똠양꿍을 언제 처음 먹어봤더라.
방콕에 여행 갔었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 생각 없이 얼큰한 국물인 줄 알고 떠먹었다가,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질적인 맛에 적잖이 당황했었다. 뜨겁고 매운데, 시큼한. 글로 표현하면 마치 김치찌개 같겠지만, 김치찌개와는 그게 또 다르다. (아, 표현이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난 제대로 글 쓰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똠양꿍을 먹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대중적인 음식은 아니니까. 하지만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그 맛. 대충 아무 가게에나 가서 먹긴 싫다. 잘하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이번에 찾아간 태국 음식점 '무삥과 팟타이'는 가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태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두 가지를 주력으로 내세운 곳이다. '무삥'은 달콤 짭짤한 양념에 재워 구워낸 돼지고기 꼬치구이를 뜻하며, '팟타이'는 새우나 두부 등을 넣고 볶아낸 쌀국수 요리를 의미한다.
이 가게는 사장님이 태국 음식의 본연의 맛을 한국에 제대로 소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야심 차게 시작한 걸로 보인다. 그렇게 느껴진다. 가보면 안다. 손님들에게 단순한 식사가 아닌 하나의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시려는 듯하다.
똠양꿍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맛의 조화에 있다. 새우나 해산물에서 우러나온 시원하고 깊은 감칠맛을 기본으로, 라임 주스에서 나오는 강렬한 신맛과 고추의 매운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그 묘한 풍미에 빠지면 헤어 나올 답이 없다.
레몬그라스, 갈랑갈(태국 생강), 카피르 라임 잎 같은 향신료가 더해져 특유의 이국적인 향을 낸다. 이 맛의 폭발적이며 폭력적인 조합이 바로 똠양꿍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다. 물론, 그래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나왔다. 주문한 똠양꿍.
똠양꿍은 태국을 대표하는 국물 요리다. 그 뜻은 말이지.
똠(ต้ม): '끓이다'라는 뜻으로, 뜨겁게 끓인 국물이나 탕을 의미한다.
얌(ยำ): '섞다' 또는 '비비다'는 뜻으로, 태국식 샐러드를 가리킨다. 맵고 신맛의 음식을 총칭하기도 한다.
꿍(กุ้ง): '새우'를 의미한다.
따라서 '똠양꿍'은 '새우를 끓여 만든 맵고 새콤한 수프'가 되겠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태국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라는 말도 있고.
하나 시켰을 뿐인데, 양이 많다. 밥은 따로 추가해야 한다.
두 명이 와서 똠양꿍은 하나만 시키고 다른 메뉴로 여러 가지를 즐겨도 좋겠다.
1인 1똠양꿍까지는 안 시켜도 된다. 양은 충분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팟타이를 추가로 시켰다.
요런 구성으로 나온다.
취향에 맞게 섞어 먹으면 된다.
똠양꿍에 들어간 새우(꿍)가 크고 통통하다.
국물이, 크리미하다.
뜨겁고 맵고 시큼한데 크리미하다.
이거 참 오묘한 조화다.
이러니 자꾸 생각날밖에.
팟타이는 매콤 짭짤하면서 달큼한 우리가 아는 바로 그 맛이다.
땅콩가루가 씹혀 식감이 재밌다.
국물을 계속 떠먹게 된다.
흰 밥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이 음식점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은 바로 자기 음식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을 가진 사장님의 태도에서 나온다. 가게에 들어가면 여기저기에 사장님의 당부말씀이 쓰여있다. 정성을 다했으며, 최소 몇 번은 먹어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등의 가이드 문서가 이곳저곳에 붙어있다. 나는 문서로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글로 정리한 문서는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주력 메뉴가 아닌 똠양꿍 한 그릇을 내어줄 때도, 재료의 신선함과 태국 현지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는지에 대한 사장님의 굳은 믿음이 느껴진다. 거기에서 일종의 자부심,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된다. 이 혼란의 시대에는 그런 마음가짐이 참 귀하다.
이러한 마음은 모든 조리 과정에 꼼꼼하게 반영되어 맛의 일관성을 만들어내고, 손님들은 언제 찾아와도 변함없는 '진짜 맛'을 경험하게 될 테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뚜렷한 신념이 곧 가게의 품질과 신뢰로 연결된다는 것은 당연하니까.
또 올게요.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