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많은 것이 해결됩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는 도시 ‘서울’.
어쩌다 보니 ‘서울 투어’가 되어버린 나의 걷기.
어떤 목적으로라도 일단 걸으면 그 자체로 좋은 것 아니겠나. 기왕이면 새롭고 좋은 풍경을 보며 걷는다면 생각도 정리되고, 건강에도 이로울 테니 일석이조다.
오늘은 강남역에서 올림픽공원까지 걸어보자.
대충 2시간 반 정도 예상이다.
날씨가 좋다. 그래서 감사한 날이다.
강남역에서 출발한다.
테헤란로를 따라 걷는다.
테헤란로가 왜 이름이 테헤란로냐면,
1977년 서울특별시와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가로명으로 붙인 데서 유래되었다.
라고 한다. 이란과 한국, ‘우정의 길’ 이구나.
테헤란로에 국기원이 있다. 그래서 이 근방을 태권도 명소로 알리기 위해 강남구는 태권도 품새 조형물을 설치했다. 아래 사진이다. 밤에는 불도 들어온다. 과연 외국인들이 이걸 보고 국기원에 가 볼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역삼역이다.
곧고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된다.
지도를 보지 않고 갈 수 있어서 편하다.
멀티캠퍼스.
예전 회사 다닐 때 IT교육받으러 많이 왔었다. 여전한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 오라클 수업도, 자바 수업도 여기서 수강했었지.
’에드워드 리‘가 광고를 찍었나 보다.
그의 스토리가 좋다. 나는 성장과 좌절의 굴곡진 서사가 있는 사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만의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까워지고 싶다.
흑백요리사에서 그의 요리는 각각 이야기가 있는 하나의 작품이었다.
진정한 우승자는 에드워드 리가 아닐까.
선릉역 도착.
현대백화점과 코엑스 근처가 진입하려는 차들로 북적인다. 경기가 안 좋다고 하는데, 이 동네는 예외인가 보다.
삼성역 근처는 공사 중이다.
다리를 건넌다.
저 멀리 잠실 올림픽 경기장이 보인다.
잠실 야구장.
두산과 엘지의 홈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구장을 두 팀이 홈으로 공유하는 건 어쩐지 이상하다. 아들이 엘지팬인데, 조만간 경기를 관람하러 와봐야겠다.
종합운동장역.
야구 경기 시작 한참 전이라 그런지 아직은 한산하다.
올림픽 경기장.
한국 현대건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한국 특유의 처마를 형상화 한 곡선으로 된 지붕이 특징이다.
김수근은 예술과 권력 사이에 서있던 건축가였다. 나는 그가, 고문과 감금에 특화된 중앙정보부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을 설계했다는 사실 자체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김수근은 그곳을 지옥으로 설계했다.
감금된 사람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고문실이 있는 5층 창문을 좁고 길게 만들고, 탈출을 막도록 출입문은 밖에서만 열리도록 했고, 물고문을 위해 좁은 방마다 욕조를 설치하는 등 고문에 최적화된 끔찍한 공간을 설계했다.
쿠데타 내란으로 권력을 얻은 자들이 지배하던 시절. 그곳에서는 수많은 국가차원의 악행이 일어나 체제의 민낯을 드러냈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희대의 망언을 남기고 6월 항쟁의 불씨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도 그곳에서 일어났다. 역사는 김수근의 행적을 기억할 것이다.
날씨가 참 좋다.
그것 그대로 감사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나무에 열린 팝콘 같다.
잠실새내역이다.
이 길이 참 예쁘다.
탁 트인 시야, 걷기에 좋은 날씨와 맑은 공기가 감사하다.
롯데월드.
아름답다.
마음이 편해지는 풍경이다.
잠실역.
오늘도 아파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간다.
마치 거대한 성채 같다.
몽촌토성역.
올림픽 공원에 도착했다.
반갑다 호돌이.
다시 봐도 귀여운 디자인이다.
세계 평화의 문
건축가 김중업의 작품이다.
역시 처마의 곡선을 형상화했다. 올림픽 경기장도 그렇고, ‘처마’는 한국 건축의 핵심 가치인 것인가.
올림픽 공원 광장.
도심에 이렇게 넓고 트인 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공원은 시민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2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날씨가 좋고 길이 곧아 편하게 걸었다.
내 체력과 시간을 고려하면 10km 안팎이 걷기에 가장 적당하다.
우연히도 한국 건축 역사 속 두 거장의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었다. 서울의 건축 역사 투어 같은 걸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맛집부터 건축까지, 이것저것 재미있는 여행 시도가 가능한 것이 서울의 매력이 아닐까.
오늘도 잘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