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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NFJ 여행기

걷기, 강남역에서 판교역까지

걸으면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by 이서

걷기는 다양한 효과가 있다.

구글에 물어보니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한다.


신체적 효과

혈액순환이 증가하고 심폐 기능이 향상됩니다

심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골다공증을 막고 뼈와 근육 건강을 유지합니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호흡기 기능이 증진합니다

면역기능이 증진합니다

허리와 다리 근력이 증대합니다

내장 운동이 증가하여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습니다


정신적 효과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개선해 줍니다

몸의 밸런스 조절을 돕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걷기'의 효과는 바로 '생각 멈추기'다.

물론, 생각을 멈추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중 '걷기'를 가장 좋아한다.

왜냐면 돈도 들지 않고, 큰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도 아닌데다가, 신체 건강이 좋아지는 효과도 추가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신발을 신고 나간다.

그리고 아무 생각하지 않고 걸으면 된다.


강남역에서 판교역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왜 판교역이냐고? 이유는 따로 없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15km, 3시간 59분 예상


그 걷기를 기록한다.



강남역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

아직 공기가 차다.

매일 저녁 술에 취한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강남역의 아침은 한산하다.

인적 드문 이곳이 어쩐지 어색하다.


강남대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급할 것 없으니, 빨리 걸어갈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걸어보자.


어느새 양재역이다.

여기는 '영동족발'이 맛있지. 서울 3대 치킨이라는 '양재닭집'도 이 근처다.

아침부터 맛집 이야기라니.

오늘은 걷기에 집중하자.


양재천을 건넌다.

얼음이 얼지는 않았다. 날이 좀 풀린 건가.

이제 곧 저 풀들이 푸릇푸릇해지겠지.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신분당선 '양재시민의 숲'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고층 빌딩이 잘 안 보인다.

숲도 많고, 하천도 있다.

굳이 서울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다.


또 한참을 걸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청계산 방향이다.

높은 건물이 없어서 시야가 탁 트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외곽'의 느낌이 난다.


꽃집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들이 많은 곳인데, 영업을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르겠다.

거리가 공사 중으로 지저분하다.

걷기에 불편하다.


'청계산 입구'역에 도착했다.

청계산 올랐던 게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조만간 등산하러 따로 와봐야지.


삼삼오오 모여 청계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즐거운 시간들 보내시길.


청계산 입구를 지나자, 이제 본격적으로 인적이 드문 구간이다.

사람이 안 보인다.

나는 이런 길을 좋아한다.

좋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하염없이 걸으면 된다.

멍하게 걷는다. 좋구나. 좋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바닥이 나무데크다.

삐걱삐걱. 소리가 난다.

보도블록만 걷다가, 이런 나무를 밟으니 색다르다.

걷기에 재밌다.


나는 원래도 생각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생각 안하기'를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이렇게 혼자 걷고 있노라면,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연습하기 오히려 좋다.

생각이 그대로 흘러가게 놔두자.

다리를 움직이자. 한 걸음씩 걸어가자. 생각하지 말자.


청계산으로 올라가는 또 다른 입구인가 보다.

등산객들이 제법 많다.

동네가 한적하다.

시골 읍내 느낌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언덕'이 많다.

아무래도 청계산 옆을 지나가서 그런가 보다.

좀 힘들고 땀도 조금 난다.

그냥 한 걸음씩 올라간다.

오히려 좋다.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니.


경부고속도로가 아래에 보인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 이런 길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겠지.

느리게 가야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 구간이 참 좋다.

산골마을 지나가는 것 같다.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분위기의 동네가 있다.

공기가 맑고 차다.


산에 듬성듬성 주택이 있다.

이런 데서 조용히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맞다. 생각하지 않기로 했지.

계속 걸어가자.


인도가 원래 있었는데, 관리가 안되어서 이모양이 된 건지.

각종 짐에, 나뭇가지에 인도가 점령당했다.

어쩔 수 없지.

차도로 걷는다.


공사 중엔 옆으로 걷는다.

안전도 중요하다.


하천 개보수 작업 그런 건가.


오 이제 판교 분위기가 난다.

거의 다 왔나 보다.


탄천은 아닌 것 같고, 아무튼 무슨 하천이겠지.

오리들이 한갓지게 둥둥 떠있다.


다 왔다.

드디어, 판교역 도착.


약 15km,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힘들다.

생각을 했느냐고?

안 하려고 노력했다. 생각하지 않도록 열심히 걸었다.


이것 또한 오래된 정신 수양의 방법이 아니던가.

옛날 수도사들이나 철학자들은 이렇게 하염없이 먼 길을 걸었을 거다.

그렇게 생각을 멈추고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깨달을 날이 올 수도 있겠지.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이다.


자주 걸어봅시다.

손해 볼 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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