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생일이라 식사하러 북촌에 왔다.
스웨덴 스칸디나비안 레스토랑 ‘만가타’.
스웨덴식이라니, 얼마나 미니멀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닌가? 라이프 스타일과 요리는 좀 다르려나?
mångata 는 스웨덴어로 '어두운 밤 물결 위로 떠 오른 달빛'을 의미한다는데,
뜻에 걸맞게, 입구가 몽환적이다.
만가타.
실내.
한옥을 개조했다. 중정에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스칸디나비안 요리와 한옥이라. 나는 이런 식의 이질적인 조합이 좋다.
들보와 서까래가 예스럽다.
테이블 세팅이 정갈하다.
일도 인생도 디테일에서 수준이 보이는 법이다.
이렇게 깔끔하게 잘 정돈된 자리를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오늘의 코스
프티 버거
작고 귀여운 전식. 과자 맛이 나는 바삭한 번 부분과 잘 구운 햄의 조화가 좋다.
손으로 잡아 한 입에 먹으라는 가이드를 따랐다.
농어.
구운 농어와 부추 소스, 거기에 피스타치오가 들어갔다.
소스와 함께 후루룩 맛보고 싶어서 숟가락으로 먹었다.
소스에서 부추향이 진한 게 재미있다.
맛있구나.
파스타.
감자와 대파로 만든 소스가 들어간 파스타.
파스타 모양이 독특하다.
감자보다 대파향이 진하게 난다. 맘에 든다.
파스타 모양이 독특해서, 소스를 그 안에 담아먹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플라스크.
돼지 등심 구이와 소스로 같이 즐길 퓨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흡사 미니멀리즘을 표현한 듯하다.
겉이 바삭하게 익어서 식감이 좋다.
속은 육즙이 가득하다.
고추와 앤초비를 발효시켜 만든 퓨레를 올려 먹는다. 퓨레에선 의외로 별 맛이 안 난다. 고기맛을 살려주기 위함인가. 살짝 매콤하고 멸치향이 진하다.
양갈비.
나오기 전에 나이프와 포크가 새로 세팅된다.
구운 양갈비.
가니쉬는 베이컨 잼에 백김치 스타일의 피클을 올렸다.
소스는 양뼈를 졸여 만들었다.
양고기는 미디움으로 부탁드렸는데, 잘 구워졌다.(이븐하게? ㅎㅎ)
뼈 가까이는 바삭하고, 안쪽은 육즙이 가득해 부드럽다.
가니쉬는 장조림 느낌인데, 백김치의 새콤함이 양고기의 느끼함을 적당히 잡아준다.
고기에 살짝 올려먹으면 조화롭게 맛있다.
젤라또.
후식으로 깻잎 젤라또가 제공된다.
깻잎 향이 진하다.
새롭다.
세상엔 참 다양한 음식이 있구나.
생일이라고 후식을 주셨다.
라즈베리로 만든 셔벗. 이건 아들의 차지.
감사합니다.
다 먹었다.
이런 류의 요리가 늘 그렇듯, 처음 시작할 땐 ’양이 좀 적은 게 아닌가?‘ 싶다가도 막상 모든 코스가 마무리되면 배가 부르다. 기분 좋은 적당한 포만감. 잘 만들어진 새롭고 신선한 요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경험이 쌓였다.
이 경험은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알게 해주는 지표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떠랴.
즐겁게 웃고 떠들며 맛있게 먹었으면, 그걸로도 이미 충분하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