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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rough The Forest Apr 08. 2024

사진일지 - (1) 시간을 거슬러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은 무엇인가?


이상과 현실을 방황하기



처음 사진을 접했던 계기는 '광고' 때문이었다.

카피라이터가 되길 희망했고, 세상을 뒤흔들 카피를 쓰고 싶었다.


한창 유행했던 책에서는 '고전 읽기'와 '보이지 않는 틈 찾기'를 강조했다.

카메라를 잡았다. 고전으로는 생각의 틈을, 사진으론 시각적 틈을 찾기 위해.


'LIFE'와 '매그넘'을 보았고,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의 '결정적 순간'은 

틈의 갈증을 빠르게 해소시켜 주었다. 그렇게 사진은 머릿속 광고의 점유율을 재빠르게 빼앗아갔다.


빠른 성장은 그만큼의 성장통을 동반하듯,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사진의 방향성은 점점 심오한 세계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마 열화당의 사진집들을 보고 난 후였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던 단순한 풍경과 정물 사진들이

머릿속에 머물면서 '이상적 예술사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갔다.


(좌) 외젠 앗제 (Eugène Atget), 1857-1927 / (우) 요제프 수덱 (Josef Sudek), 1896-1976


동시에 괴리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바라보는 현실의 장면과 뷰파인더로 보는 이상의 장면은 너무나 달랐다. 

괴리를 좁히고 없앨 수 있는 배짱과 용기는 없었고, 불가항력인 시간과 당시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

새로운 시선을 추구하면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는 모순이라니.


이렇게 이상과 현실의 끈적한 인연은 시작되었고,

'절충과 협상의 전략' 대신 '회피와 게으름의 전말'을 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상을 찾겠다'는 서사로.

아마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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