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와 에세이의 차이가 '읽는 대상'이라면, 이 글은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일기로 느껴지기도 하겠네요.
아무튼. 기록합니다.
나는 십수 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대리 직급이었다.
당시 그룹사에서는 신입사원 입문교육을 대규모로 진행했었는데,
나는 감사하게도 그 교육의 지도선배로 발탁되어 몇 달간 파견을 나갔었다.
유승이는 당시 ㅇㅇ기 신입 입문교육에서, 내가 담당한 F조에 배정된 신입사원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몸에서 배어 나오는 리더십과 특유의 아우라로 F조 리더 역할을 잘 해냈다.
나는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지도선배 역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가족들끼리도 자주 보고, 아이들도 서로 친하다.
나는 유승이에게 항상 많은 도움을 받는다.
그가 집 앞에 찾아왔다.
무려 2시간 가깝게 운전해서 온 것이다.
빨간 차를 몰고서.(그는 새빨간 색의 테슬라를 탄다.)
'점심을 같이 먹자'는게 이유였지만, 나는 그의 속 뜻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집 근처, 내가 좋아하는 국밥집에서 국밥을 한 그릇씩 나눠 먹었다.
그는 '역시 맛집 블로거가 추천한 가게는 다르다'며,
맛있다고 연신 감탄사를 쏟아내면서 한 그릇을 금세 뚝딱 비웠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나는 국밥 블로거가 아닌데 말이지.)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한 잔 사서, 집 앞 벤치에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늘을 보니 파랗고 깨끗하다. 오랜만에 날씨가 좋다.
그는 오늘따라 유난히 농담을 많이 했다.
원래 실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나는, 그게 또 고맙다.
그는 이런저런 입에 발린, 듣기 좋은 말은 하지 않았다.
늘 그렇듯 우리는 낄낄대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속 이야기도 오랜만에 마음껏 풀어놓았다.
그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맞장구쳐 주었다.
궁금했겠지만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았다.
오늘 그는 내 얘기를 들어주러 왔나 보다.
나는 그것도 또 고마웠다.
덕분에 나는 많이 실컷 떠들었다.
그는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고,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간다~'라고 말하고
빨간 차를 몰고 휙 떠나갔다.
왜 그럴 때가 있다.
굳이 별다른 말 없어도 마음이 전해지는 그런 순간.
오늘이 그랬다.
그가 이 글을 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맙다 유승아.
오늘 유난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