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전시회를 찾는다. 뭘 알아서 가는 게 아니다. 그냥 간다. 가서, 이해하기 힘든 현대 미술 작품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보통은 캔버스 위에 아무런 형태 없이 색깔만 칠해져 있거나 난해한 형상으로 가득한 그림들이다. 봐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 앞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우리를, 인간을, 예술 앞으로 이끄는 것일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릭 캔델'은 그의 책 '통찰의 시대'에서, 예술 작품이 작가에 의해 탄생하지만, 감상자가 그것을 바라볼 때서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관찰자의 몫' 이론이다. 멋진 말이다. 예술은 창작자와 관람자가 같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는 해석이다. (오호, 이거 양자역학 아닌가? O_O)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건축, 그림, 조각, 연극, 뮤지컬, 연주회 등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그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단순한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보는 사람, 즉 관람자도 창작 활동을 하는 거다. 예술을 즐기는 것 자체가, 우리 뇌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창조적 과정의 일부라는 뜻이다. 이는 즉, 나도 예술가라는 의미?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당장 예술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우리 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예술을 감상할 때 우리 뇌는 창작할 때만큼이나 바쁘게 움직인다. 특히 모호하고 난해한 작품일수록 뇌는 더욱 활발해진다. 그림 앞에서 우리 뇌는 바빠진다. 캔버스에 그려진 복잡한 시각적 이미지를 뇌가 재구성하고, 상상력을 동원해 그 빈틈을 메우려 하기 때문이다. 잘 모르겠어도, 이해되지 않아도, 일단 그냥 관찰하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과정에서 뇌는 스스로 해답을 찾고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보상 중추를 자극해 도파민을 뿜뿜 분비한다.
즉, 좋은 그림을 보고 좋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뇌는 우리에게 '깨달음의 기쁨'이라는 상을 내리는 것이다. 멋지지 않은가? 무언가를 알게 되어 느끼는 쾌락이라니.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예술이 우리 뇌의 서로 다른 두 영역을 연결해 준다는 점이다. 우리 뇌에는 서로 다른 두 영역이 있다.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거나 내면을 성찰할 때 작동하는 뇌 부위. 또 하나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외부 세상을 바라볼 때 작동하는 뇌 부위다. 내면에 집중하는 부위와 외부를 관찰하는 부위. 설명에서 알 수 있듯, 평소 이 두 네트워크는 시소처럼 하나가 켜지면 다른 하나는 꺼지는 관계다.
하지만 최근 신경미학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고 감동을 느낄 때 이 두 가지 상반된 뇌 상태가 동시에 활발하게 연결된다고 한다. 작품을 해석하는 외부 지향적인 뇌와, 그 해석을 통해 나를 성찰하는 내부 지향적인 뇌가 만나는 것. 기적 같은 일이다. 이는 곧 나와 세상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험이다. 깨달음의 경지에 오를 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예술은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이런 종류의 예술적 체험은 개인의 뇌를 넘어 타인과의 연결로 확장된다. 일부 뮤지컬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연기에 완전히 몰입할 때 자신이 대사를 제대로 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 순간 배우의 감정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아까 이야기했잖은가, 예술은 행위자와 관찰자가 동시에 만드는 것이라고.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이 머리카락을 통해 의식과 감각을 공유하며 공감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예술은 감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저 너머의 그 무언가를 공유하는 강력한 매개체다. 내 영혼을 울리는 예술가를 만났을 때 우리가 그들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예술이냐며, 예술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가 이토록 오랫동안 예술을 발전시켜 온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혹시 그것이, 예술이 인간을 생존하게 하는 정서적 연결고리였기 때문은 아닐까.
예술을 가까이하는 것은 단순히 '있어 보이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 굳어가는 뇌를 다시 춤추게 하고, 잊고 있던 나 자신 속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타인과 따뜻하게 연결되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다. 뇌과학이 증명했잖은가, 예술은 감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성찰을 준다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우리가 건축물을 찾고, 미술과 음악, 공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관람하는 그 짧은 순간, 예술은 우리 뇌와 영혼을 다시 되살려주는 세상 유일한 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즐깁시다.
이번 주말 근처 미술관에라도 가 보시길.
뇌를 위한 영양제 한 알 챙겨 먹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 한 알이 당신의 월요일을 완전히 다른 색으로 물들여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