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로션을 바르던 스무 살의 밤

나를 여자로 만들어준 작은 의식

by 달처녀

스무 살의 어느 저녁. 샤워를 마치고 아직 물기가 완전히 마르지 않은 살결 위로 향긋한 바디로션을 천천히 발랐다. 그 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여린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그건 단순한 뷰티 루틴이 아니었다. 나를 조금씩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소중한 의식 같았다.


처음 만난 나의 아름다움

그 전까지 나는 스스로를 못생겼다고만 믿고 살았다.

처음으로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렌즈를 끼고 나에게 맞는 색의 비비크림을 발견했을 때였다. 매직기로 머리를 매끈하게 펴고, 은은하게 빛나는 립글로스를 바르고, 귀에는 가느다란 링 귀걸이를 걸었다.

TV 속에서 본 자신감 넘치는 여성들의 모습이 그대로 내 꿈이 되었다. 나도 드디어 조금은 달라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특별한 바다에서 헤엄치던 날들

그 무렵, 첫 연애가 찾아왔다.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핸드폰 속 그의 이름을 '특별한 바다'로 저장해두고, 매일 그 바다 안에서 헤엄쳤다.

그는 나를 **"아가씨"**라고 불러주었다. 애칭이었다.

그 하나의 애칭이 나를 단숨에 여자로 만들어주었다. '아가씨'라는 말 속에 담긴 부끄러움과 순수함, 그리고 은밀한 떨림. 나는 그 별명처럼 되고 싶었다.


손끝에서 시작된 아름다움

그때 내가 처음 선택한 뷰티템은 바디로션이었다.

깨끗하게 씻고 은은한 꽃향기가 스며든 로션을 온몸에 천천히 발랐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더욱 부드러워진 살결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름다움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는 걸. 가까워질수록 더 강렬하게 오감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라는 걸. 스무 살의 나는 이미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예요!"
— 영화 '여인의 향기' 中


마치 그 대사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서툴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그 다음은 머리결에 신경을 썼다. 트리트먼트를 바르고 드라이어로 천천히 말리고, 낮은 온도의 매직기로 조심스럽게 펴냈다. 그러면 아무것도 모른 듯 순수하면서도, 누군가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 머리결이 완성됐다.


여전히 간직한 첫 번째 법칙

그때 배운 내 첫 번째 뷰티 철학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손이 닿는 곳은 언제나 부드럽고 매끄럽고 향기롭게."

그건 단순한 관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바디로션을 바르던 스무 살의 밤들.


그 작은 의식들이 모여 나는 비로소 '아가씨'라는 이름에 걸맞은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건 화려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이었고, 자극이 아니라 은은함이었고, 과시가 아니라 배려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작은 손길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