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생일이었다.
이 나이쯤 되면 생일은 큰 의미가 없어진다. 친구들끼리 모여 술을 진탕 마시는 생일 파티는 대수롭지 않아 진다. 피곤하다. 이벤트에 시큰둥해지는 것이다.
태어난 날을 특별히 기념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나가며, 가족친구들과 앞으로 만날 날들을 의미 있게 만드는데 더 관심이 간다.
그런 괴팍한 나인데도. 후배 J는 매년 내 생일을 챙겨준다. 나는 그의 생일을 챙기지 못하는데, 그는 꼭 축하한다고 연락해 준다. 나는 그게 매번 고맙다. 감사하다. 내가 인복이 있어서, 회사에서 참 좋은 후배를 만났구나 싶다.
이번 생일에도 J는 잊지 않고 축하 문자를 보내주었다.
이 친구는 책을 좋아하는 취향이 나와 비슷하다.
선물로 책을 보냈나 보다.
나는 마침 해외에 나와있어서 집에 온 택배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언제나 고마운 J.
한국에 돌아왔는데, 집 앞에 도착한 책은 없었다. 배달 사고인가?
맞다.
아뿔싸.
나는 올 초 이사를 했다. 아마 J는 내 예전 주소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책은 그곳으로 배송되었나 보다. 미리 알리지 못한 내 탓이다. 아이고.
다른 택배라면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고 잊어버리겠지만, J의 성의를 무시할 순 없다. 퇴근 후 예전에 살던 집으로 찾아갔다. 벨을 누르고 전후 사정을 설명하니, 올라오라고 한다.
“잘 지내셨어요? 안 그래도 이 택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는데, 오셨네요 ㅎㅎ“
내기 예전에 살던 집에 거주하시는 분은 나를 잊지 않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택배도 고이 보관하고 계셨다. 감사하게도 말이다.
나는 집에 와서 택배를 뜯어봤다.
책과 함께 카드가 나왔다.
나는 카드를 읽고 또 읽었다.
한참을 읽어 봤다.
다시 봐도 너무나 고마운 마음씀이다.
늘 고맙다 J.
주소는 틀렸지만 마음만은 정확히 도착했다.
잘 읽을게.
나는 이렇게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인생은 이렇게도 따뜻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