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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에 매국의 망령이 되살아나는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선고를 촉구한다

by 이서


을사오적(乙巳五賊)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20년 전이었다.


을사오적은 1905년(고종 42년) 치욕적인 을사늑약을 체결하는 데 앞장서 조선의 외교권을 일본에 넘기는 데 기여한 다섯 명의 고위 관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매국노들'이다. 이들은 당시 국민들로부터 욕이란 욕은 다 들었고, 이후 친일 반민족 인사로 규정되어 대한민국 역사에 영원히 박제되었다. 잊지 말도록 하자. 을사오적을.


사진도 당연히 남아있다.

그 면면을 잘 기억하자. 반드시 잊지 말고 두고두고 후세에 전해 입에 오르내리도록 해야 한다.

을사오적을 비롯해, 그 후손들까지도 말이다.

(좌로부터)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 박제순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열과 정성을 다해.

상세히 기록하자.

이완용
- 우봉 이씨 (牛峰 李氏)
- 당시 외부대신 (외교부 장관)
- 대표적인 을사오적. 친일 행위의 상징적인 인물. 이후에도 한일합방에 앞장섬.

이근택
- 전주 이씨 (全州 李氏)
- 당시 군부대신 (국방장관)
- 군부를 대표하여 조약 체결에 찬성. 일본에 적극 협조함.

이지용
- 전주 이씨 (全州 李氏)
- 당시 내부대신 (내부장관)
- 일본의 내정 간섭을 허용하는 데 적극 협조함.

박제순
- 반남 박씨 (潘南 朴氏)
- 당시 학부대신 (교육부 장관)
- 조약 체결에 동의하고 교육계를 일본에 넘기는 데 적극 협조함.

권중현
- 안동 권씨 (安東 權氏)
- 당시 농상공부대신 (경제부 장관)
- 조약에 찬성하며 경제적 이권도 함께 넘김.


저 을사오적을 부르는 단어 '매국노'란 무엇인가.

매국노란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나라의 주권이나 이권을 다른 나라에 팔아먹는 사람'을 뜻한다.


저들은 모두 국가 고위직 혹은 판사 등 엘리트들이었다.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되고, 장관이 되어 출세한 사람이 나라를 팔아먹고 국가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저질렀다. 그들은 역사에 남아 영원히 '을사오적'으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같은 시기에, 높으신 분 여러 명이 모여, 나라를 망치고 어지럽히면, 역사는 그들을 뭉뚱그려 반드시 기억한다. 을사N적 처럼 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 비추어보자.

마침 2025년 올해가 다시 '을사년'이다.

역사에도 평행이론이 적용되는 것일까?


제국주의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매국'을 하긴 어려울 테고, 비슷한 의미를 굳이 찾아본다면 '역적'과 가장 가깝게 보인다.


'역적'은 '내란(반란) 및 외환 등 반역의 죄를 꾀하거나 저질러 국가를 크게 어지럽힌 범죄자'를 뜻한다.


국가 고위직 혹은 판사 등 엘리트로서, 여럿이 함께 모여, 현재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있는 자들은 누구일까.


이런저런 구구절절 가치판단이 들어간 설명을 하진 않겠다.

대신, 물어보고 싶다. 헌법재판소는 과연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가?


최근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판결 결과를 보자. 그럼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심지어 이 중 2인은 '각하'로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12・3 내란의 수괴, 윤석렬의 탄핵심판 선고를 벌써 한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이토록 다양한 증거가 차고 넘치는 명확한 사안에 대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연으로 인해 국가는 어지러운 상태다. 아주 많이.


부하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 내란 수괴는 감옥을 빠져나와 호의호식하고 있다. 그 잔당들은 여전히 국가 주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떵떵거린다.


외교는 무너졌고, 주식시장 및 환율은 처참한 상태에, 서민 경제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사람들은 매일 광화문 거리에 나가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1905년에도 비슷한 일로, 5명의 국가 고위직들이 '을사오적'이라는 치욕적인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앞으로 인류가 영속하는 한, '을사오적'의 5명은 영원히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국가를 어지럽게 만드는 헌법재판관 8명을 우리 역사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역사가 이런 식으로 반복되어선 곤란하다.


을사년에 또다시 매국의 망령이 되살아나는가?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탄핵 선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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