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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Oct 16. 2024

만가타, 북유럽 요리는 정말 미니멀할까?


아들 생일이라 식사하러 북촌에 왔다.

스웨덴 스칸디나비안 레스토랑 ‘만가타’.

스웨덴식이라니, 얼마나 미니멀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아닌가? 라이프 스타일과 요리는 좀 다르려나?


mångata 는 스웨덴어로 '어두운 밤 물결 위로 떠 오른 달빛'을 의미한다는데,

뜻에 걸맞게, 입구가 몽환적이다.

만가타.


실내.

한옥을 개조했다. 중정에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스칸디나비안 요리와 한옥이라. 나는 이런 식의 이질적인 조합이 좋다.


들보와 서까래가 예스럽다.


테이블 세팅이 정갈하다.

일도 인생도 디테일에서 수준이 보이는 법이다.

이렇게 깔끔하게 잘 정돈된 자리를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


오늘의 코스


프티 버거

작고 귀여운 전식. 과자 맛이 나는 바삭한 번 부분과 잘 구운 햄의 조화가 좋다.


손으로 잡아 한 입에 먹으라는 가이드를 따랐다.


농어.

구운 농어와 부추 소스, 거기에 피스타치오가 들어갔다.


소스와 함께 후루룩 맛보고 싶어서 숟가락으로 먹었다.

소스에서 부추향이 진한 게 재미있다.

맛있구나.


파스타.

감자와 대파로 만든 소스가 들어간 파스타.


파스타 모양이 독특하다.

감자보다 대파향이 진하게 난다. 맘에 든다.


파스타 모양이 독특해서, 소스를 그 안에 담아먹으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플라스크.

돼지 등심 구이와 소스로 같이 즐길 퓨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흡사 미니멀리즘을 표현한 듯하다.


겉이 바삭하게 익어서 식감이 좋다.

속은 육즙이 가득하다.


고추와 앤초비를 발효시켜 만든 퓨레를 올려 먹는다. 퓨레에선 의외로 별 맛이 안 난다. 고기맛을 살려주기 위함인가. 살짝 매콤하고 멸치향이 진하다.


양갈비.

나오기 전에 나이프와 포크가 새로 세팅된다.


구운 양갈비.

가니쉬는 베이컨 잼에 백김치 스타일의 피클을 올렸다.

소스는 양뼈를 졸여 만들었다.


양고기는 미디움으로 부탁드렸는데, 잘 구워졌다.(이븐하게? ㅎㅎ)

뼈 가까이는 바삭하고, 안쪽은 육즙이 가득해 부드럽다.


가니쉬는 장조림 느낌인데, 백김치의 새콤함이 양고기의 느끼함을 적당히 잡아준다.

고기에 살짝 올려먹으면 조화롭게 맛있다.


젤라또.

후식으로 깻잎 젤라또가 제공된다.


깻잎 향이 진하다.

새롭다.

세상엔 참 다양한 음식이 있구나.


생일이라고 후식을 주셨다.

라즈베리로 만든 셔벗. 이건 아들의 차지.

감사합니다.


다 먹었다.

완료


이런 류의 요리가 늘 그렇듯, 처음 시작할 땐 ’양이 좀 적은 게 아닌가?‘ 싶다가도 막상 모든 코스가 마무리되면 배가 부르다. 기분 좋은 적당한 포만감. 잘 만들어진 새롭고 신선한 요리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경험이 쌓였다.

이 경험은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알게 해주는 지표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아무렴 어떠랴.

즐겁게 웃고 떠들며 맛있게 먹었으면, 그걸로도 이미 충분하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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