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아이에게 매를 들었다

다섯 살 아이의 손바닥과, 내 마음에 든 효자손

by 달처녀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J에게 한글을 가르친다고 한 지 두 번째 만에, 나는 매를 들었다.
오늘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자식에게 매를 든 날이었다.

회초리라고, 효자손을 가져왔다.


“재, 배, 해.”
이 세 글자가 틀릴 것 같으면 한 대씩.
“손바닥 대.”
그리고 그 고사리 같은 손을 때렸다.

“지금 엄마가 계속 이야기하고 있고, 바로 방금 전에도 이야기했잖아.

지읏에 ㅐ가 붙으면 ‘재’고,
비읍에 ㅐ가 붙으면 ‘배’고,
히읗에 ㅐ가 붙으면 ‘해’라고.

왜 못 해? 왜 방금 전에 말한 걸 안 듣고 있어?

J, 방금 전에 엄마가 한 이야기 안 듣고
그냥 빨리 끝나고 싶다고 생각했지?

만약에 엄마가 카봇 이야기하면 집중할 거지?

손바닥 대.”


J는 손을 순순히 내밀었다.


“J이, 왜 맞는지 알겠어요?”

“틀려서요.”

“아니야. 글자를 틀려서가 아니야.

엄마가 바로 방금 전에 한 말을, 계속 안 들어서 그런 거야.”


J의 나이, 고작 다섯 살.

이제 숫자를 혼자 읽어내고 숫자 간 관계성을 찾는 데 재미가 붙은 것 같아서,
‘이 정도면 한글도 하겠다’ 싶었다.

규칙적으로 배합된 한글도, 관계성만 읽히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J는 단순히, 바로 방금 전에 내가 이야기한 발음만 반복적으로 따라할 뿐이었다.

나는 내 마음에도 효자손을 댔다.

“너는 다섯 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게 좋은지, 나쁜지 알기나 하니?”


안다.
안 좋다는 거 안다.
창의력에 문제가 올 수 있다는 거, 여러 번 봤다.

그런데 이미 그 아이 반에, 수호가 한글을 읽는다지 않는가.

반 아이 15명 중에 한 아이가 한글을 읽는다고 하면,
‘어지간한 애들은 다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든다.

얼마 전 구몬 선생님이 영업하던 게 기억난다.

“다들 한글 시작해요. 요즘은 빨라요.”

그 말이 자꾸만 되감기며 떠오른다.

그 순간,
‘그럼 우리 애만 뒤처지는 건가?’
내 내면의 불안이, 순식간에 논리와 걱정으로 분장을 하고 나타났다.

내 불안이, 혼날 필요가 없는 J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직도 고치지 못했던 마음이, J에게 전가되었다.

나도 어렸을 때, 엄마의 불안을 먹고 자랐다.
그러지 말아야지, 정말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결국 그 마음이 또 이어져 버렸다.

쓰고, 무겁다.

내 품에서 막 잠이 들려던 아이가 한마디를 했다.


“엄마, 나는 엄마를 사랑하니까 괜찮아요.
한글 열심히 배울게요.”

내 불안을 기꺼이 끊어주겠다는 듯한, 작지만 강한 이 생명체.


만약 오늘이 이 지구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게 가장 마음이 헛헛할까.

그건, 내가 배고 낳은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쓸데없는 인정욕과 책임감 때문에,
에너지와 시간을 온종일 외부로 돌린 것이다.

단순히 한글 모음 발음을 모르는 수준이 아니다.
나는 알고,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다.

어른은 아무런 회초리를 맞지 않는다.
어느 순간 어른이 되면서, 그 어떤 누구도 나를 훈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꾸준히 짚어가며 공부하지 않은 나에게
벌은 크다.

아이의 손바닥이 아니라,
먼저 내 불안의 뿌리를 공부했어야 했다.


오늘, 그 공부를 늦게나마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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