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 미니앨범 '여정' 다시듣기

다시듣기 #2 : 따뜻한 쓸쓸함, 섬세한 외로움

by 지원

평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지만

요즘 같은 추운 계절에 특히 더 끌리는 음악들이 있다.


허전한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따뜻한 포크 음악이 그중 하나인데

얼마 전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우연히 알게 되었다가 푹 빠져버린,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의 음악들을 이번 글에서 소개하려고 한다.


사진출처 : 멜론


98년생 싱어송라이터 최유리는

2020년 막 데뷔한 인디 아티스트로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2018년 제29회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직접 작사/작곡한 곡 푸념으로 대상을 수상하고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OST 바람을 부르는 등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아티스트다.


작년 10월에는 벌써 네 번째 미니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접했다가 곡 하나하나가 주는 메시지에 위로를 받았다.



사진출처 : 네이버 VIBE


2021년 10월에 발매된 최유리의 미니 앨범 「여정」

끝 / 살아간다 / 툭 / 당신은 누구시길래 / 데자뷰

이렇게 총 5개의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삶의 여정 가운데 겪고 있을 사랑, 아픔,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최유리 만의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목소리가 각각의 메시지를 더 풍성하게 해준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여행하며 끝을 마주하기도 아픔을 받기도 혹은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어떠한 일들을 겪어도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지난날과 다가올 날,
그게 우리들의 '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최유리 「여정」 앨범 소개글 中



Track 01 / 끝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y0FBpW-DUIc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겨두고 홀로 멀리 떠나는 사람의 마음은
슬프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끝을 마주할 때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을 노래했습니다.

- 최유리 「여정」 앨범 소개글 中


난 널 사랑한다 이제 난 너에게 모든 것을 다 넘겨둔 채 떠나려 한단다
난 널 사랑한다 이제 난 어디로 가게 될진 모르겠지만 그저 떠나련다
지나간 계절의 끝은 아무도 없지만 사랑 하난 남아 날 지켜주랴
끝이 없다는 건 누구도 모르겠지만 사랑 하난 남아

이제 난 눈을 감고 가득 찬 네 눈물은 뒤로 한 채 떠나려 한단다
이제 꿈에 머물려다 한참을 더 울고 있는 널 보며 미안하다는 말뿐인

난 널 사랑한다 이제 난 나만의 말들만 가득한 이곳에 머물러 있단다
난 널 사랑한다 변함없이 나는 이곳에 너와 함께 있단 생각에 산단다
지나간 계절의 끝은 아무도 없지만 사랑 하난 남아 날 지켜주랴
끝이 없다는 건 누구도 모르겠지만 사랑 하난 남아

이제 난 눈을 감고 가득 찬 네 눈물은 뒤로 한 채 떠나려 한단다
이제 꿈에 머물려다 한참을 더 울고 있는 널 보며 미안하다는 말뿐인

- 최유리 '끝'


특이하게도,

「여정」의 첫 번째 트랙은 '끝'이다.


소개글이나 가사를 잘 읽어보면 삶의 여정을 끝내는 순간의 이야기인데,

곡의 시작 부분에서 툭 던지는 '난 널 사랑한다' 한 구절이 마음을 울린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는 순간의 아쉽고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들,

그 모든 마음을 담은 노랫말을 듣고 있으면 금방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찡해진다.



