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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 Feb 19. 2023

경기도 사는 게 뭐 어때서

그냥 조금 더 부지런히 살면 안 될까? 응 안돼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길래,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왔다고 하길래, 마침 또 날도 좀 풀렸길래 몇 주 전부터 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렇게 뭐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도 아닌데 주말마다 하루에 만 오천 보씩 걷고 토스에서 40원씩 받는다. 예전엔 만 보 정도는 거뜬했던 것 같은데, 노화로 기력이 달려서 그런가 아님 과거에도 힘들었는데 미화된 건가 집에 돌아오면 그저 하반신에 감각이 없다.


처음 갔던 왕십리는 교통도 편리하고, 살기도 좋아 보이는 데 아직 아파트가 지어지지 않았고. 지난주에 다녀온 송파구 문정동은 교통 때문에 영 거시기 했다. 그 옆 헬리오시티는 단지 내 지하로 모든 게 연결된 것이 편하기도 하면서 어째 너무 디스토피아적이었고... 또 여전히 너무 비싸기도 했다. 집값이 대단하게 빠진다고 하는데, 몇 억 떨어진 거 가지고는 가져다 대지도 못하는 것이 소시민의 현실.


이번주에는 직장동료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다시 성동구 금호역 근처를 다녀왔다. 


이름부터 어려웠던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는 금호역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지로 진입할 수 있었다. 3호선 타면 압구정까지 15분, 교대와 강남까지도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네가 다 언덕에 있어 경사는 높았지만 금호동 두산도 상가 엘리베이터를 통해 경사를 우회할 수 있었고. 래미안 옥수 리버젠은 상가도 꽤 깔끔하고 바로 한남동과 압구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였다.


문제는 내 가용 예산이 0원이라는 것. 이게 뭐 대출 7억 받고 내 돈 5억 넣고 뭐 이 정도 그림이라도 나와야 꿈이라도 꿔보지. 이건 뭐... 영 흥이 안 나고 괜히 떨어지는 체력과 함께 기분도 다운됐다. 다들 같은 마음이겠지만.


그냥 천천히 이 동네 저 동네 둘러보자고 해놓고서는 마음이 또 앞선다. 지난 투자 의사결정이 후회되기만 하고. 그래도 돌이켜보면 그땐 진짜 서울에 집 살 엄두가 안 났다…


역시나 가난하지만 나보다는 쓸 수 있는 예산도 명의도 자유도가 높은 동행의 기준은 ’교통 편하고 도배되어 있으면 된다'는 내 기준보다 터무니없이 높았다. '신축일 것, 500세대 이상일 것, 세대 당 주차 1.5대 이상일 것, 주변 동네가 깨끗할 것, 도로가 넓을 것, 학군이 좋을 것...' '아니 이 사람아 그러면 돈이 많아야지... 어떻게 한 번에 그런 곳을 사나...' 철딱서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아도 당당하다.


내 눈엔 구축이어도 두산도 괜찮아 보이는 구만.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고. 집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무조건 낫다는 마음으로 저 경기도 시골 구축 아파트를 사둔 나와 모든 것이 갖춰진 곳에 집을 갖고 싶어 하는 그. 우리가 과연 이 간극을 좁혀나갈 수 있을까?


그냥 서울 말고 경기도에서 출퇴근 시작하면 안 돼? 응 그건 내가 안될 수도 있겠다. 멀긴 머네. 화성이 그리고 투자에 실패한 자는 발언권이 없다.

이 새벽에 차로 42분, 대중교통으로 1시간 20분인 걸 보니 좀 어렵긴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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