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걷기'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제3인류’에서는 인간 고통의 원인을 ‘끊임없는 생각’으로 정의했다.
우리는 하루 평균 4만 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중 90%는 전날과 똑같은 생각이며, 90%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똑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 생각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갉아먹으며 건강을 해친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 여러모로 이롭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잠’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생각을 멈출 수 있다. 그 이외에는 스스로 생각 멈추기를 깨닫는 수밖에 없다.
나는 ‘걷기’를 통해 생각 멈추기를 연습한다.
오늘은 강남역에서 과천역까지 걸어가 보자.
오, 중간에 서울랜드가 있네. 오랜만이다.
그냥 가면 심심하니, 서울랜드에 들러서 구경 좀 하고 과천역으로 가자.
천천히 걸어, 3시간 조금 넘게 걸리겠군.
날씨가 걷기에 딱 좋다.
1년에 얼마 안 되는 귀한 계절이다.
한 초등학교를 지난다.
입학시즌이로구나.
1학년 꼬꼬마들의 건투를 빕니다.
양재 IC 고속도로 옆을 지난다.
여긴 언제나 차가 많이 밀린다.
이 구간, 매연이 좀 있네. 마스크를 꺼내 썼다.
이 길은 걸을 때마다 근사하다.
높이 솟은 나무들이 시원하게 뻗어있다.
여름엔 또 다른데, 푸른 잎사귀들이 가득 찬다.
자연의 변화를 한껏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 정도로 큰 가로수는 도심 한가운데에서는 찾기 힘들다.
삭막한 도시에서 지내다 보면 감정이 메마르기 마련인데, 이런 나무들을 보면 말랑말랑해진다.
고마운 조경 정책이다.
조금만 도심에서 벗어나도, 이런 분위기.
비닐하우스에서 화훼를 재배하나 보다.
걷다 보니 어느새 과천시에 들어왔다.
걷는 길이 이렇게 잘 되어있다.
양재천 비슷하네.
4호선 선바위역 도착했다.
이제 4호선 라인만 따라가면 된다.
늘 궁금했다.
대체 선바위역의 '선바위'는 무엇인가.
그래서 찾아봤더니, 근처에 선바위가 있다네. 가보자. 궁금한 건 못 참지.
'선바위'
'선바위'는 '서있는 바위' 즉, 세워져 있는 바위라는 뜻이다. 선바위가 있어서 이곳 마을 이름이 선바위이며 광창마을과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맑은 시내 한가운데 있었으며 높이는 2.5m~3m 둘레는 2~2.5m가량 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근처에서 동네 아이들이 멱을 감거나 바위에 올라서기도 하는가 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기대어 쉬기도 하였다 하는데 노인들이 '고수레'를 했다는 것으로 보아 신성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설명 표지판 뒤에 실제 바위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괜찮다. '선바위'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그걸로 족하다.
선바위역 근처는 황량하다.
아예 건물이 별로 없다.
물 하나 사려고 편의점이 있나 둘러보다가 포기했다.
지나가면서 이걸 보고 궁금했다.
왜 가운데 남자 칸은 위아래를 뚫어놨지.
여기서 일을 보려면, 얼굴과 다리를 보여주라는 것인가.
문짝 원가 절감 인가.
사용자를 골탕 먹이거나 일부러 난처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어쩐지 사용하고 싶지 않다.
경마공원 역에 도착했다.
그 유명한 '경마장 가는 길'이군.
경마장 입구로 보이는데(맞나?)
오늘은 경주가 없어서 그런지 한산하다.
어지럽게 버려져 쌓인 경마잡지들이 쓸쓸하고 애잔하다.
누군가는 저 잡지를 손에 쥐고 흔들며 일확천금을 꿈꿨겠지.
열심히 또 걸었다.
대공원역에 도착했다.
왔으니 들어가 보자 서울대공원.
오랜만이네 서울대공원.
서울랜드랑 서울대공원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다. 서울랜드 안에 동물원이 있는 게 아닌가.
상관없다. 입장할 건 아니니.
여기서 코끼리열차 티켓을 사서 열차를 타고 입구까지 가면 편하겠지만, 나는 걸어간다.
서울랜드 입구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호수가 있다.
꽤 넓고 운치 있다.
열차를 안 타고 천천히 걸어가니 여유 있게 감상할 수 있다.
느리게 가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걸 또 배운다.
걷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공기도 다디달다.
동네 주민이면 맨날 여기 올 것 같다.
그 유명한 코끼리 열차가 지나간다.
예전엔 좀 더 알록달록 레트로 감성이었던 것 같은데, 이젠 사이버틱하네.
큰 나무와 벤치.
좀 앉아서 햇볕을 쬐고 쉬었다.
나는 공원과 벤치의 수가, 그 나라의 복지 수준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그래서 벤치는 언제나 반갑다.
서울랜드 입구에 도착했다.
KOREA'S 1ST THEME PARK라는 슬로건이 자부심 넘쳐 멋지다.
학생들끼리 와서 표를 구매하고 있다.
신나서 서로 낄낄대고 난리다. 쳐다보는 내가 다 즐겁다.
행복한 시간들 보내렴.
서울랜드 입구 구경을 마치고, 과천역까지 걸어왔다.
과천역에 도착했다.
3시간 좀 넘게 걸렸다.
과천은 살기 좋은 동네 같다.
한적하고 공원도 많고. 시끄럽지 않다.
무엇보다 사람이 적다.
더 나이 들어 이런 곳에 와서 살면 좋겠다고 문득 생각했다.
걸으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
쓸데없이 부정적인 수많은 생각들은, 우리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며 우리를 갉아먹는다.
생각을 줄이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걷기를 통해, 육체를 움직이며 생각을 줄이는 법을 계속 연습해야겠다.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환상적인 행운인가.
어느 날 당신이 일어났을 때
당신이 원하던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 날이 오게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행동하라.
- 파울로 코엘료
우리 모두,
자주 걸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