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때마침 일행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며 전화가 왔다
“나, 3층! 어디야?”
잠깐, 여기가 어디지?
이정표를 따라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왔는데,
여러 개의 무빙워크 앞에선 나는
이 낯선 광경에 당황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엔 지방에 살아
주로 김해공항을 이용했고, 코로나 이후로는 제주도만 갔으니 김포공항만 이용했다
거슬러 기억을 더듬으니 나의 인천공항 이용은 2015년이 마지막이다.
공항철도를 타고 오는 것도 아마 처음인 거 같다
일단 모르겠느니 가보자 하고
가운데 무빙워크를 탔다
그제야 창밖에 낯익은 풍경이 보인다..
‘아, 이제 공항청사로 넘어가는구나. 이정표의 알파벳은 체크인 수속 하는 곳 말하는 거였네..‘ 하며 겨우 안심을 했다.
일행이 있다는 3층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에도 인천공항은 저녁 7시 서울시내를
방불케 했다. 인천공항 국제선은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라는 안내가 더 이상 허풍이 아님을 실감했다.
서둘러 일행을 만나고 보안검색대로 향했다
게이트는 예전과 다르게
측면으로 들어가는 통로식으로 바뀌어있었다
보안검색대에 도착하니
보안대에 올리기 전 짐을 싣는 바구니는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 자동으로 채워졌다
사람이 통과하는 곳도 바뀌어있었다
그냥 문틀 같은 곳을 통과하던 이전과 달리
원형통에 들어가 지시하는
포즈를 취해야 했다
출입국심사는 또한
지문과 여권스캔으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예전에 바구니를 옮겨주고
내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던 사람들은
지금 무얼 할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해외여행은 2018년 12월 이후
처음이긴 하지만 유독 인천공항이
디지털화를 선두 하는 것인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대세라 이렇게
다 바뀌어 버린 것인지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수속을 마쳤다
그리고 나의 목적지
일본의 작은 도시 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광경이다
모든 안내가 선명한 디스플레이 화면에 나오는 인천과 달리 이곳은 종이에 프린트한 한국어 안내가
여기저기 붙여져 있다. 오랫동안 붙여있었던 것인지 누렇게 빛이 바랜 건 덤이다
몇 개 안 되는 출입국 창구 앞에서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창구로 향하고
12년 전 짧았던 일본 생활을 접고 돌아갈 즈음
도입되었던 사진촬영과 지문인식기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모바일 출입국을 분명했는데..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제 이런 아날로그 감성이 새롭고 신기하다
여권에 여행자 비자를 받고 출입국을 나오자
작은 비글 한 마리가 내 캐리어를 검사 한다
과한 디지털과 과한 아날로그를
반나절만에 비교체험한 기분이다
나름 모든 디지털 문명을 차근차근
경험해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 아줌마인데..
우리나라의 빠른 속도가 조금은 힘에 부친다
아날로그 감성 말고
아날로그가 가미된 디지털 말고
가끔은 이런 아날로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