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2670만 원을 갚았는데요. 아직도 빚이 남았습니다.
섣부른 부동산 투자와 조급한 엑싯으로 3,000만 원에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홀랑 까먹었다. 2018년 1월, 내 첫 월급이 159만 원이었으니... 무려 1년 반 동안 땡전 한 푼 안 쓰고 모았어야 하는 돈이다. 금전적인 피해만 이만큼이다.
내가 저지른 짓이니 차마 스스로에게 정신적 위자료는 청구할 수도 없고. 중간에 오른 연봉을 감안해도 1년 3개월어치. 내 소중한 스물다섯과 스물여섯 봄을 날렸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리다 못해 현실을 제대로 쳐다볼 수 조차 없다.
원래부터 좀 무기력하고 시니컬한 편인데,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거의 유일한 목표였던 투자에 실패하고 나니 한동안은 몸을 일으킬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괜히 엄한 부동산 사장님 욕을 하고, 투자를 부추긴 주변을 탓하게 되고. 남탓 하는 나를 다시 한번 미워하고.
게다가 이건 팔아서 이 정도인 거고. 아직 처치하지 못한 더 큰 물건이 있다. 와중에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대에 까지 올랐다. 겨우 정신을 놓지 않고 회사와 집을 오가기 급급했던 육 개월. 한숨을 너무 쉬어 땅이 꺼진 건지, 너무 오래 누워있어 근육이 다 풀려버린 건지. 그냥 그렇게 시간을 질질 흘리며 버텨냈다. 피할 수 있는 한 외면하고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육 개월 만에 용기 내어 가계부 파일을 열었다. 커서가 깜빡인다. 꽃다운 서른한 살의 여름과 가을을 사무실과 침대 위에서 버티고, 인센티브와 외부 강의료까지 탈탈 털어서 겨우 영점에 가까워졌다. 그래도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 월급이라도 조금 올라 처음 그 돈을 모으는 데 든 것보단 시간이 덜 걸려서 다행인 걸까.
안도할 수는 없다. 수습해야 하는 실수는 여전히 남아있고, 마음도 잔고도 또 한 번 탈탈 털릴 예정이니.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투자는 망해도 삶은 계속되니까 말이다. 어쩌겠어. 이번에도 살아내야지. 나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