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이 속상한 이유
둘째의 짜증에 터덜터덜 화장실로 향하는 첫째
잘못이 있다면 곤히 자고 있었을 뿐인데
이유 모를 발길질에 아침잠을 깬 녀석
순딩이 첫째
어릴 땐 얘는 왜 이리 예민한가 하며 키웠는데 둘째 낳아 키워보니 ‘아! 세상 순했던 우리 첫째’
동생의 발길질에 기상해도
제일 좋아하는 이불을 둘둘 말고 거실을 굴러다니다
티브이 봐~ 한마디면 벌떡 일어난다
내가 꺼낸 옷이 맘에 안 들면 직접 옷장에 가서 꺼내고 거기도 없으면 건조기를 뒤져 알아서 옷을 입고
알아서 준비하고
둘째 짜증을 받아내며 출근준비하는 나를 기다린다
착한 녀석
“엄만! OO만 좋아하지!!
그러니까, 맨날 OO말만 들어주고!! “
시작됐다. 첫째의 레퍼토리
모든 상황을 첫째에게 맞춰줘도
소소한 거 하나 동생 말 들어주면 나오는 소리
너에게 맞춰서. 일정을 짜고
둘째 징징대는 거 감수하고
그 상황을 다 무시하고 그래도 초딩우선주의로
생활하는데 녀석의 입장에선 그냥 엄마위주다
(하긴 대전제를 보면 그렇긴 하다)
오빠의 투정이 시작되면
둘째는 눈치껏 눈알을 굴리고 조용히 하던 일을 임한다. 솔직히 나도 뾰족한 수는 없다.
늘 녀석의 기분을 맞춰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난 퇴근하면
돌봄을 마치고 학원에 있는 녀석을 픽업하고 둘째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함께 간다
우리의 싸움은 항상 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엄마, 나 놀이터 갈래
엄마, 나 오늘 놀이터에서 누구 만나기로 했어
엄마, 나 오늘 어디 가고 싶어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 녀석의 친구들은 학원에 있다
하교 후 놀이터에서 한판 신나게 놀고 학원을 한참 돌 시간이다.
(나도 그 일정으로 돌리고 싶은 맘은 굴뚝같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쉽지는 않았다)
그 사실은 사실 녀석도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고 싶은 거다
엄마보다 친구랑 노는 게 더 신나는 초1인데
그 열정을 다 소진시켜주기가 참 어려운 일이다
난 녀석을 달래며 유치원으로 향한다
둘째를 픽업하고 돌아가는 길
편의점에서 파는 새콤달콤 정도로
그 마음이 달래지기를 바라며•••.