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금요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파면을 선고했다.
2024년 12월 3일 내란 사태 이후, 123일 만에 나온 선고다. 늦게라도 올바른 판단이 내려져 다행이다.
이 모든 건,
그날 밤 내란을 몸으로 막아내고, 매일 광장에 모여 탄핵을 외친 시민들과, 역대 가장 확실한 단결력을 보여준 민주당, 그리고 유튜브 등에서 합리적인 사실관계를 보도해 준 각종 대안 미디어 등이 힘을 합친 결과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간단히 정리하고 기록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률에 부합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이다. 당연한 결과다. 당장은 결과에 기뻐하느라 잠시 잊었겠지만, 늑장 판결을 내놓은 헌법재판소의 태도에 대해서는 추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얼마나 긴 불면의 밤을 보냈던가.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한, 증거가 차고 넘치는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체 왜 그렇게 긴 평의가 필요했는지. 나는 결정문 ‘보충 의견’에 그 힌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종 결과는 8:0이지만, 누군가가 계속 의견을 내며 선고를 지연시켰을 것이라는 추측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총 3명이 미심쩍은 보충 의견을 냈다. 그 의견들은 다음과 같다.
정형식 : “같은 인물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이미 한번 부결되었음에도, 또다시 제출해 일사부재리의 법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건데. 대통령이 무슨 짓을 얼마나 자주, 다양하게 벌일 줄 알고 애매한 일사부재리를 적용해 면죄부를 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명백히 잘못했다면, 상대 당의 악의적인 반대로 부결되더라도(국민의 힘이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기억하자) 두 번, 세 번 추가로 탄핵을 시도해 권력을 빼앗아야 한다. 독재자에 대한 면죄부는 국가 패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복형·조한창 : “앞으로는 탄핵심판 절차에서 전문법칙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전문법칙은 서면이나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간접적으로 법원에 제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검찰과 경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서면으로 헌재에 제출했으나, 실제로 많은 증인들이 헌법재판소에서는 증언을 뒤집고, 거짓말을 일삼았다. 저 두 재판관의 보충 의견은, 그렇게 말을 바꾸는 증인들이 검경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인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맙소사. 우리는 보았다. 많은 군인과 증인들이 본인의 안위를 위해 말을 바꿔 거짓 증언을 일삼고, 부하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등, 검찰 조사때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을. 내가 이번 헌재의 결정에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 혹시나 각하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저런 의견을 주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시무시한 상황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큰 고비는 넘겼지만, 헌재의 평의와 선고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도록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대통령 탄핵과 같은 국가의 운명이 걸린 결정을 국민이 임명하지도 않은 9명의 재판관들에게 맡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국민투표’와 같은, 보다 직접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식도 충분히 존재한다.
앞으로 윤석열과 김건희는 경찰과 검찰에서 수많은 조사를 받아야 할 텐데, 그들은 어떤 일들을 저질렀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도이치파이낸스 주식 특혜 매입 등), 양평고속도로 변경 특혜, 김건희 국정농단, 명태균 게이트, 삼부토건 주가조작, 해병대 최상병 순직사건 외압, 명품백 수수, 용산 대통령실 이전 특혜 논란, 천공 등을 포함한 무속/사이비 논란, 평양 무인기 침투 등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고 가려 한 외환 시도, 김용현 국방장관 및 노상원 등 군부를 동원한 친위 쿠데타인 내란까지. 더 있지만, 그만 기록하겠다. 경호처 직원들을 강제 동원해 생일잔치를 하고, 해군 함정에서 술파티를 열고, 가짜 출근차를 보내며 출근도 하지 않거나, 해외 순방 등을 핑계로 쇼핑을 하는 등의 자잘한 범죄는 우습게 보일 지경이다.
그 외에도 여러 공모자들이 있었다. 반드시 특검 등 추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내란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며, 끝까지 각종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던 한덕수/최상목. 경호처에서 김건희에게 이벤트를 열어주며, 증거인멸을 꾀한 김성훈. 내란의 중심이었던 국방장관 김용현과 노상원. 이미 탄핵 표결 방해로 경찰에 피의자가 된 국민의 힘 원내대표 추경호,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구속 취소 항고 포기를 지휘한 심우정 등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인물들이 윤석열 정권에서 악행을 저질렀다. 더 많은 관련자들과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은 반드시 특검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 리스트도 꾸준히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여기에 박정희, 전두환의 뒤를 이어 내란을 도운 군인들이 있다.
계엄사령관 박안수,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특수전사령관 곽종근, 707특임단장 김현태 등이 군을 이용해 윤석열의 내란에 적극 가담했다. 이 중 김현태는 최초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는 등 반성의 자세를 잠시 보이다가 갑자기 태도를 급선회. 증언을 뒤엎고, 케이블타이가 사람 묶는 용도가 아닌 문을 잠그려는 것이라고 위증하고, 본인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 내가 다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이 중, 반성하고 참회하여 수사에 적극 협조한 군인은 특수전사령관 곽종근 중장이 유일하다.
군인은 자국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총부리를 거꾸로 돌려 국민을 겨냥한 죄가 매우 무겁다. 믿고 맡긴 무력을 국민에게 사용, 내란을 일으킨 군인들은 그 가담정도를 불문하고 반드시 철저하게 처벌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 법비 등 군인 이외의 내란 관련범들에게도 강력한 수위의 처벌이 필요하다. 내란 옹호세력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공화국의 근본 가치는 헌법 수호로부터 나온다. 헌법을 유린한 무리에 대해서는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내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 역적은 3대를 멸했다는 것을 기억하자.
큰 고비를 넘겼다.
우리는 또다시 우리의 힘으로, 폭력 없이 저항하며 주권을 지켜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힘이고 저력이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켰다.
윤석열의 파면은 이 사건의 끝이 아니다. 겨우 시작일 뿐이다.
이제는 망가진 민주주의를 고칠 시간이다.
60일 이내에 다음 대선이 치러진다. 다음 대통령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망가뜨린 나라를 다시 되살려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임기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레거시 적폐 언론, 극우 유튜브, 법비들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 특정 종교, 극단 주의자들, 각종 파시즘 집단들로 인한 문제를 차제에 해결해야 한다.
이건 좌우의 대립이 아니다. 상식과 비상식(몰상식)의 대결이다. 대통령 한 사람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우리가 도와야 한다. ‘법조인들, 정치인들 다 똑같아. 어차피 바뀌지 않을 테니 난 신경 쓰고 싶지 않아’라는 허무주의와 냉소주의로는 곤란하다. 우리 민주시민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관심과 참여, 감시가 필요하다. 지금껏 우리가 잘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오늘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 그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나쁜 신문/방송/유튜브를 보지 않고, 집회에 나가고, 인터넷에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다. 어떻게든 행동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자녀들과 후배들, 후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해냈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오늘 유난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저희가 또 해냈습니다.
당신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