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 Feb 04. 2023

어차피 평생 일해야 한다면

좀 더 재밌는 걸 할 수는 없을까?

세 번째 회사도 힘들다니

2018년도 1월 말부터 직장 생활을 시작했으니, 비로소 5년을 꽉 채웠다. 이쯤이면 이 생태계에 적응했을 법도 한데 나는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나는 어디? 여긴 누구?"의 마음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다.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니 겁은 또 얼마나 많은지. 울더라도 봉급은 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번주도 꼬박꼬박 출근을 했다.


너는 천국 가서도 징징거릴 거야

전 직장에 비하면 사실 지금 회사는 한 편으로는 천국이다. 재택근무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고, 실적 압박도 강하지 않다. 업무 강도도 줄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천만 원 가까운 인센티브도 받아봤다. 게다가 매달 체력단련비, 통신비, 아침점심저녁에 커피까지 준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정말 좁고 작다. 조금만 더 해보려고 하면 다른 부서에서 질문을 가장한 영역 싸움이 시작된다. 소심한 나는 자꾸만 상처받고 뒤로 숨게 된다. 내 밥그릇은 지킬만큼은 강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싫다. 지켜주지 않는 팀장님도 밉다. 그 와중에 옆에서 감정 상하지 않게 할 말을 다 하는 동료를 보면 그저 부럽고, 치고 나가는 친구를 보며 괜히 내가 더 못나 보인다.


공기업은 좀 낫지 않을까?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거면, 사기업 체질이 아닐지도?'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마음이 또 조급해진다. 사실은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참으며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만 유달리 상처받고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자격지심은 도대체 어디부터 시작된 걸까. 마침 대전에서 교직원으로 생활하는 친구에게 신입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도 정해져 있고, 정년도 보장된 곳으로 가면 조금 덜 불안하지 않을까. 내가 쓸모없다는 생각과 어떻게 해서든 조직 내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 된다는 생각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일할 거라면

이런 고민을 토로하니 친구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내가 보고 경험한 너는 공기업에 가더라도, 맡은 일을 잘 해내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아. 회사에서도 맨날 힘들어하면서 던지지 못하고 방법을 찾고 있잖아. 학교 다닐 때도 아마 공부하기 싫다고 하면서 맨날 공부하고 있었을 걸? 그저 공기업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면 모르겠지만, 그저 일을 좀 줄이고 스트레스프리하게 살기 위한 거라면 잘 모르겠네. 거기서도 너는 그렇게 살 지 못할 것 같아.


오히려 어차피 일할 거라면 네가 좀 더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래서 가볍게 네 일을 시작해 보면 좋겠어. 요즘 콘텐츠로 할 수 있는 작은 비즈니스 많잖아. 유튜브가 부담스럽다면 뉴스레터로 시작해 봐도 좋고."


...

너무 맞는 말이라서

그동안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맨날 옆에서 사업하라고 해서, "내가 지금 회사 다니는 것도 힘들어서 골골거리는데, 회사 밖에서 어떻게 돈을 버니?"라며 현실감각 없음을 타박했는데. "그러니까 혼자서 일해서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라고 한다. 묵직한 한 방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