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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Jul 02. 2023

엄마라이더

베스트 드라이버를 꿈꾸며

운전면허를 딴 지 12년

한참 면허학원을 다닐 때 만난 지금의 남편은

차를 사고 싶다는 나의 말에

“무슨 차를 사, 내 차 타면 되지”라는 말로 고백 아닌 고백을 했더랬다.

(지금 이야기하면 그런 적 없다 발뺌하거나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면서 땅을 치며 후회할 테지만)


그렇게 남자 친구 차 얻어 타던 초보운전자는

라이딩 8년 차 엄마운전자가 되었다.


백수였던 신혼 초에 연습 삼아 남편 차로 도서관을 왔다 갔다 하면서 깨끗하던 붕붕이에게 셀 수 없는 상처를 주며 나의 운전은 시작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문센 출동을 위해 문센 서틀급의 노선만 고수하며

운전을 했고 첫째 8개월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두 달 입원하면서 불가피하게 운전범위를 확대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공원으로 키카로 문센친구 집으로 병원으로 가야 할 곳이 많아지고


둘째의 탄생, 복직, 이사로

난 생활형 엄마라이더가 되었다.


직장 근처에 살다 전세계약 완료와 함께

집주인이 집을 매매하는 바람에 재계약 기회도 없이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고, 기약 없던 직장어린이집 공석이 난 건 이사 전 날이었다. 옮기기로 했던 어린이집이 만 3세 반까지 있어 1년 후면 또 옮겨야 해 많은 고민 끝에 함께 출퇴근을 각오하고 직장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2020년 여름

난 복직을 했고

두 아이는 나와 함께 출퇴근을 했다.

가방 가득 들고 돌쟁이 둘째를 안고

첫째를 체근하며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차에 타면

한숨 돌렸다.


애들 준비 시간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10분만 서두르면 되는데 그 10분이 너무 어려웠다

내가 서두른다고 아이들이 나의 다급함을 알아주기엔 그들은 아직 너무 졸렸다.


오늘은 준비를 일찍 끝냈다! 하며

서둘러 신발을 신으면,,

꼭 그런 날 차키를 안 챙겨 내려오고

어떤 날은 핸드폰을 놓고 오고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고

현관 앞에서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출근시간


차에 타고나면 이제 변수는 신호 밖에 없었다.

타이밍이 좋은 날은 평균 15분 거리를

10분에 가기도 하고  운이 나쁘면 20분이 걸리기도 했다.


아침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도망칠 수도 없는 차 안에서 잔소리가 이어진다


첫째가 학교를 가고

둘째도 직장어린이집을 졸업하고

근처 유치원으로 옮겨

이제 라이더 생활을 졸업하나 했지만


애매한 둘째 유치원의 위치와

아이들이 학교 돌봄 교실에서 유치원 방과 후 교실에서 조금이라도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보겠다는

의지로 나의 라이더 생활은 계속된다.


가끔 보도 5분 거리를 걸어 등교하고 싶다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품고

난 오늘도 운전대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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