약한 막국수와 잘 어울린다.
부족한 김치는 셀프바에서 가져다 먹으면 된다.
반찬 중에 굳이 고르라면, 열무김치와 가장 잘 어울린다.
다 먹었다.
"후식?"
"아이스크림?"
"오케이"
아들과 집에 오다가 맥도널드에서 딸기소프트콘을 하나씩 사서 먹었다.
우리 둘은 이 아이스크림을 제일 좋아한다. 이거 참 맛있다.
뱅뱅막국수의 물막국수도 그렇고 비빔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간이 세지 않다.
심심하고 밍밍하다. 뭐 ‘간이 덜 되었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편안한 맛'이라고 평하고 싶다.
자극적이지 않은 메밀을 자연 그대로 옮겨놓은 맛이라 기분 좋게 먹었다.
사람들이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게 아닐까.
맵고, 짠 요새 음식들에 지쳐 쉴 곳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으로 보인다.
덕분에 아들과 '편안히' 국수를 즐겼다.
이런 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