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버티는 기술, 유머
왜.
대체 왜 인간에게 '유머'가 중요한지 이야기해 보자.
인간의 몸은 공포가 덮치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설계되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육체적으로 그런 동물이다. 알고 나면 어이없을 정도로 동물에 가까운 메커니즘이다.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우월한 척 하지만, 인간은 결국 일개 동물일 뿐이다.
공포 앞에서 인간이 어떻게 동작하냐면, 이런 식이다.
공포가 감지되면, 뇌의 편도체는 경보를 울린다. 심장 박동을 증가시켜 근육에 혈액을 더 강하게 공급한다. 왜? 살기 위해 '싸우거나' 또는 '도망치거나' 할 수 있도록 몸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고속도로 길 한가운데 서서 100km로 달려오는 차의 헤드라이트를 멀뚱히 바라보는 고라니의 상황과 똑같다. 회사에서 상사가 소리쳐도 우리 몸은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둘 중 하나로 대비한다. 그게 인간이다.
인간 몸이 얼마나 동물처럼 동작하는지 더 살펴보자. 공포를 감지한 편도체는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것 이외에 더 웃기는 일을 한다. 체모를 바짝 서게 한다. 덩치가 더 커 보이게 하는 거다. 동물이나 곤충이 하는 것과 같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게 바로 그런 이유다.
또한, 편도체는 뇌의 신피질에 존재하는 '생각하는 구역'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 생각하다가 도망치는 타이밍을 놓칠까 봐 아예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가. 생각이고 뭐고 살기 위해선 일단 무조건 뛰어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공포를 느끼면 '사고 모드'를 꺼버리고, '행동 모드'만 켜져 있게 된다. 본능만 남는 것이다. 아까 말한 고속도로 위 고라니처럼.
공포가 사라지고 나면, 뇌의 편도체는 경보를 멈추고 신피질이 본래의 기능을 하도록 '사고 모드'를 켠다. 해마가 작동하고 심장은 원래의 심박수를 찾는다. 근육은 독소를 배출하여 평소의 상태로 돌아간다. 이제야 인간은 '생각'을 할 수 있다. 피해를 분석하고, 다시 이런 일이 터지지 않도록 논리적인 전략을 짤 수 있다.
인간에 따라 편도체의 경보를 조절하는 속도와 능력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편도체를 조절하여 '사고 모드'를 켤 수 있다. 또 어떤 사람은 편도체 조절이 어려워서 경보가 오~~래 유지된다. 이런 사람은 늘 초조하고 걱정되고 진정하기 어렵다. 늘 공격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알람이 켜져 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스스로를 고속도로 위 고라니처럼 느낀다. 이런 육체를 가진 인간은 결국 우울증을 겪고, 정신적으로 문제를 갖게 된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자, 우리는 이제 인간의 몸이 공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빠르게 편도체의 경보를 끄고, 신피질의 '사고 모드'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사고를 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방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멈춘 채' 멀뚱히 서 있다가 100km로 달려오는 트럭에 치일 수는 없다.
답을 알려주겠다.
공포 상태에서 경보를 울리는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해마를 복원하는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일까.
우울증 약을 먹는 거다.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경보 신호를 낮출 뿐이다. 약을 끊으면 뇌는 다시 경보 모드로 돌아간다. 약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안심하시라, 지속 가능하면서도 안전한 방법이 있으니.
바로 '웃음'이다.
웃음은 패닉에 빠진 우리 편도체의 경보를 끄고 '비상 모드'에서 '정상 상태'로 빠르게 돌려준다.
그래서 우리는 '유머'를 잃지 않아야 한다.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위기가 닥치면 유머를 가진 사람이 빠르게 극복하고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한다는 걸.
우리는 어떠한 역경과 고난이 닥쳐와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얼른 신피질을 활성화하여 공포를 극복하고 냉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속도로 위에서 100km로 달려오는 차를 만나도 몸이 얼어붙지 않고 재빨리 피할 수 있다.
그러니,
힘들 땐 웃을 이유부터 찾아보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