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새벽.
눈에 띄지 않게 청소차가 골목 사이를 누빈다. 도로 위 먼지부터 밤새 쌓인 쓰레기까지, 보이지 않는 흔적들까지 꼼꼼히 정리하고 쓸어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어나기 전, 도시는 이미 하루치 피로를 비워내고 있다. 이 조용한 청소는 거대한 도시가 다음 날도 멀쩡히 굴러가기 위한 필수 루틴이다.
이렇듯 도시의 청소는 매일매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다.
하루라도 청소하지 않으면 도시는 며칠 안에 마비된다.
우리 몸은 어떨까.
몸도 거대한 도시와 같다. 하루라도 청소하지 않으면 우리 몸도 제 역할을 못하고 고장 날 수밖에 없다.
몸의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독소, 찌꺼기 등)들은 어떻게 처리될까.
누군가는 몸속의 청소를 담당할 텐데 말이다.
림프계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림프계(Lymphatic System)라는 노폐물 처리 시스템이 열심히 일하며, 체내 노폐물을 운반하고 처리한다.
림프계는 세포 주변의 노폐물과 병원체, 손상된 세포 찌꺼기를 수거해 간다. 림프액을 통해 수거된 찌꺼기들을 림프절로 이동시키고, 그것들을 면역 세포들이 정리하거나, 간 혹은 신장등을 통해 해독하거나 배출하는 것이다. 참 대단하고 유능한 청소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림프계가 도달하지 않는 장기가 있다.
바로 '뇌'
뇌는 림프계가 청소할 수 없다.
먼저, 뇌란 무엇인가.
우리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드는, 육체를 통제하는 마스터 컨트롤 타워.
몸과 마음, 감정과 이성, 생명과 의식을 통합하는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기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핵심이다.
그토록 중요한 뇌는 누가 어떻게 청소할까?
뇌에는 림프계가 들어가지 않는데, 혹시 청소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럴 리가 있나. 뇌가 얼마나 막중한 기관인데.
뇌에도 별도의 청소 시스템이 있다.
바로, 글림프(Glymphatic) 시스템. 이 시스템은 뇌척수액(CSF)을 이용해 뇌세포 사이의 노폐물, 특히 β-아밀로이드 같은 단백질 찌꺼기 등을 깨끗이 씻어낸다.
뇌는 주름과 주름사이가 좁고 밀착되어 있는데, 그 사이를 대체 어떻게 청소한다는 걸까.
뇌가 청소되는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뇌는 특정한 상황에서 뇌세포 사이사이 공간이 60% 확장된다. 바로 그때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로 원활히 침투해 흐르며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뇌 척수액이 뇌세포 사이로 흘러들어가 청소하고 노폐물을 가지고 빠져나간다는 게 신기하지 않은가. 청소된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타고 림프계로 빠져나가 처리된다.
이를 통해 뇌는 치매(특히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단백질 찌꺼기(β-아밀로이드) 등을 제거하며, 깨끗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는 집중력, 기억력 등의 유지 및 향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앞서, 뇌는 '특정한 상황'에서 뇌세포 사이 공간을 넓게 만들어 뇌척수액이 청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특정한 상황'을 정기적으로 만들어줘야 청소를 잘하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지. 그 '특정한 상황'이 언제일까. 뇌는 대체 언제 청소하는 걸까.
잠이 왜 중요하냐고?
나는 안 자도 잘 살 수 있는데, 새벽까지 인스타그램 유튜브 보고 두세 시간만 자고 아침에 출근해도 괜찮은데, 끄떡없는데, 왜 자꾸 일찍 일찍 자라고 귀찮게 하냐고?
당신은 이제 답을 알았다.
잠을 잘 때가, 뇌가 청소되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거면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알츠하이머가 무섭지 않다면, 새벽까지 인스타그램 보고 유튜브 보고 그래도 된다. 실제로 수면 시간이 부족한 사람의 뇌를 조사하면, β-아밀로이드(알츠하이머 유발 단백질) 축적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역사 속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다. '적게 자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던 인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니콜라 테슬라 : 하루 2시간만 잔다고 주장, 말년에 환청, 망상, 기억장애 등 정신질환적 증상 발현
- 윈스턴 처칠 : 전쟁 중 새벽까지 일하고 3~4시에 잠드는 생활 반복, 말년에 알츠하이머 유사 증상 보고
- 애런 스펠링 : "수면은 사치다"라고 주장, 70대 중반에 심각한 치매 진단
- 마가렛 대처 : 수면시간 하루 4시간, 말년에 치매 진단을 받고 사망 전 수년간 투병
- 로널드 레이건 : 5시간 이하로 잔다고 스스로 여러 번 자랑, 알츠하이머로 10년 이상 투병
당신도 혹시 찌꺼기가 잔뜩 껴있는 뇌를 원한다면, 충분히 안 자도 된다.
새벽까지 유튜브도 보고, 인스타그램도 보고, 그래도 된다. 강요하진 않겠다.
하지만 뇌를 청소하고 싶다면,
답은 하나다.
잠을 잘 자라.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