Track 02 / 살아간다 (title)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x8u8s4swoTg


나는 다가온 아픔들에 힘이 빠져도
작은 변화에, 작은 용기에 벅찬 날을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 최유리 「여정」 앨범 소개글 中


나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보일걸 그 말을 굳게 믿은 채 다시 살아간다
나는 조그맣게 꿈 꿔온 세상에다 내 작은 발을 내딛고 다시 살아간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에 너무 지쳐 마음의 문을 닫고
나는 사랑이 좋아 나의 말들이 좋아 그래 조금만 더 살아간다

나는 쉽게 오지 않을 날에 잔뜩 기대를 걸어두고
밤이 올 때 울다 부은 눈으로 날을 샌다 또 그렇게 살아간다

나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끝인걸 그 말을 굳게 믿은 채 다시 살아간다
나는 조그맣게 꿈 꿔온 세상에다 힘 빠진 발을 내딛고 다시 살아간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에 너무 지쳐 마음의 문을 닫고
나는 사랑이 좋아 나의 말들이 좋아 그래 조금만 더 살아간다

나는 쉽게 오지 않을 날에 잔뜩 기대를 걸어두고
밤이 올 때 울다 부은 눈으로 날을 샌다 또 그렇게 살아간다

난 또 이런 힘이 빠진 나를 붙잡고서 또 살아간다
내 마음을 다한 다 찢겨져 버린 나는

나는 조금만 더 올라가면 보일걸 그 말을 굳게 믿은 채 다시 살아간다
나는 조그맣게 꿈 꿔온 세상에다 내 작은 발을 내딛고 다시 살아간다

- 최유리 '살아간다'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아픔에 무너질 때가 있다.

누군가의 말이 비수가 되어 박히기도 하고 높은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기도 하면서

모두 놔버리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그런 순간이 가끔씩 찾아오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위로를 받는다.

두 번째 트랙 '살아간다'도 그런 의미에서 큰 위로가 되었다.


'내 작은 발을 내딛고 다시 살아간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가지고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작은 다짐들이 모여 삶의 원동력이 된다.



Track 03 / 툭 (title)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FxbDo5eaGas


나를 사랑하지 않는 듯한 눈빛을 봅니다.
하지만 겁이 많은 저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서로 다른 핑계들을 '툭' 내뱉다가
결국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 최유리 「여정」 앨범 소개글 中


왜 또 그래 난 사랑에 서툴러서 예쁜 말을 하지 못해
툭 너는 핑계를 하나 또 내뱉곤 해
왜 또 그래 난 사랑에 겁이 나서 하려던 말을 삼킨 거야
툭 나는 핑계를 하나 또 내뱉곤 해 다 알면서도

난 멀어지는 내 사랑이 보여 난 잡지 못해 말하지 못해
툭 떨어지는 후회들이 보여 난 한참을 멍하니 서있어

나는 네 눈만 보면 모두 알아 멋진 마음이 아니란 것도 다
이제는 나만이 날 사랑할 수 있겠구나
긴 시간이 지난 후야 너는 결국 떠난 지 오래지만
이제는 나만이 날 사랑할 수 있단 걸 알아

왜 또 그래 난 사랑에 머물러서 넘쳐버린 고민들 끝에
툭 나는 핑계를 하나 또 내뱉곤 해 다 알면서도

난 멀어지는 내 사랑이 보여 난 잡지 못해 숨지도 못해
툭 떨어지는 후회들이 보여 또 한참을 멍하니 서있어

나는 네 눈만 보면 모두 알아 멋진 마음이 아니란 것도 다
이제는 나만이 날 사랑할 수 있겠구나
긴 시간이 지난 후야 너는 결국 떠난 지 오래지만
이제는 나만이 날 사랑할 수 있단 걸 알아

- 최유리 '툭'


누구나 사랑에 서툴던 기억이 있다.


불같이 화도 내고 하염없이 울기도 하고 어떻게든 핑계를 대다가도 결국 후회만 남는

그런 순간, 그런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세 번째 트랙 '툭'은 그런 기억들을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결국 깨닫게 되는 건 '이제는 나만이 날 사랑할 수 있겠구나'.

결국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


더불어,

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해야만 다른 사랑들도 온전히 품을 수 있다.


이걸 깨닫고 나면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사람의 모습이 그리 밉지만은 않게 된다.



