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328 농구 일지(2)

by 서재리

#3을 주차장에서 마주쳤다. 웃는 얼굴로 인사드렸더니 #3도 웃는 얼굴로 화답한다. 그래 난 좀 웃어야 한다. 무표정은 괜한 오해를 산다. 조용히 올라가서 팀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조용히 있는다. 딱히 뭐라 할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하다 보니 앞 시간에 배드민턴 팀이 있어서 발목 테이핑을 해주며 기다린다. 발목 테이핑은 독학이다. 유튜브에서 보면서 하는데 잘 된 적이 없다. 하다 보면 늘겠지.


경기 시작 전에 공을 몇 번 던져본다. 농구공을 던지면서 하는 스몰토킹은 농구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담배타임이 아닐까? 다시 #3과 만나 스몰토킹을 시작한다. 크로스핏 이야기, 러닝 이야기, 농구 이야기, 나이와 통성명까지. 기억 남는 점은 #3은 50까지 농구하고 싶단다. 나는 몇 살까지 농구를 할 수 있을까?를 상상해 보았다.


삼각인대 파열, 회복은 거의 1년이 걸렸다.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 발목 가동범위.

과거 발목 부상을 당한 뒤로 이제는 농구할 수 있는 몸이 더 이상 아니다는 판단이 들어서 직전 팀과는 작별했다. 발목 돌아가는 거야 예사지만 이번엔 달랐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부상 회복해도 이제 농구는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둘 시기가 올 텐데 그게 지금인가 보다 했다. 그런데 #3은 50까지도 농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한다. 모두들 부상 한두 가지는 달고 뛸 텐데 여전히 농구에 대한 열정이 있는 점이 멋있다.


몸풀기 루틴으로 간단한 스텝과 킥아웃 패스를 배운다. #12의 주도하에 루틴이 진행된다. #12는 우리 팀의 감독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우리 팀의 영상까지 담당하고 있다. 촬영과 간단한 컷편집까지 하는 걸 보면 감독은 감독이다. 사실 ‘간단한’ 컷편집이라고 말했지만 전혀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농구가 끝난 뒤에 꽤 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할애할 것이다. 보통의 농구 열정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풀경기를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틱톡에 숏츠로 동작들 설명을 덧붙여가며 업로드한다. 이건 소중한 자료다. #12는 농구에 대한 지식이 많아 보인다. 그에게서 배우면 오프볼 움직임을 조금 배워볼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 팀은 왜 농구 작전판 하나 없는가!


본 경기가 시작되었다. 근심 걱정들은 뒤로하고 아무 생각 없이 슛을 던지고 달린다. 신난다! 농구를 하면서 같이 호흡하는 이 느낌이 아주 재밌다. #93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머리 보호대를 착용했다. 아 이건 레슬러들이 훈련할 때 착용하는 보호대인데? 레슬링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몸이 다부지다. 드리블할 때 몸이 너무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 있어서 나도 모르게 힘 좀 빼라고 조언을 던진 적이 있었다. 보호대가 너무 잘 어울려서 빵 터졌다. 아 나도 뭐 하나 차야하나…


유독 눈에 띄는 #7이다. 키도 사회인 농구에서 큰 편이고 3,4번을 보면 딱 좋을 사이즈다. 근데 #7 본인은 2번에 욕심이 있어 보인다. 몸싸움도 즐기는 타입 같진 않다. 저 사이즈에 2번이면 아마추어들 사이에서는 거의 씹어먹는다. 슈팅 궤적도 안정적이다. 심지어 학다리 페이더웨이까지 밸런스가 좋아 보인다. 이 팀에서 스코어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게임하면서 내게 장난스럽게 말을 많이 걸어줘서 유쾌했다.


#3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미드레인지와 골밑에서 넣는 슛들의 정확도가 굉장했다. 특유의 집중력이 돋보여서 믿고 맡겨도 될 정도였다. 아 이 정도는 해야 50까지 욕심낼 수 있구나.


대충 이런 간지로 단체 화보 찍으면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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