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위에서 네 번째 칸에는
붉은 벽돌 같은 책 두 권과 제목을 새길 여유도 없이 좁은 책등을 가진 책 네 권이 있었다.
얇은 책 중 하나는 '형편없는 사건과 비루한 계절 조작단의 무료한 장난'이라는 도무지
내용을 상상하기 어려운 제목을 달고 있었다.
80페이지 남짓한 책에는
형편없는 사건과
비루한 계절 조작단,
무료한 장난이 차곡히 쌓여 있었고,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고등학교 때 책을 빌려 간 녀석은
왼쪽이 맛 간 헤드폰과 함께 사라졌고
'이 책의 주제곡은 HxH의 2OK5BACK'
라는 주문이 메아리로 남았다.
아직 돌아오지 않는 책을 기다리며
HxH의 2OK5BACK를 듣고
어쩌면
이 계절의 끝은
형편없지도, 비루하지도, 무료하지도 않은
무성한 소음의 숲으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권면에 쓰기 좋은
독백이 부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