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오늘도 어김없이 신도시에 있는 영풍문고로 향했다. 언제 가도 앉을 곳 찾기는커녕 도서 검색도 쉽지 않은 집 근처 교보문고와 달리 북적거리지 않아 마음에 든다. 내부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개인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새책도 마음껏 볼 수 있다니! 요즘처럼 불쾌지수가 높아 사람들을 멀리 하고 싶을 때 딱이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가 보네. 이동네 모든 엄마들이 아이손을 붙잡고 동네 서점으로 피신 온 걸까? 한산하던 지난주와 달리 책 사이사이로 아이들의 입김이 후끈거린다.
북적거리는 서점에서 아이들이 가장 많은 곳은 어린이 코너가 아니다. 내가 앉아 있는 아이스크림 코너다. 아이가 시키는 초코맛과 부모님이 중재하는 바닐라맛이 격렬하게 오가는 키오스크 앞에 주인아저씨는 미소를 잃지 않는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렇게 너그러울 수 있을까?신기할 따름이다.
내 바로 앞엔 엄마와 아들이 사이좋게 앉았다. 아들은 초코콘, 엄마는 헤이즐럿 컵을 주문한다. 잠시 후 아이가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말하자 엄마는 0.1초 만에 짐을 챙겨 따라나선다. 아이는 엄마가 따라올 것을 알고 있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리문으로 향한다.
돌아온 아들은 아이스크림을 쥐여주는 아저씨에게 감사하다고 속삭이며 콘을 받아 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엄마도 자기 몫을 들고 그 옆에 앉는다.
대각선 흰색 테이블엔 자매와 부모가 앉았다. 첫째는 콘은 녹아 흐른다는 아빠의 잔소리에 못 이겨 결국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었다. 둘째는 "넌 아직 어려서 안돼."라고 말하며 나누어 먹자는 아빠 말에 발을 동동 구르며 "꽥-" 소리를 내지른다. 순간 엄마가 서늘한 시선으로 둘째 딸을 쳐다본다. 아이는 엄마의 시선을 모르는 척하고 한번 더 발을 굴러 아이스크림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다.
엄마는 인상을 한번 쓰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여준다. 둘째는 삐쭉 나왔던 입술에 열심히 아이스크림을 묻혀간다.
크면서 아이스크림 말고 원하는 것이 생기면 내 앞에 사내아이는 조용히 가서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는 어른으로 자랄 것 같다. 대각선에 앉은 첫째딸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어쩌면 스스로 원한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혼자서 포기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리고 저 떼쟁이 막내는 과격하게 표현해 미움을 살 지언정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야 말까.
이제는 엄마한테 허락받지 않아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내 나이는 저 작은 2000년 대생 꼬맹이들보다 아마 사촌 언니뻘일 엄마들에게 가까워져 간다.
그런데도 여전히 최선을 다해 키우고 있는 남의 집 아이들을 바라보며 연민을 느끼는 건 내 안에 어린 날 바라봐주지 않았던 부모에 대한 원망이 남았기 때문일까? 우리 엄마를 온전히 이해하기엔 저 아가들과 가깝기 때문일까. 결국 읽던 책을 내려놓았다. 불온한 엄마의 손을 꼭 쥐고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다음 아이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뙤얔볕에 나와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