Track 04 / 당신은 누구시길래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epfxnk8jBsc


누구나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당신은 누구시길래 나를 이만큼이나 사랑해 주는지 묻고 싶고,
내가 받은 사랑을 전부 다 갚고 싶습니다.

- 최유리 「여정」 앨범 소개글 中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며 보고 있는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봐주는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어쩌면 그렇게 날 너보다 더 사랑하는지
나는 또 그런 너에게 뭘 해주고 싶어 그랬는지 말없이 웃음만 지으며
이제 내가 널 보며 이런저런 말들에 의미를 담을 때
이제는 좀 편안한 맘에 널 바라봐

내 모둘 줄게 네가 나에게만 주던 모든 사랑을 다시 돌려줄게
내가 아는 마음도 모두 줄게 좋은 마음만 고르다 시간이 다 지나가네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며 보고 있는지
나는 꼭 그런 너에게 뭐라도 해줄래 나를 믿어 너에겐 웃음만 줄게
이제 내가 널 보며 이런저런 말들에 의미를 담을 때
이제는 좀 편안한 맘에 널 바라봐

내 모둘 줄게 네가 나에게만 주던 모든 사랑을 다시 돌려줄게
내가 아는 마음도 모두 줄게 좋은 마음만 고르다 시간이 다 지나가네

이대로는 너 없인 하루가 허전하게 지나갈 그 두려움에
나는 자신이 없어 끝내 물어 넌 나인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며 보고 있는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봐주는지

- 최유리 '당신은 누구시길래'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문득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지,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아주 벅찬 순간이 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쩌면 그 자체로 엄청난 행운일 텐데,

내가 그런 행운을 누릴 자격이 있나 싶다.


'내가 아는 마음도 모두 줄게 좋은 마음만 고르다 시간이 다 지나가네'


네 번째 트랙 '당신은 누구시길래'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내가 느낀 감격의 순간들을 똑같이 누릴 수 있도록, 더 힘을 다해 사랑하기를 원한다.



Track 05 / 데자뷰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m5Iuy6V6mLg


내가 당신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라면 차라리 나를 기억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최유리 「여정」 앨범 소개글 中


너는 어디선가 본 적 있는지 물어보고 싶어 그냥
혹시나 나 너에게 그저 그런 사람이었는지
더 이상 나 슬프긴 무서워서

날 기억하지 말아줘요 날 기억하지 말아줘요
바람 그대로 나를 지나쳐 지나간다면
나를 기억하지 마오 사람아 부디 나를

나는 슬프지만 너의 기억에 남고 싶지 않았어 난
역시나 나 너에게 그저 그런 사람이었겠지
더 이상 나 슬프긴 무서워서

날 기억하지 말아줘요 날 기억하지 말아줘요
바람 그대로 나를 지나쳐 지나간다면
나를 기억하지 마오 사람아
나를 기억하지 마오 사람아

날 기억하지 말아줘요 바람 그대로 나를 지나쳐 지나간다면
나를 기억하지 마오 사람아
나를 기억하지 마오 사람아 부디 나를

- 최유리 '데자뷰' 中


「여정」의 마지막 트랙 '데자뷰'는 이별 후에 남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나를 스쳐간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한동안은 이별의 상처로 인해 사랑했던 기억이 지워지기도 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가 무뎌지면서 좋았던 날들만 남기도 하겠지만


분명한 건,

그 모든 순간 나는 진심이었기에 아쉬운 후회 같은 건 없다.


그들에게도 이제는 행복한 추억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시간들이 지우고 싶은 기억만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 나무위키 - 최유리(가수)

앨범 「여정」 속 다섯 가지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지만

최유리의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목소리가 곡의 감성을 아주 잘 살려낸다.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깊은 감성을 가진 보물 같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데,

얼핏 들으면 권진아, 백예린 등이 연상되지만 분명히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가수다.


동그라미, 둘이, 우리만은 등등 그녀만의 보물들이 많이 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좋은 음악 많이 들려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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