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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NFJ 여행기

걷기, 강남역에서 동묘까지

걸으면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by 이서


날씨 좋은 저녁.

후배 리까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대화 중에 동묘 벼룩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동묘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하자, 그가 나에게 말했다. (그는 나를 R이라고 부른다.)

“R은 동묘에 가봐야 돼요. 거긴 정말 대단한 곳이라구요.“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지디가 갔던 그 곳


그래서 둘이 가보기로 했다.

며칠 후.

강남역에서 동묘까지 거리를 알아보니 걷기에 적당했다. 나는 걸어갈 테니, 동묘에서 만나자고 말하자 리까가 말했다.

“그럼 같이 걸어가시죠.”

“괜히 나 때문에 억지로 같이 걸을 필요 없다. 어른 공경 금지야."

“제가 그런 거 하는 거 봤어요? ㅋㅋㅋㅋㅋ“

흠. 어쩐지, 납득이 되었다.

그래서 같이 걸어간다.

강남역에서 동묘까지.



강남대로를 걷는다.

넓고 번화한 느낌이 시원하다.


논현역에 도착했다.


신사역.

이 근처에 영동설렁탕이 제법 괜찮지.

계속 걷는다. 계속 걸어서 한강 다리를 건너보자


이름 모를 갤러리 앞에 화단이 예쁘게 꾸며져 있다. 그저 길을 지나는 행인으로서 감사할 뿐이다.


가로수 사이에 좁은 길을 걷는다.

운치 있다.


드디어 한남대교가 나타났다.

좀 덥구나.


한강은 볼 수록 멋진 강이다.

수도 한가운데에 이렇게 넓고 깨끗한 강이 흐르는 나라는 흔치 않다.


한남대교는 도보로 건너기에도 좋다.

걷는 사람을 위한 길이 잘 마련되어 있다.


다리가 끝나니 다시 도심이다.


어디서 많이 본 곳이 나왔다.

요새 뉴스에 많이 나오는 그곳이다.

한남동.

오늘은 극우집회가 없나 보다.


계속 걷는다.

이 터널은 야생동물들의 이동을 위해서 지어놓은 것일까. 그렇다면 그 배려가 따뜻하다.


절벽 위에 세워진 성채 같기도 하고.

신기한 건물들이 참 많다.

서울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걸어 다녀야만 느낄 수 있다.


버티고개역에 도착했다.


이 동네 분위기가 좋다.

시끄럽고 번잡한 도심 번화가와는 다르게, 조용하다. 사람 사는 곳 같다.


벤치는 언제나 반갑다.


목이 탄다.

커피 한잔 사들고 걷기로 했다.

동네 로컬 카페에 들렀다. 테이크 아웃.


약수역에 도착.


마침 점심시간이다.

약수역까지 왔는데, 약수순대국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도전해 보자. 근데 벌써 줄이 길다.


오랜만에 만난 약수순대국.

여전하구먼.

고기가 너무 많아서 좀 남겼다.

나는 요새 먹는 양이 줄었다.


신당역에 도착했다.

리까는 신당동 떡볶이를 먹어본 적이 없단다. 신당동에 온 김에 맛보고 가면 좋겠지만, 방금 순댓국을 먹어서 배부른 게 좀 아쉽다. 떡볶이는 다음에 도전해 보자. 그러고 보니 맛집투어로 걷기 코스를 짜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대문 시장.

오랜만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동묘 전통시장.


밥 먹은 시간 빼고, 3시간 정도 걸었다.

아기자기한 동네들을 지나며 걷다 보니 재미있더라.


리까와 같이 쉬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걸었다. 특히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그의 경험담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향후 전망에 관한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운 여행이었다. 같이 걸어줘서 고맙다 리까.

혼자 걷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같이 걷는 것도 의미 있다.


며칠 후 리까는 카톡으로 이렇게 말했다.

“같이 걷고 싶은 코스 나오면 알려주세요. 또 걸어보시죠.“

실제로 걷고 안 걷고를 떠나서, 이런 말 자체가 소중하고 고마운 거다.


동묘 벼룩시장 구경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제대로 정리해 보겠다. (정말 대단한 곳이더라.)


오늘도 함께 잘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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